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야마 겐지 감독의 <우리들의 완벽한 세계>에서 고등학생이었던 소심한 여자는 잘 나가는 농구부 에이스 남자를 짝사랑한다. 고백할 용기가 없었고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났을 때, 여자는 꿈을 이루려 노력하는 남자에게 다시 사랑에 빠진다. 그렇지만 남자는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여자의 행복을 위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숨긴다.
<우리들의 완벽한 세계>는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 슬퍼서 더 아름다운 이야기,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첫사랑에 대한 판타지에 머물지 않고, 요령 없이 현실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모습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우리들의 완벽한 세계’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 첫사랑의 판타지! 영화적 편집, 이야기의 함축과 도약이 돋보인다
<우리들의 완벽한 세계>에서 여자인 카와나(스기사키 하나 분)만 소심한 게 아니라 이츠키(이와타 타카노리 분) 또한 소심한 측면이 있다. 소심하면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은 큰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희생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고등학생일 때와 20대가 된 카와나는 모두 무언가 노력하는 열정적인 남자를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츠키가 단순히 첫사랑이었기 때문에 다시 끌렸던 게 아닐 것이다. 만약 휠체어를 탄 모습으로 처음 만났어도 카와나는 이츠키를 사랑했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들의 완벽한 세계’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영화 속에는 관객이 카와나와 이츠키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게 만든 중요한 설정이 있다. 카와나는 주저주저하는 마음을 정말 오랫동안 가졌을 것인데, 영화 속에서 그런 시간들은 매우 함축해서 표현됐다. 주저하는 마음을 너무 오래 보여줘 관객들이 지치거나 호기심이 저하되기 전에, 설레는 마음으로 바로 들어간 것이다. 영화적 편집, 이야기의 함축과 도약이 돋보인다.
관객은 첫사랑의 풋풋함과 안타까움을 같이 가지게 된다. 카와나와 관객의 공통적인 마음일 것이다. 카와나는 요령 없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여자인데, 그렇기 때문에 카리스마가 넘치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착하고 약한 스타일로 보이면서도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들의 완벽한 세계’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 애정을 가지고 보아야 보이는 것
이츠키는 낮은 계단에서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이동할 수 있다. <우리들의 완벽한 세계>는 장애인으로 살기 힘든 세상의 단면을 보여준다. 장애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것도 크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관객은 카와나의 눈으로 바라보게 될 가능성이 많다. 카와나는 이츠키를 좋아하는데, 카와나와 같은 애정을 가지고 봤을 때 그런 디테일이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선배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었을까? 얼마나 열심히 싸우고 괴로웠을까?”라는 카와나의 독백에 가슴이 저릿한 관객도 많을 것이다.
<‘우리들의 완벽한 세계’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영화를 보면서 나에게도 카와나와 같은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내가 먼저 카와나와 같은 사람이 돼야겠다고 결심하는 게 더 빠르고 현실적일 것이다.
◇ 누군가에게 기댄다면 자신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
누군가에게 기댄다면 자신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이츠키는 생각한다. 자신에게 더욱 엄격해져 마음의 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신체적인 장애가 없더라도, 이츠키와 같은 생각을 하는 남자들, 아니 사람들은 실제로 많다.
<‘우리들의 완벽한 세계’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그래야 한다든지 그러는 게 맞는다는 건 아니지만, 이츠키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다. 이츠키와 같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도 경제적으로 자신감이 없는 요즘 청년들은 다른 사람에게 기댈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 누군가를 사랑할 여유와 자신감이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 자신감이 넘쳤던 사람이 예상치 못한 사건을 겪은 후, 그 이후의 삶에 어떻게 적응하고 극복했는지를 보여주는데, 영화 마지막에 어떻게 하면 세계가 완벽해지는지 알려준다. 어떻게 하면 세계가 완벽해질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영화를 보기 전부터 답을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들의 완벽한 세계’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