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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클래식] ‘심선민 퍼커션 리사이틀’ 리듬을 타면서 리듬을 만들어내는 연주

발행일 : 2019-04-04 11:29:15

음악교육신문 주최 <심선민 퍼커션 리사이틀(Sun-Min Shim Percussion Recital)>이 3월 30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공연됐다. 연주된 여섯 곡이 모두 현존하고 작곡가의 현대음악으로, 새로운 스타일이면서도 듣기에 크게 어렵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퍼커셔니스트 심선민과 작곡가 이영조, 해설도 맡은 피아니스트 송영민, 피아니스트 김유빈, 플루티스트 이예린, 마림바 연주자 김은정, MIDI(미디) 김민엽이 함께 했다.

‘심선민 퍼커션 리사이틀’ 리허설사진. 사진=음악교육신문 제공 <‘심선민 퍼커션 리사이틀’ 리허설사진. 사진=음악교육신문 제공>

◇ Keiko Abe(1937~) ‘Wind in the Bamboo Grove II’, 두 대의 마림바는 깊은 동굴에 온 것 같은 소리로 깊은 울림을 만들었다
 
<심선민 퍼커션 리사이틀>의 첫 곡은 Keiko Abe의 ‘Wind in the Bamboo Grove II’였다. 심선민과 김은정이 함께 연주했는데, 두 대의 마림바는 여러 가지의 악기가 함께 연주되는 것 같은 신비함을 들려줬다.
 
두 대의 마림바의 조화는 악기 연주뿐만 아니라 음향효과를 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채의 어떤 부분과 마림바의 어떤 부분이 만나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소리를 선사했는데, 동굴에 온 것 같은 깊은 울림도 인상적이었다.
 
◇ Jacob Druckman(1928~) ‘Reflections on the Nature of Water for solo Marimba’, 소리가 있는 1인극 퍼포먼스를 보는 것 같은 마림바 독주
 
Jacob Druckman의 ‘Reflections on the Nature of Water for solo Marimba’는 심선민의 독주로 진행됐는데, 빠른 연주와 느린 연주가 혼재돼 리듬감과 역동성이 드러났다.
 
원래 6개의 작은 모음곡으로 물의 성질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는데 <심선민 퍼커션 리사이틀>에서는 첫 번째 곡이 연주됐다. 연주로 들리기도 했고 소리를 만드는 시간처럼 들리기도 했는데, 마림바를 통해 소리가 있는 1인극 마임 퍼포먼스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심선민 퍼커션 리사이틀’ 리허설사진. 사진=음악교육신문 제공 <‘심선민 퍼커션 리사이틀’ 리허설사진. 사진=음악교육신문 제공>

◇ Emmanuel Sejourne(1961~) ‘Attraction for Marimba, Vibraphone, Percussion & Tape’, 국내초연, 리듬을 타면서 리듬을 만들어내는 연주
 
Emmanuel Sejourne의 ‘Attraction for Marimba, Vibraphone, Percussion & Tape’은 <심선민 퍼커션 리사이틀>에서 국내초연으로 공연됐다. 현대 대중음악에서 큰 영감을 받은 작곡가의 작품으로 김민엽이 MIDI(미디)를 맡았는데, 미디는 전자악기(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를 뜻한다.
 
마치 DJ처럼 연주 전 장치를 부착한 심선민은, 폴리 아티스트가 다양한 소리를 만들 듯 다양한 악기를 이용해 소리를 냈다. 연주를 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소리를 만들어낸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은 곡과 연주는 인상적이었다. 공연장이 아닌 녹음실에 와 있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심선민의 연주과정은 영화, 드라마에서 테마음악을 만드는 창작과정을 라이브로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김민엽이 제공하는 리듬을 타면서 스스로 리듬을 만들어내는 심선민의 모습에서 전사와 같은 에너지와 카리스마는 무척 강렬했다.

‘심선민 퍼커션 리사이틀’ 리허설사진. 사진=음악교육신문 제공 <‘심선민 퍼커션 리사이틀’ 리허설사진. 사진=음악교육신문 제공>

◇ 이영조(1943~) ‘Encounter V for flute and percussion’ 세계초연, 이질적인 만남이 주는 새로운 영감과 감동
 
이영조(1943~)의 ‘Encounter V for flute and percussion’은 <심선민 퍼커션 리사이틀>에서 세계초연으로 공연됐다. 작곡가 이영조는 동서양 악기와 소리의 이질적인 만남을 통해 새로운 영감과 감동을 선사했다.
 
서양악기인 플루트가 동양악기인 대금과 단소의 역할을 한다는 점은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징을 치며 시작한 ‘Encounter V for flute and percussion’은 마림바, 비브라폰, 팀파니 등 다양한 타악기가 플루트와 얼마나 잘 어울릴 수 있는지 들려줬다.

‘심선민 퍼커션 리사이틀’ 리허설사진. 사진=음악교육신문 제공 <‘심선민 퍼커션 리사이틀’ 리허설사진. 사진=음악교육신문 제공>

◇ Alexej Gerassimez(1987~) ‘Piazonore for Vibraphone and Piano’, 비브라폰의 청아하고 맑은 소리
 
Alexej Gerassimez의 ‘Piazonore for Vibraphone and Piano’는 퍼커셔니스트 심선민과 피아니스트 송영민의 연주로 진행됐다. 작곡가는 클래식과 재즈를 주역으로 하지만, 이 곡은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브라폰은 청아하고 맑은 소리를 냈는데, ‘Piazonore for Vibraphone and Piano’에서 비브라폰이 바이올린이라면 피아노는 첼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그만큼 비브라폰은 명징한 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탱고는 원래 다운바운스의 춤인데, 비브라폰으로 표현된 탱고는 업바운스의 정서 혹은 업바운스를 추구하는 정서를 전달했다.

‘심선민 퍼커션 리사이틀’ 리허설사진. 사진=음악교육신문 제공 <‘심선민 퍼커션 리사이틀’ 리허설사진. 사진=음악교육신문 제공>

◇ Keiko Abe(1937~) ‘The Wave Impressions for solo Marimba and Orchestra’, 다양하고 변칙적인 듯한 기교의 강렬한 연주
 
<심선민 퍼커션 리사이틀>의 마지막 곡은 Keiko Abe의 ‘The Wave Impressions for solo Marimba and Orchestra’였다. 원래 마림바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곡인데, 이날은 마림바와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됐다.
 
곡 제목의 ‘The Wave’는 바다를 뜻한다고 한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한 곡인데, 심선민은 다양하고 변칙적인 듯한 기교로 강렬한 연주를 선사했다. 오케스트라 버전에서는 어떤 웅장한 감동을 줄지 기대가 되는 곡이다.
 
<심선민 퍼커션 리사이틀>은 마림바와 비브라폰을 비롯한 여러 타악기들의 매력을 보여준 시간이었다. 심선민은 퍼커션 연주자처럼 보이기도 했고, 소리를 만드는 폴리 아티스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심선민은 클래식한 느낌과 현대적인 느낌에 모두 잘 어울렸는데, 심선민의 감성으로 직접 작곡해 연주한다면 어떤 감동을 줄지 기대가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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