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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연극] ‘리더스’ 무대 속으로 들어간 관객들! 몰입해 감정이입한 만큼 더 힘들 수도, 더욱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다

발행일 : 2019-03-22 15:48:42

극단 종로예술극장 주최, 성천모 작/연출, 연극 <리더스>가 3월 15일부터 4월 28일까지 종로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책 읽어주는 연극 – READERS’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 장소의 파격과 이동이 펼쳐지지만 오히려 더 진지한 연극다운 연극이라고 볼 수 있다.
 
무대와 관객석이 공존하고 관객들은 배우들 사이에서 관람하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고통, 상처, 고민, 갈등을 더욱 생생하고 더욱 강렬하게 느낄 수도 있다. 몰입해 감정이입한 만큼 잠시 더 힘들 수도 있고, 계속 더 오래 진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리더스’ 공연사진. 사진=종로예술극장 제공 <‘리더스’ 공연사진. 사진=종로예술극장 제공>

◇ 책 읽어주는 연극? 낭독회도 아니고, 리딩 공연도 아니다! 장소의 파격과 이동, 그렇지만 정말 진지한 연극다운 연극!
 
<리더스>는 배우가 관객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낮에는 3,000권의 책으로 둘러싸인 카페였던 공간에서 공연이 그대로 시작되기 때문에, 직접 관람하기 전에는 책을 읽어주면서 약간의 연기가 곁들여지는 퍼포먼스 공연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리더스>는 낭독회도 아니고 리딩 공연도 아니다. 공연 도입부에 관객이 선택한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있지만, 이어지는 이야기는 애드리브 없이 철저하게 준비된 공연으로 펼쳐진다.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참여형으로 진행되고 본 공연 시간에는 즉흥성이 배제되기 때문에, 관객은 편하게 관람하기 시작해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리더스’ 공연사진. 사진=종로예술극장 제공 <‘리더스’ 공연사진. 사진=종로예술극장 제공>

장소의 파격과 이동이 이뤄지기는 하지만, <리더스>는 정말 진지한, 연극다운 연극이라고 볼 수 있다. 형식적인 면에서는 색다름을 추구하는 관객들의 취향에 맞추면서도, 내용상으로는 오히려 정통 연극을 제대로 보고 싶은 관객에게 더욱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여기에서 무슨 연극이?’라는 호기심을 가지고 관람하기 시작한 관객은, ‘이래서 진지한 연극을 보는구나’라고 감탄하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일상의 공간이 공연장으로 바뀌는 묘미는, 관객이 무대에 올라가 공연을 관람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배우가 관객석으로 내려와 공연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게 만든다.

‘리더스’ 공연사진. 사진=종로예술극장 제공 <‘리더스’ 공연사진. 사진=종로예술극장 제공>

공연 도입부 때 배우는 책을 선택한 관객 앞에 가서 읽어주는데, 공연장에 먼저 도착해 책을 선택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벤트 같은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공간적 특성상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바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 또한 <리더스>의 장점이다.
 
배우들과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다가 차례차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몰입해 감정이입했던 감정을 추스르면서 느낌을 배우와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관객의 입장에서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리더스’ 공연사진. 사진=종로예술극장 제공 <‘리더스’ 공연사진. 사진=종로예술극장 제공>

◇ 연극이 금지된 시대에 남은 4명의 배우! 현재는 우리가 당연히 누려야 한다고 여기는 것들이, 절대 금지의 대상이었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며!
 
<리더스>의 시놉시스는 연극이 금지된 시대에 남은 4명의 배우가 어떤 마음과 생각,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알게 한다. ‘100년 전 시리아에서 생전 처음 연극을 본 관객들이 현실과 극을 구분하지 못하고 주인공을 괴롭히던 악역을 때려눕힌 후 주인공을 구해 극장 밖으로 나가버리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통해 시리아 최초의 연극을 공연한 깝바니와 동료들이 대중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연극이 금지된다.’
 
<리더스>에는 5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4명의 배우인 깝빠니(홍수영 분), 하킴(이양호 분), 하싼(고현준 분), 유니스(길정석 분)와 예전엔 동료 배우였지만 현재는 비밀경찰이 된 쟈키(성천모, 한동완 분)가 등장한다.

‘리더스’ 공연사진. 사진=종로예술극장 제공 <‘리더스’ 공연사진. 사진=종로예술극장 제공>

배우가 배우 역을 소화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는데, 감정이입을 너무 많이 하면 배역이 아닌 자기 자신이 나올 수 있고 그렇다고 감정이입을 하지 않고 연기를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5명의 등장인물은 배우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캐릭터가 겹치지는 않는다. 배우 역할이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각자는 나름의 스타일로 부드러움과 강렬함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크고 작은 갈등과 충돌의 디테일이 이어지는데, <리더스>에 출연한 배우들은 정극의 연기력으로 진지하고 멋지게 소화한다.

‘리더스’ 공연사진. 사진=종로예술극장 제공 <‘리더스’ 공연사진. 사진=종로예술극장 제공>

극중 공연인 그림자극은 공연 장소를 전시장으로 옮겨 펼쳐지는데 관객도 함께 움직인다. 전시장에는 실제로 이상아트의 제1회 이상한 실험전 <엄마의 이상한 포르노그래피>가 전시되고 있는데, 전시된 작품들은 마치 소품처럼 <리더스> 공연과 잘 어울린다. 화가이자 행위예술가인 이성 작가의 회화, 미디어, 조각 등 12점을, 관객은 공연 전후에 감상할 수도 있다.
 
연극은 다른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경험이다. 관객은 배우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 <리더스>에서 관객은 다른 어떤 연극의 관객들보다 배우들과 가까이에서 100분을 보내게 된다. 마음과 생각으로 다른 사람의 삶 속에 들어가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그 안에 들어간다는 생생한 경험을 관객은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리더스’ 공연사진. 사진=종로예술극장 제공 <‘리더스’ 공연사진. 사진=종로예술극장 제공>

<리더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아픔과 결핍을 가지고 있다. 다른 색을 띠긴 하지만 비밀경찰인 쟈키 또한 마찬가지이다. 관객들은 배우들 사이에서 관람하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고통, 상처, 고민, 갈등을 더욱 생생하고 더욱 강렬하게 느낄 수도 있다. 잠시 더 힘들 수도 있고, 계속 더 오래 진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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