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규, 윤현기 연출, 임희철 극본, tvN 토일드라마 <자백> 제5회에서는 10년간 침묵했던 진실이 드러났다. 복수심과 죄책감, 이익과 명분이라는 각각의 관점에서 등장인물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자백>은 스토리텔링뿐만 아니라 어떤 기준과 정서를 가지고 시청하게 되는지 주목되는 작품이다. 반전을 볼 때도 당연히 스토리텔링의 기준에서 봄과 동시에 어떤 판단 기준과 정서의 측면에서 볼 것인가 시청자는 마음속으로 정해야 하는 드라마이다.
![‘자백’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http://img.etnews.com/news/article/2019/04/07/cms_temp_article_07180540498684.jpg)
◇ 조경선 간호사의 선택은 복수심일까, 죄책감일까?
최도현 변호사(이준호 분)에게 “지난번에 왜 합의하지 않으냐고 물었지? 나는 내 과거와 합의하고 싶지 않아.”라고 조경선(송유현 분)은 말한다. 조경선의 선택은 김성조(김귀선 분)에 대한 복수심일까, 아니면 고등학교 친구인 유현이(박수연 분)에 대한 죄책감일까?
복수심인지, 죄책감인지에 따라 스토리텔링과 기본 정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복수심인지, 죄책감인지에 따라 감정이 향하는 대상이 달라지고, 복수가 이뤄진 상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느끼게 될지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자백’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http://img.etnews.com/news/article/2019/04/07/cms_temp_article_07180551667233.jpg)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가진 조경선이 “내가 지은 죄는 돈으로 갚을 수 있는 게 아니야,”라고 말하자 유현이는 “실수잖아”라고 대답한다. 두 사람의 짧은 대화는 강력한 암시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추측되는데, 사건만 암시하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두 사람의 마음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때로는 진실이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라고 진여사(남기애 분)는 말했는데,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을 향한 이야기이지만 마치 시청자들에게 <자백>의 진실을 다 알게 됐을 경우 더 힘들 수도 있다는 경고와 염려를 보낸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진여사의 경고와 염려는 오히려 시청자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
![‘자백’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http://img.etnews.com/news/article/2019/04/07/cms_temp_article_07180559044504.jpg)
◇ 선택과 판단의 기준은 이익인가, 명분인가?
“왜 빈손으로 와서 센 척이야? 나한테 뭐 해줄 수 있는데?”라고 면회 온 기춘호(유재명 분)에게 한종구(류경수 분)는 묻는다. <자백>에서 한종구는 이익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만약 드라마 후반부에 한종구가 정말 큰 반전을 만든다면, 이익의 관점이 아닌 명분의 관점에서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예상된다.
<자백>은 이익과 명분의 대결로 볼 수도 있지만, 이익과 또 다른 이익의 대결로 볼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 최소한 제5회까지는 그렇다. 상대적으로 기춘호는 명분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선택의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을 전혀 배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백’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http://img.etnews.com/news/article/2019/04/07/cms_temp_article_07180606027401.jpg)
드라마의 제목은 ‘고백’이 아닌 ‘자백’이다. 마음을 정리하고 다 털어놓는 것이라기보다는, 털어놓음으로써 새로운 질주를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어떤 사건에 대해 판결이 내리고 확정되면 그 사건을 다시 소송으로 심리·재판하지 않는다는 형사상 원칙인 ‘일사부재리의 원칙’ 또한 <자백>에서는 이익과 명분의 관점에서 재해석할 수도 있다.
◇ 신체 일부인 장기를 통해 기억이 이전되나? 장기가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가? 심장을 먼저 이식받기 위해 기다리던 사람이 죽어서, 내가 심장을 대신 이식받는다면?
<자백>은 ‘신체 일부인 장기를 통해 기억이 이전되나?’, ‘장기가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최도현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꿈을 반복해서 꾸는 이유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분의 심장을 이식받았기 때문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자백>은 개별 장기에도 기억을 저장하는 프로세스와 요소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궁금증이 자극된다.
![‘자백’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http://img.etnews.com/news/article/2019/04/07/cms_temp_article_07180612357645.jpg)
<자백>은 ‘심장을 먼저 이식받기 위해 기다리던 사람이 죽어서, 내가 심장을 대신 이식받는다면?’이라는 질문도 던진다. 미묘하면서도 핵심적인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로,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는 질문이다. 가치관과 선악을 모두 흔들 수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냥 가볍게 드라마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너무 어렵게 만드는 사항일 수도 있고, 드라마를 보면서 추리하고 상상하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지속적인 지적 자극추구를 하게 만드는 사항일 수도 있다.
![‘자백’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http://img.etnews.com/news/article/2019/04/07/cms_temp_article_07180617274245.jpg)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