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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연기가 아닌 실제 같은 박준휘! 베토벤의 양가감정과 결핍!

발행일 : 2019-04-10 12:52:17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작, 추정화 작/연출, 허수현 음악감독의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이하 <루드윅>)가 4월 9일부터 6월 30일까지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공연 중이다.
 
위대한 예술가에 대한 경외감과 부러움을 가지고 있던 관객은, <루드윅>에서 그의 양가감정과 결핍을 알게 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을 공유할 수 있다. 청년 역의 박준휘는 정제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청년 역 박준휘.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청년 역 박준휘.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 베토벤의 양가감정과 결핍! 다운바운스의 정서와 깊은 고독을 음악 속에 남기다
 
<루드윅>은 베토벤과 만나는 시간이다. 그의 광기와 마주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그와 그의 멋진 음악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호기심이 공연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만든다.
 
베토벤의 성장과정과 내면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대단한 음악적 업적을 남긴 베토벤의 성과만 생각하면, 위대한 음악가가 예술적 향유와 성취를 한 것에 대한 경외심과 부러움만 가질 수도 있다.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루드윅 역 서범석.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루드윅 역 서범석.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그렇지만 <루드윅>을 보면 베토벤은 정말 힘든 삶을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귀가 들리지 않게 된 이후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도 불필요한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살았는지를 알게 되면서 마음이 아프다.
 
베토벤의 음악에 다운바운스의 정서와 깊은 고독을 남기게 된 것은 그의 양가감정(兩價感情, ambivalence)과 결핍 때문일 수 있다. 양가감정은 두 가지 상호 대립되거나 모순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상태를 뜻한다. 한 사람에 대한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하는 것 혹은 그런 감정을 의미하는데, <루드윅>에서 베토벤은 모차르트에 대해서도 동경과 질투의 양가감정을 가졌고 피아노에 대해서도 거부와 애착의 양가감정을 가졌다.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마리 역 김소향.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마리 역 김소향.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미운 감정만 가지고 있지 않고, 동경과 질투, 희망과 절망, 사랑과 증오, 빛과 그림자 등 많은 부분에서 양가감정을 가졌는데, 자신을 음악적으로 사육한 아버지에 대해서도 양가감정을 가졌을 수도 있다.
 
<루드윅>에서 아버지가 본인에게 한 압박과 강요를 그렇게 싫어했던 베토벤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조카에게 음악을 가르칠 때 아버지처럼 혹은 더 심하게 했는데, 이율배반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너무 힘들기 때문에 내면의 무의식이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발터 역 차성제.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발터 역 차성제.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너무 힘들어 의식이 감당하기 힘들 경우 끝까지 저항할 수도 있지만, 자신을 억누르는 존재와 같은 모습으로 자신을 바꿔 지속적인 고통을 피하려는 선택을 무의식은 할 수 있다.
 
부모나 상관을 욕하면서 비슷해지고, 정말 억압받았던 사람이 똑같은 짓을 하는 더 나쁜 사람이 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루드윅>에서 베토벤 또한 이런 선택을 한 것을 보면 위대한 음악을 만들어냈지만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압박, 무시와 멸시가 만들어낸 콤플렉스를 해소할 수 있게 베토벤을 감싸준 사람도 없었고 그의 내면 또한 그런 것들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강하지는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토벤의 무의식적 선택으로 인한 행동이 절대로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만큼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피아니스트 역 강수영.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피아니스트 역 강수영.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 베토벤 역할을 하는 세 명의 배우
 
<루드윅>에는 다섯 명이 등장한다. 루드윅(서범석, 김주호, 이주광, 테이 분), 청년(이용규, 강찬, 박준휘, 조환지 분), 마리(김소향, 김지유, 권민제(선우), 김려원 분), 발터(차성제, 이시목 분), 피아니스트(강수영 분)이다.
 
마리 역을 제외한 배우들은 1인 다역을 소화하는데, 루드윅, 청년, 발터를 맡은 배우는 모두 베토벤 역할도 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상황과 나이에 따른 역할 분담일 수도 있고, 베토벤의 복잡한 내면을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줬다고 볼 수도 있다.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캐릭터 포스터.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캐릭터 포스터. 사진=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 박준휘! 정제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다!
 
이번 <루드윅> 재공연의 첫공에서 청년 역으로 출연한 박준휘는 정제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왜 지난 공연에서 관객들이 ‘박준휘’를 찾았는지를 알 수 있었는데, 관객의 마음을 건드리는 그의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박준휘의 베토벤은 광기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다. 얼핏 보여주는 순수성을 통해 안타까움과 안쓰러움, 동정과 연민 또한 느끼게 만들었는데, 박준휘는 이런 복합적 표현을 감각적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철저한 분석과 연습을 통해 구현한 것인지 궁금하다. 박준휘의 디테일하고 살아있는 표현력, 연기력은 그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게 만든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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