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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윌리엄텔’(2) 서로 대립되는 감정과 정서를 완충하는 방법

발행일 : 2019-05-10 07:00:00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오페라단 <윌리엄텔(Guillaume Tell)>에서 서로 대립되는 감정과 정서를 완충하는 방법은 인상적이다. 관객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대상이 많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 최고의 실력을 보여준 성악들의 가창력과 연기력, 그리고 지휘자와 연출가의 힘이라고 여겨진다.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서로 대립되는 감정과 정서를 완충하는 방법
 
<윌리엄텔>에서 서로 대립되는 감정과 정서를 완충하는 방법과 디테일은 훌륭하다. 활과 화살이 아닌 총을 내세워 위협감을 높이면서도 나무배와 꽃 장식으로 완충한다. 이질적이라고 보일 수도 있지만, 이질적인 것을 공존하게 만들어 완충하는 것이다.
 
무대에는 각진 구조물이지만 재질은 따뜻함이 느껴지는 나무를 사용했다. 한쪽 극단으로 정서가 치우치는 것을 방지하는 완충 장치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활과 칼 대신 총이 사용됐기 때문에 무대에 금속제 구조물이 설치됐다면 너무 살벌하게 보였을 수도 있다.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공포의 장면을 표현한 안무도 절묘하다. 완충이라고 볼 수도 있고 순간의 공포를 이미지적으로 부각했다고 볼 수도 있다. 여자무용수는 안무만 담당하는 게 아니라 연기 또한 훌륭하게 소화하는데, 관객의 시선이 본인을 향하고 있지 않은 긴 시간에도 몰입된 연기를 펼치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구조물 2층으로 끌려간 상태의 무력함과 굴욕감을 정말 디테일하게 표현했는데, 대다수의 관객의 시야가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는 짧지 않은 시간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탄하게 된다.

◇ 관객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대상이 많다. 최고의 실력을 보여준 성악가들!
 
<윌리엄텔> 프레스 오픈 리허설에서 윌리엄 텔 역 김동원은 근심으로 숨이 막힌다고 노래 부를 때 가사와 정말 일치하는 표정을 보여줬다. 아리아를 부를 때 여유가 있다는 것이 느껴졌는데, 사람들의 희망이 되는 인물,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인물인 텔이 중심을 확실히 잡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김동원은 느끼게 한다.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아르놀드 역 강요셉은 시원시원하게 아리아를 소화한다. 아르놀드는 정서의 중심이 윌리엄 텔로 이동하기 전에 초반 정서를 이끄는 인물로, 윌리엄 텔에서 이동했던 정서를 다시 받아 극을 이끄는 역할도 한다.
 
김동원이 <윌리엄텔>의 클라이맥스를 빛나게 한다면, 강요셉은 오페라 전체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강요셉이 갈등하는 모습에 관객들은 같이 난감해하고, 다시 질주하는 모습에 더욱 응원하게 되는데, 강요셉의 뛰어난 가창력 속에 담긴 호소력이 관객의 마음속에서 같이 공명하기 때문이다.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마틸드 역 세레나 파르노키아는 낙하산을 타고 내리는 액션신 소화하며 등장한다. “내겐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남자예요”라는 말은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 말인데, 공연 마지막에는 암시의 기능을 했었던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틸드에 대한 관객의 감정은 바뀔 수 있다.
 
강요셉과 세라나 파르노키아는 목소리가 잘 어울린다. 목소리를 들으면 두 사람이 맡은 아르놀드와 마틸드가 잘 어울린다고 느껴진다. 목소리뿐만 아니라 움직임 또한 비슷하다고 느껴지는데, 훌륭한 조합이라고 여겨진다.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제미 역 라우라 타툴레스쿠의 순간적으로 내뿜는 가창력은 시선을 집중하게 만든다. 제미의 분량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생길 정도인데, 윌리엄 텔의 아들 역할을 소화하는 라우라 타툴레스쿠는 미소년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루오디 역 손지훈은 맑은 소리, 굵은 소리를 둘 다 내는데, 단절해 표현하는 게 아니라 노래부르는 사이에 자유롭게 변환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서곡으로 고조된 정서를 제1막 초반에 살리는 역할을 손지훈은 멋지게 소화한다.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게슬러 역 전태현은 게슬러의 잔인함과 게슬러의 초조함을 모두 표현한다. 잔인함을 표현할 때는 그냥 밀어붙이는 스타일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가, 초조함을 표현할 때에는 오른손으로 담배를 피우면서도 왼손으로 오른팔을 잡고 있는데도 흔들리는 모습을 생생하게 연기해 극적 긴장감을 높였다.
 
서로 극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윌리엄 텔과 게슬러는 모두 겉으로는 강하게 보이지만, 속으로는 모두 긴장하고 초초하다는 것을 김동원과 전태현은 실감 나게 보여줬다. 자신이 준 시험을 텔이 통과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슬슬 드러내기 시작한 게슬러는 텔이 사과를 맞히는 모습을 쳐다보지도 못한다. 전태현은 그런 게슬러의 얼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내면 심리와 정서의 반전을 표현한 섬세한 연출과 연기는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텔이 활을 쏘고 나서 앞이 안 보이고 다리가 풀리는 모습을 김동원 또한 실감 나게 보여줬다.
 
<윌리엄텔>은 게슬러의 긴장을 먼저 보여주고, 텔의 긴장을 뒤늦게 전달했는데, 누가 진짜 두려움에 떨고 있는가를 동작과 표정을 통해 깊게 표현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텔 자체가 무섭기도 하지만, 텔이 일깨운 대중의 증오심을 게슬러는 무서워했는데, 그런 것을 보면 <윌리엄텔>에서 게슬러의 감각은 살아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게슬러 캐릭터의 설정과 표현이, 윌리엄 텔과 아르놀드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윌리엄 텔>에서 국립합창단은 스위스 사람들을 맡았고,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은 오스트리아 군인들을 맡았다. 국립합창단이라는 것을 알고 들어서 그렇게 들릴 수도 있지만, 스위스 사람들의 합창 화음은 무척 좋았다.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은 오페라 무대에 많이 선 합창단답게 극적인 장면에서 뛰어난 움직임과 합창을 전달했다.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윌리엄텔’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윌리엄 텔>의 주요 인물은 더블캐스트로 진행되는데, 프레스 오픈 리허설과 다른 조합인 성악가 김종표, 김효종, 정주희, 구은경은 어떤 멋진 무대를 선사할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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