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SUV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뜨겁다. 승용차 라인업을 축소하고 SUV 비중을 늘리는 업체도 많다. 푸조와 시트로엥을 수입하는 한불모터스가 최근 SUV 신모델을 쏟아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라인업에 합류한 C5 에어크로스는 준중형급 SUV다. 차체 길이는 4500㎜로 현대 투싼(4480㎜)과 비슷하고, 차체 너비는 1840㎜로 투싼보다 10㎜ 좁다. 대신 차체 높이는 투싼보다 50㎜가 높아 차급보다 차체가 커 보인다. 푸조 라인업과 비교하면, 5008 SUV보다는 길이가 140㎜ 짧고, 3008 SUV보다는 53㎜ 길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영락없는 ‘시트로엥’이다. 실내 곳곳에 직사각형 패턴을 새겨 넣고, 고급스러운 가죽과 직물 소재를 듬뿍 썼다. 다만 도어 트림에 사용된 플라스틱은 조금 저렴해 보인다. 표면 질감을 좀 더 고급스럽게 다듬었다면 훨씬 좋을 뻔했다.
2열 시트는 1인용 좌석을 이어붙인 것처럼 설계됐다. 덕분에 개별적으로 폴딩과 슬라이딩 기능을 이용할 수 있어 훨씬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트렁크는 기본 580ℓ 용량인데,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630ℓ까지 늘어난다.
파워트레인은 1.5ℓ 또는 2.0ℓ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로 구성됐다. 무엇보다 수동 기반 자동변속기 ETG를 버리고 자동변속기를 채택한 게 반갑다. 두 종류의 엔진 중 나는 2.0ℓ 엔진을 얹은 시승차가 배정됐다. 이 차의 최고출력은 177마력, 최대토크는 40.8㎏·m다.
PSA 그룹 디젤 엔진의 가장 큰 장점은 정숙성과 친환경성이다. 기본적으로 매우 조용한 데다, 가속 때의 소음도 크지 않다. ‘오토 스톱 앤 고’ 작동 때 쥐도 새도 모르게 재시동이 걸리는 것도 인상적이다. 재시동의 정숙성에서는 세계 톱클래스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1.5 모델의 정숙성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조용하다는 기자도 있고, 2.0에 비해서는 시끄럽다는 기자도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1.5 모델을 직접 타보고 결론을 내릴 생각이다.
승차감은 포근하고 말랑말랑하다. 새롭게 적용한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 서스펜션은 댐퍼 상하에 추가된 두 개의 유압식 쿠션이 급격한 이완과 수축을 조절함으로써 차체의 움직임을 최대한 부드럽게 만든다. 과속방지턱이 유독 많았던 이번 시승 코스에서 새로운 서스펜션은 더욱 돋보였다. 승차감 면에서는 같은 플랫폼으로 개발된 푸조 5008, 3008보다 한 수 위다.
C5 에어크로스 2.0의 인증 연비는 도심 11.8㎞/ℓ, 고속도로 14.0㎞/ℓ인데, 이번 시승에서 나는 15.1㎞/ℓ, 동승자는 18.8㎞/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푸조와 시트로엥의 한국 인증 연비는 실제보다 비교적 낮게 나오는 편인데, 실제 운행을 하게 되면 연비 면에서 불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안전장비도 자랑거리다. 차선이탈 장지장치와 액티브 시티 브레이크 등의 15가지 주행보조 시스템이 기본 탑재되며, 2.0 모델에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추가된다.
커넥티드 캠은 1.5 SHINE과 2.0 SHINE에 장착돼 있는데, 영상과 사진 촬영은 되지만 외부에서 장착하는 블랙박스 수준은 아니라는 게 한불모터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C5 에어크로스의 가격은 1.5 FEEL이 3943만원, 1.5 SHINE이 4201만원, 2.0 SHINE이 4734만원이다. 1.5 모델은 내가 타보지 않았기 때문에 가성비를 평가하기 힘들지만, 2.0 모델은 틈새시장을 노려본다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SUV가 워낙 많기 때문에 단순히 가격으로 승부하긴 힘들겠지만, 시트로엥 특유의 개성과 높아진 품질을 적극적으로 알린다면 성과가 있을 것이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SUV시장에 던진 시트로엥의 승부수. 브랜드 인지도 향상이 승패를 가를 듯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