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곤 개인전 <떨림과 울림(VIBRATION AND RESONANCE)>이 3월 27일부터 4월 1일까지 인사아트센터 제2전시장에서 전시 중이다. 전시 제목을 보면 인간 내면을 표현한 작품이 연상되는데, 우주의 생명력과 시공간을 표현한 작품을 보면서 관람객은 각자 내면의 떨림과 울림을 경험할 수도 있다.
◇ 이형곤 ‘떨림과 울림_11, 90×90cm, 장지, 분채, 아크릴물감, 옻칠’
‘떨림과 울림_11, 90×90cm, 장지, 분채, 아크릴물감, 옻칠’은 밝음과 어두움, 선명함과 중첩됨, 정사각형과 변형된 사각형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그렇지만 서로 다른 요소가 배타적으로 대립되지는 않고, 서로 다른 성질을 내면에 가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림 중앙의 밝은 부분에도 진하고 어둡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고, 그림 외곽의 어두운 부분에도 밝은 곳이 있다. 그림 속 사각형은 맨 가운데 정사각형 외, 그 정사각형을 둘러싸고 있는 사다리꼴에 가까운 사각형이 있는데, 사다리꼴에 가까운 사각형은 흰색의 굻은 테두리를 가진 하나의 사각형이라고 볼 수도 있고, 같은 모양 다른 크기의 두 개의 사각형이라고 볼 수도 있다. 밝은 공간에만 사각형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주변의 어두운 공간에서도 여러 개의 큰 정사각형을 찾을 수 있다.
울림과 떨림, 퍼져나감과 응축됨은 원 혹은 타원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흔히 생각할 수 있는데, ‘떨림과 울림_11’에서 작가는 네모의 세계에서 퍼져나가고 응축되는 사각형의 에너지 파장과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네모가 주는 파장과 에너지는 규칙 속에서 비대칭적 방향성을 갖는다고 작가가 생각했을 수도 있다.
◇ 이형곤 ‘떨림과 울림_37, 130×130cm, 장지, 분채, 옻칠’
‘떨림과 울림_37, 130×130cm, 장지, 분채, 옻칠’은 <떨림과 울림>에서 대표적으로 볼 수 있는 작품 스타일을 취하고 있다. 원형이 명확하게 표현된 작품도 있고, 원형이 주변으로 퍼져나간 듯 표현된 작품도 있다.

원형에서부터 시작하는 떨림과 울림은 자연스러운 상상을 하게 만든다. 그림 속 동그라미는 지구를 비롯한 행성으로 보이기도 하고, 사람의 눈으로 보이기도 하고, 만물 근원에 있는 핵심 물질이라고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우주와 생명의 떨림과 울림을 작품에 표현했는데, 창작 과정 중과 작품을 완성한 후 작가가 새롭게 느꼈을 떨림과 울림이 궁금해진다.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깨달음과 감동을 받았을 수도 있다. 실제로 그림을 계속 쳐다보면 관람객 각자의 시선과 마음에 따라 새로운 게 보일 수도 있다.
◇ 이형곤 ‘떨림과 울림_34, 125×125cm, 장지, 분채, 아크릴물감’
‘떨림과 울림_34, 125×125cm, 장지, 분채, 아크릴물감’을 보면 하나의 떨림과 울림이 아닌 여러 가지, 여러 형태의 떨림과 울림의 존재와 모습을 인정하고 같은 크기와 비중으로 존중했다고 느껴진다.

옻칠을 하지 않은 작품이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날 것의 느낌이 전달되기도 한다. 서로 비슷하지만 같은 것이 하나도 없는 모습은, 우리들의 모습일 수도 있고 작가가 생각하는 우주 혹은 시공간의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떨림과 울림_34’에는 크게 두 가지 색이 사용됐는데, 빛과 에너지의 유무를 표현한 명암이라고 상상할 수도 있다. 강한 빛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존재라면 다른 영역까지 영향을 줄 수도 있는데, 각자의 영역에서 비슷한 정도의 색과 밝기를 부여한 것을 보면 작가는 우주 속 떨림과 울림에도 보편적인 공평함이 있다고 여기거나 혹은 그러기를 바란다고 느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