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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장르와 시간의 경계를 뛰어넘는 독특한 연출과 연기

발행일 : 2019-05-22 14:01:16

테리 길리엄 감독의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El hombre que mato a Don Quijote, The Man Who Killed Don Quixote)>는 제71회 칸영화제 폐막작 선정을 비롯해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 및 공식 초청받은 영화다.
 
실제 관람하면 영화제들이 선택할 만큼 독창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칸영화제 상영 후 약 20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자극추구가 될 수 있는 영화하는 점이 눈에 띈다.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 원작에서 부분부분을 가져와 감독의 상상력 가미해 현대적으로 만든 이야기! 토니는 감독의 자화상?
 
보드카 광고 촬영을 위해 스페인의 작은 마을로 오게 된 잘 나가는 천재 CF 감독 토비(아담 드라이버 분)는 촬영에 고전을 겪는 중, 우연히 스페인에서 촬영했던 자신의 졸업 작품이자 출세작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DVD를 보게 되고, 당시 영화 촬영 장소를 찾아간다.
 
진짜 돈키호테(조나단 프라이스 분)가 된 구둣방 할아버지는 토비에게 ‘산초’라고 부르며 반갑게 맞이한다. 17세기(!) 돈키호테와 21세기 산초(?)의 만남은 환상적이고 기묘한 여행을 시작하게 만든다.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는 원작에서 부분부분을 가져와 감독의 상상력 가미해 현대적으로 만든 이야기이다.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스토리텔링은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을 수도 있고, 감독이 돈키호테와 같은 상상력을 발휘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영화 속 천재 CF 감독인 토비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현지 주민들을 배우로 섭외하기도 하는 등 기존 틀을 깨기 위해 과감한 시도를 하는데, 테리 길리엄 감독이 자신의 모습 혹은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토비에게 투영했다고 볼 수 있다.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원작 소설과 영화, 현실의 경계를 마구 넘나드는데, 세 가지의 차원이 만났다 헤어졌다, 겹쳐졌다 분리됐다를 반복하는 느낌을 준다. 과거와 현재도 같은 방법으로 넘나드는데, 재현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도 있다. 그렇지만 무척 모범적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는, 스토리텔링이 갈피를 잡지 못하게 진행된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영화 속 토니 못지않게 테리 길리엄 감독과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자체도 독특하다. ‘돈키호테’가 주인공인지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가 주인공인지 영화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가지게 만드는데, 정서와 감정의 중심이 누구인지도 관객이 감정이입할 때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완전히 초현실적이지도 않고, 정직하게 현실적이지도 않은, 두 가지가 겹쳐져 있다고 느껴지는 영화인데, 디테일에서 큰 재미를 느끼는 관객은 특히 더 많이 깨알 같은 환희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진짜 돈키호테라면 저렇게 진지했을 것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조나단 프라이스의 연기력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에서 돈키호테 역 조나단 프라이스는 직접 말을 타고 연기를 펼치는 장면을 무척 인상적으로 표현했다. 산초라고 불리는 토비 역 아담 드라이버가 개성적이고 독특한 연기를 펼친다면, 조나단 프라이스는 그 자체가 개성이자 독특함으로 느껴진다. 토비가 돈키호테로 오해받는 게 아니라 산초로 오해받았다는 것은, 독특함에도 차원의 다름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조나단 프라이스의 돈키호테는 희화화된 인물이라기보다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무척 진지한 인물로 보이는데, 진짜 돈키호테라면 저렇게 진지했을 것이라고 느껴진다.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는 토비와 돈키호테가 이야기를 주로 이끌어가지만, 재키(올가 쿠릴렌코 분), 보스(스텔란 스카스가드 분), 안젤리카(조아나 리베이로 분) 또한 중요한 순간에 정서와 스토리텔링을 이어가거나 반전을 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는 ‘돈키호테’에 왜 많은 사람들이 흥분하는지 핵심을 꿰뚫고 있는 작품이다. 꿈과 모험은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처럼 느껴지고, 비현실적인 도전, 예상치 못한 우연한 성공과 예견된 실패에 관객들은 공감과 위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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