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규, 윤현기 연출, 임희철 극본, tvN 토일드라마 <자백> 제8회는 16부작 드라마의 절반을 마무리하며 최도현(이준호 분)의 칠판에 적힌 사항의 기본 윤곽을 시청자들이 알 수 있게 만들었다. 시청자들이 궁금함에 지쳐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면서 드라마 후반부의 재도약을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제9회부터 시작될 후반부는, ‘차승후 중령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는데, 그렇다면 진짜 범인은 최도현의 칠판에 적힌 인물이 아닐 수 있다. 대통령의 조카이자 국회의원 후보인 박시강(김영훈 분)이나, 박시강 또한 긴장하게 만드는 새로운 악의 축 추명근 실장(문성근 분)이 진짜 범인이 아닐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제작진이 제8회 초반에 던진 경고 메시지! 제8회 후반부에 조기탁이 던진 경고 메시지!
<자백> 제7회까지는 ‘지난 이야기’를 통한 요약 혹은 바로 전 회차의 마지막을 반복하고 본편이 시작됐는데, 제8회에는 ‘지난 이야기’ 직전에 경고 메시지가 자막으로 처음 나왔다.
‘본 드라마의 인물, 기관, 사건 등은 모두 실제와 관계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자막이 반어법이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막이 오히려 더 진짜 같다는 느낌을 들게 만든 것도 제작진의 숨은 의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모든 게 다 연관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거잖아. 김선희 살인 사건, 한종구, 10년 전 창현동 살인 사건, 거기에 도현이 아빠랑 우리 아빠, 노선후 검사 사고까지”라는 하유리(신현빈 분)의 대사는 모든 게 다 연관되어 있다는 강력한 암시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막을 통한 경고 메시지는 몰입한 시청자들이 너무 크게 상처입지는 않게 만들려는 배려라고 볼 수도 있다.
“아무리 봐도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럼 누군가 뒤에 있다는 건가?”라는 대사 또한 방산비리, 비선실세, 정경유착이라는 소재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고 여기게 만든다.
<자백> 제8회 후반에는 허재만으로 신분세탁해 살고 있는 조기탁(윤경호 분)의 경고가 무섭게 드러났다. 조기탁을 제대로 쫓고 있다는 반증임과 동시에 더 위험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드라마 속 대사가 와닿는데, 조경선(송유현 분)의 변호를 위해 최도현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면서도 <자백>을 보면서 경험하는 무서움을 진정시키지는 쉽지 않다.
◇ 몰입한 시청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연기를 선보이는 이준호, 남기애, 류경수
<자백> 제8회에서 이준호의 아픈 연기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 아픈 것 같이 보인다. 진짜로 이식받은 심장이 움직인다고 느끼게 만드는 이준호의 연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준호가 연기를 잘한다고 인지하게 만들기보다는 심장이 움직인다는 것을 시청자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든 것인데, 세포기억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이준호의 연기력은 돋보인다. 연기하지 않은 것처럼 진짜 연기를 펼친 놀라움을 발휘한 것이다.
진여사 역 남기애의 연기력 또한 제8회 방송에서 빛났다. 남기애는 강하고 중심을 잡고 있으면서도, 아들의 죽음의 진실을 마주하게 될 때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엄마의 심정을 표현해 매우 여리고 약한 존재라고 느끼게 만들었다.
진여사는 노선후 검사의 심장 이야기를 아직 하지 않고 있는데, 남기애는 진여사의 지금 심정이 어떤지 시청자들이 무척 공감하게 만들고 있다. 진여사는 매우 어색할 수도 있는 캐릭터인데, 남기애의 연기력이 진여사 캐릭터의 빈틈을 보완해 실존적 인물로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한종구 역 류경수의 불안해하는 연기 또한 시선을 집중하게 만든다. 회상 장면, 과거 장면이 아니라면 더 이상 이 드라마에서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는데, 가해자일 때와 피해자일 때 모두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 ‘자벤져스’, ‘자백져스’의 탄생과 최도현, 기춘호 수사 유닛의 론칭
<자백> 제8회에서 최도현, 기춘호(유재명 분), 하유리, 진여사 등 4명은 사건을 함께 파헤치자고 합의했다. ‘자벤져스’ 혹은 ‘자백져스’의 탄생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다양한 빌런(악당)에 맞서는 팀을 구축했다는 점이 시대 분위기와 어울린다.
조기탁의 위험이 가시화되자 하유리와 진여사는 같이 있으면서 조심하기로 하고, 일시적으로 최도현과 기춘호만 전면에 나서기로 했는데 최도현, 기춘호 수사 유닛의 론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진여사는 양인범 부장검사(김중기 분)에게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정보를 주면서 자극해 움직이게 만들었는데, 제7회에서도 그렇게 했었다. 양인범에게 숨기지 않는다는 것을 전달해 아직은 양인범이 자신을 경계하지 않도록 만드는 고도의 전략이라고 볼 수도 있다.
‘칼을 든 살인마와 문 하나를 사이에 둔 이준호!’라는 문구는 제8회 부제라기보다는 제9회 예고처럼 느껴진다. 위험이 바로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존재한다고 볼 수도 있고, 위험하긴 하지만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상황에 매우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 차승후 중령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대통령의 조카 박시강? 새로 등장한 악의 축 추실장?
<자백>은 제8회까지 진행되며 최도현의 칠판을 다 보여줬다. 기춘호, 하유리, 진여사뿐만 아니라 조기탁 또한 칠판에 적힌 조사 상황을 다 봤고, 시청자들에게도 칠판의 내용을 여러 번 보여줬다.
드라마 전반부를 마무리하며 사건의 기본 윤곽을 시청자들에게 알려준 것인데, 시청자들이 궁금함에 지쳐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하면서 드라마 후반부의 재도약을 위한 포석을 만든 것이다.
궁금함을 해소하면서 더 큰 궁금함을 만들었고, 갈등이 해소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면서 더 큰 갈등이 대두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말 멋진 구성이라고 여겨진다.
16부작 드라마인 <자백>에서 제9회부터 시작될 후반부는, ‘차승후 중령 살인사건의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 그렇다면 진짜 범인은 최도현의 칠판에 적힌 인물이 아닐 수 있는데, 대통령의 조카이자 국회의원 후보인 박시강, 혹은 박시강 또한 긴장하게 만드는 새로운 악의 축 추명근 실장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할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