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주최, 콘서트 오페라 <토스카(Tosca)>가 4월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됐다. 스티븐 카르 연출, 존 피오레 지휘로,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이 연주했고, 그란데오페라합창단, cpbc소년소녀합창단이 함께 했다.
◇ 풀 무대를 꾸미지 않고도 연출한 성당 분위기
콘서트 오페라는 연주회 형식의 오페라를 뜻한다. 무대 장치와 의상 없이 콘서트 무대에서 공연하는 오페라인데, 이번 <토스카>는 영상과 조명, 의상의 도움을 받아 세미 스테이지 오페라 형식으로 진행됐다.
영상과 조명을 통한 성당 분위기 연출은 공연 초반부터 인상적이었는데, 무대 맨 앞 촛불 또한 성당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콘서트 오페라이기 때문에 좀 미흡해도 별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이런 디테일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해 공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콘서트 오페라는 음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인데, 음악만 전달할 것인가, 이야기까지 전달할 것인가의 선택에서 예술의전당은 음악과 이야기가 주는 정서를 동시에 선택한 것이다.
◇ 월드 클래스 성악가들이 뭉친, 음악의 향연
<토스카>는 작곡가 푸치니가 절절한 감성을 아리아에 담았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월드 클래스의 성악가들이 뭉쳐 듣는 재미를 배가했다. 카바라도시 역 테너 마시모 조르다노의 목소리에는 절절함이 묻어 있었는데 시원시원한 가창력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토스카 역 소프라노 제니퍼 라울리는 고음에서 특히 탁월함을 발휘했는데, 연속 고음에서 어떻게 저런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지 감탄하게 된다. 토스카는 의심과 질투가 많아 극에 변수를 주는 인물이고, 좋은 여자이지만 비밀을 지키지 못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제니퍼 라울리는 그런 토스카가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노래로 알려줬다.
공연 마지막에 제니퍼 라울리와 마시모 조르다노의 이중창에 박수와 환호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는데, 각각 아리아를 소화할 때와 같이 노래를 부를 때 모두 멋진 무대를 만들었다.
스카르피아 역 바리톤 루치오 갈로의 성량은 놀라웠다. 테너 같은 바리톤이라고 느껴졌는데, 콘서트홀을 목소리로 장악한 듯한 느낌을 줬다. 목동 역 소프라노 이상은은 맑은 목소리로 아이처럼 느껴지게 노래를 부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 예술의전당이 축적한 콘서트 오페라 노하우! 단 1회만 공연하기엔 아깝다
예술의전당은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예브게니 오네긴>, <투란도트>, <피가로의 결혼> 등 지속적으로 콘서트 오페라를 개최하며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번 <토스카> 공연을 직접 관람하니, 월드 클래스의 성악가와 지휘자를 초청하고 단 한 번의 공연만 한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졌다.
클래식과 오페라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적어 관객을 채울 수 없던 시대에는 1회 공연을 했지만, 이제는 관객석만 채울 수 있다면 공연 횟수를 늘리는 선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아이돌 콘서트가 기본적으로 3~4회 공연을 한다는 것을 기준으로 하면, 콘서트 오페라도 원캐스트일 경우 3회의 공연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콘서트홀에서 같은 프로그램의 클래식 연주 공연도 2회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 많이 준비해야 하는 콘서트 오페라의 3회 공연은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콘서트 오페라는 클래식 공연 관객과 오페라 관객을 모두 흡수할 수 있는 공연이다. 다른 것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음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콘서트 오페라가 가교 역할을 하게 될지 오페라 대중화에 기여하게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