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 하남 공연이 3월 22일부터 23일까지 하남문화예술회관 대극장(검단홀)에서 공연됐다. 결말이 바뀐 이번 버전의 공연은 4월 5일부터 13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 6월 프랑스 파리 초청 공연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바뀐 버전의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는 더욱 슬프기 때문에 더욱 감동적이다. 공주 오데트에게 매혹된 지그프리드 왕자에 대한 마지막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전 버전의 결말에 불편했던 관객들은 더 이상 지그프리드를 원망하지 않고 진한 여운을 느낄 수 있다.

발레리나 김유진을 뒷받침한 발레리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의 섬세한 배려와 그 배려를 오롯이 받을 수 있는 김유진의 실력과 케미는 돋보인다. 김유진이 관객의 감정을 건드리는 디테일은 인상적인데, 발레가 이렇게 우아하고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바뀐 버전의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 더욱 슬프고 더욱 감동적이다! 지그프리드에 대한 여운이 달라진다!
<백조의 호수>는 차이콥스키의 아름다운 음악, 마리우스 프티파와 레프 이바노프 콤비의 위대한 안무, 발레리나의 흑조와 백조 1인 2역, 각국의 캐릭터 댄스가 돋보이는 발레 작품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이번 버전에서는 환상적인 백조 군무와 함께 밤 호숫가 장면에서의 흑조 군무 등 백조와 흑조가 같은 시간에 대비되는 대형과 안무가 더욱 인상적이었고, 무대는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충족했다. 일반 발레 안무와 백조 안무의 차이점에 흑조 안무의 매력까지 선사했다.
<백조의 호수>에서 지그프리드는 솔직히 이기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오데트 공주를 사랑하는 멋진 왕자이지만, 끝까지 오데트를 지켜주지 못한 인물이다. 오데트보다 자신을 더 사랑했다고 볼 수도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이번 프로덕션이 바꾼 지그프리드의 마지막 선택은, 지그프리드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가졌던 관객들에게도 더 이상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물론 이전 버전을 보고 지그프리드의 사랑에 더욱 초점을 맞춘 관객은 그를 미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극의 극대화에 웅장한 만큼 처연한 슬픔이 느껴진다. 마지막 장면은 무척 아름답게 표현돼 더욱 슬퍼진다. 지그프리드의 마지막 선택을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지만, 어쨌든 더 이상 대놓고 미워하거나 원망하기 힘들어졌다. 스토리텔링의 반전에 머물지 않고 엄청나게 큰 정서적 반전이자, 오데트에 감정이입한 관객에게는 슬프지만 위로를 주는 엔딩이다.

오데트/오딜 역과 지그프리드 역은 홍향기와 마밍, 한상이와 강민우, 김유진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최지원과 이현준이 호흡을 맞추는데, 마지막의 처연한 슬픔을 각각의 무용수들은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해진다.
◇ 발레리나 김유진이 관객의 감정을 건드리는 디테일은?
<백조의 호수>를 보면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섬세한 배려를 하고, 김유진은 그 배려를 오롯이 받아 모두 살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사람은 잘 맞는 것일 수도 있고,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잘 받쳐주는 것일 수도 있다.

김유진은 2017년에 만 16세로 유니버설발레단에 최연소 입단한 발레리나로 올해 드미솔리스트로 승급했는데, <백조의 호수> 주역 무용수이다. 수석무용수, 솔리스트가 아닌 드미솔리스트 중 유일하게 주역을 맡았다.
김유진은 우아한 동작과 안정적인 회전으로 천천히 다 표현한다. 천천히 표현하는 것 같지만 여유가 있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 속도가 느리지는 않다. 빠른 회전도 돋보이지만, 김유진은 느린 동작을 다 표현할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팔을 쭉 계속 펴는 동작 등 하나의 동작을 표현할 때 처음부터 같은 속도로 표현하지 않고 동작이 80% 정도 이뤄졌을 때 미세하게 브레이크를 준 후 같은 방향으로 안무를 이어가거나 혹은 속도를 늦추거나 방향을 약간 바꾼다.
티 나게 순간 멈추지도 않기 때문에 정말 감각적으로 따라가지 않으면 김유진이 그런 디테일을 표현했는지 모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디테일에 집중하는 관객들, 감각적으로 느끼는 관객들에게는 엄청나게 감동적인 시간이었을 것이다.

여운을 남게 만드는 김유진의 동작은 리드미컬하게 관객의 우뇌를 건드린다. 중력이나 공기의 자기장을 변화시키는 것 같이 느껴질 수 있다. 김유진이 움직인 공간의 공기가 바뀐다고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김유진은 공중 동작, 느린 회전에서 더욱 돋보인다. 점수를 준다면 기술점수 못지않게 예술점수를 더 많이 줄 수 있다. 우아함으로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면서도 주인공의 품위를 지키는데, 다 표현하는 동작에서 선이 더 예쁘고 우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