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규, 윤현기 연출, 임희철 극본, tvN 토일드라마 <자백> 제5회에서는 10년간 침묵했던 진실이 드러났다. 복수심과 죄책감, 이익과 명분이라는 각각의 관점에서 등장인물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자백>은 스토리텔링뿐만 아니라 어떤 기준과 정서를 가지고 시청하게 되는지 주목되는 작품이다. 반전을 볼 때도 당연히 스토리텔링의 기준에서 봄과 동시에 어떤 판단 기준과 정서의 측면에서 볼 것인가 시청자는 마음속으로 정해야 하는 드라마이다.
◇ 조경선 간호사의 선택은 복수심일까, 죄책감일까?
최도현 변호사(이준호 분)에게 “지난번에 왜 합의하지 않으냐고 물었지? 나는 내 과거와 합의하고 싶지 않아.”라고 조경선(송유현 분)은 말한다. 조경선의 선택은 김성조(김귀선 분)에 대한 복수심일까, 아니면 고등학교 친구인 유현이(박수연 분)에 대한 죄책감일까?
복수심인지, 죄책감인지에 따라 스토리텔링과 기본 정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복수심인지, 죄책감인지에 따라 감정이 향하는 대상이 달라지고, 복수가 이뤄진 상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느끼게 될지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가진 조경선이 “내가 지은 죄는 돈으로 갚을 수 있는 게 아니야,”라고 말하자 유현이는 “실수잖아”라고 대답한다. 두 사람의 짧은 대화는 강력한 암시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추측되는데, 사건만 암시하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두 사람의 마음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때로는 진실이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라고 진여사(남기애 분)는 말했는데,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을 향한 이야기이지만 마치 시청자들에게 <자백>의 진실을 다 알게 됐을 경우 더 힘들 수도 있다는 경고와 염려를 보낸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진여사의 경고와 염려는 오히려 시청자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
◇ 선택과 판단의 기준은 이익인가, 명분인가?
“왜 빈손으로 와서 센 척이야? 나한테 뭐 해줄 수 있는데?”라고 면회 온 기춘호(유재명 분)에게 한종구(류경수 분)는 묻는다. <자백>에서 한종구는 이익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만약 드라마 후반부에 한종구가 정말 큰 반전을 만든다면, 이익의 관점이 아닌 명분의 관점에서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예상된다.
<자백>은 이익과 명분의 대결로 볼 수도 있지만, 이익과 또 다른 이익의 대결로 볼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 최소한 제5회까지는 그렇다. 상대적으로 기춘호는 명분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선택의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을 전혀 배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드라마의 제목은 ‘고백’이 아닌 ‘자백’이다. 마음을 정리하고 다 털어놓는 것이라기보다는, 털어놓음으로써 새로운 질주를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어떤 사건에 대해 판결이 내리고 확정되면 그 사건을 다시 소송으로 심리·재판하지 않는다는 형사상 원칙인 ‘일사부재리의 원칙’ 또한 <자백>에서는 이익과 명분의 관점에서 재해석할 수도 있다.
◇ 신체 일부인 장기를 통해 기억이 이전되나? 장기가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가? 심장을 먼저 이식받기 위해 기다리던 사람이 죽어서, 내가 심장을 대신 이식받는다면?
<자백>은 ‘신체 일부인 장기를 통해 기억이 이전되나?’, ‘장기가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최도현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꿈을 반복해서 꾸는 이유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분의 심장을 이식받았기 때문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자백>은 개별 장기에도 기억을 저장하는 프로세스와 요소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궁금증이 자극된다.
<자백>은 ‘심장을 먼저 이식받기 위해 기다리던 사람이 죽어서, 내가 심장을 대신 이식받는다면?’이라는 질문도 던진다. 미묘하면서도 핵심적인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로,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는 질문이다. 가치관과 선악을 모두 흔들 수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냥 가볍게 드라마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너무 어렵게 만드는 사항일 수도 있고, 드라마를 보면서 추리하고 상상하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지속적인 지적 자극추구를 하게 만드는 사항일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