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NEW! 뮤지컬 <그리스>가 4월 30일부터 8월 11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대니 역을 맡은 정세운의 안무를 보면 같은 안무인데 더 멋있게 보이고 눈에 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르게 안무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 새롭게 강화된 <그리스>, 입체에 익숙하게 한 후 입체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그리스>은 ‘ALL NEW! 뮤지컬’이라는 수식어처럼 비주얼이 강화된 시작이 인상적이다. 공연 처음에 쇼처럼 시작한다. 영상을 과감하게 사용해 쇼 무대처럼 시작한 뮤지컬은 허세작렬한 캐릭터들을 돋보이게 만들고 있다.
공연 시작 전과 인터미션에 무대 벽면에 디스플레이 되는 ‘GREASE’라는 단어로 만들어진 입체적 도형은, 관객이 영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자를 입체로 표현한 디자인은 영상이 입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만듦으로써, 공연 중에 펼쳐지는 영상을 실제 입체처럼 느끼게 만들고 있다. <그리스>에서의 카 체이싱 장면은 영화 영상으로 표현됐을 때보다 실재감이 줄어들었을 수도 있는데, 실제로 공연을 보면 카 체이싱 게임을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리스>의 영상이 입체라는 것을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것은 무척 똑똑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10각형의 폐쇄된 무대를 반으로 잘라서 개방한 것처럼 표현한 무대는 관객이 봤을 때 다섯 개의 면을 가지고 있다. 세 개의 면으로 면 사이의 각도가 큰 것도 아니고 완전 반원형도 아니기 때문에, 영상을 표현하기에도 용이하고 불량스럽고 각진 것 같으면서도 착하고 둥글둥글한 면도 있는 등장인물들의 양면성을 이미지적으로 표현하기도 적합하다.
기존의 <그리스>가 감각적이고 화려했다면, 이번 공연은 감각적이면서도 내면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려고 했다고 느껴진다. 대니(서경수, 김태오, 정세운 분)와 샌디(양서윤, 한재아 분), 케니키(박광선, 임정모 분)와 리조(허혜진, 황우림 분)의 행동과 내면을 잘 보여주면서, 다른 인물들은 행동을 보여주는 것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두디(기세중, 이석준 분)와 프렌치(김이후(김지혜), 정수지 분), 로저(김영한, 이상운 분)와 잔(이가은, 임남정 분), 소니(이우종, 배나라 분)와 마티(이상아, 정예주 분), 빈스(임기홍, 김대종 분)와 미스 린치(김현숙 분), 유진(이선덕, 이동욱 분)과 패티(길하은, 정현지 분) 또한 각각의 인물의 내면을 명확하게 표현한다는 점은, 재관람할 때 더욱 재미있게 느낄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배우들의 가창력이 전체적으로 좋은데, 뛰어난 가창력 속에 표현되는 가사 전달력은 각각의 내면을 더욱 디테일하게 전달한다.
◇ 정세운의 아이솔레이션! 같은 안무인데 더 멋있게 보이고 눈에 띄는 이유인가?
ALL NEW! 뮤지컬 <그리스>에서 정세운은 대니가 잘 노는 애 같기도 하지만, 순수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잘 표현한다. 정세운의 가창력뿐만 아니라 움직임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움직임 중에서도 안무를 소화할 때의 동작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정세운은 뮤지컬 속에서 디테일한 움직임과 억양으로 웃음을 주기도 한다. 육상부에 가입하는 모습을 비롯해 행동 하나하나에 순수함과 허세, 그리고 허당기가 모두 담겨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
정세운은 춤을 출 때 순간 브레이크를 하는 것 같은 동작을 펼친다는 느낌을 준다. 그렇지만 좀 더 세밀히 보면 실제로 브레이크를 주지 않은 동작에서 부분적으로 브레이크를 주는 것처럼 시선을 집중하게 만든다. 춤을 출 때 동작의 아이솔레이션(isolation)을 뛰어나게 발휘하기 때문이다.
아이솔레이션은 분리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무용에서는 손, 팔, 머리, 몸통, 다리, 발을 분리해 안무를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슷한 동작이지만 수준급의 고급스러운 춤으로 보이는 경우 아이솔레이션이 명확한 경우가 많다.
정세운은 몸통은 움직이지 않고 프레임을 유지하면서 팔만 돌리거나, 손과 팔을 분리해서 움직이는 등 아이솔레이션을 춤을 추는 거의 모든 시간에 시행한다. 정세운은 춤을 잘 추는 배우처럼 안무를 소화하는 게 아니라, 무용수처럼 안무를 소화하는 것인데, 무척 말라 보이는 외모는 동작의 아이솔레이션을 더욱 부각하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이어지는 움직임 중에 펼쳐지는 브레이크의 순간에 관객은 ‘헉’하게 되면서, 같이 멈칫할 수 있다. 흐름 속에 눈으로 보이던 동작들이 마음속으로 훅 들어와 그 순간에 감정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아이솔레이션을 뛰어나게 구사하는 정세운은, 실제로 온몸을 모두 멈추는 브레이크 순간이 아닌 시간에도 안무를 통해 관객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것이다. 같은 동작을 하면서도 정세운의 안무가 더 멋있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스>는 춤이 무척 중요한 뮤지컬이다. 춤 동작이 캐릭터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제2부가 시작할 때의 댄스파티 장면은 관객석 통로에서 배우들이 댄스 타임을 가지면서 펼쳐졌는데, 가까이에서 본 관객들은 더욱 실감 나게 느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