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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2019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더뮤즈오페라단 ‘배비장전’ 소극장을 보완하고 완충한 디테일은?

발행일 : 2019-05-28 17:51:02

2019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더뮤즈오페라단 <배비장전>이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됐다. 박창민 작곡, 김태웅 연출, 이경민 지휘로 김희은이 엘렉톤을, 이정은 예술감독이 직접 피아노를 연주했다.
 
대극장에서 소극장으로 무대를 전환한 <배비장전>이 무대 전환 등의 특수 장치와 음향의 도움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서도 어떻게 이전에 보여준 예술성과 재미를 펼칠지 궁금했었는데, 뛰어난 가창력과 팀워크를 발휘한 성악가들과의 공유와 교감은 멋진 공연을 관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게 만들었다.

2019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더뮤즈오페라단 ‘배비장전’ 공연사진. 사진=더뮤즈오페라단 제공 <2019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더뮤즈오페라단 ‘배비장전’ 공연사진. 사진=더뮤즈오페라단 제공>

◇ 대극장에서 소극장으로 무대를 전환한 <배비장전>, 무대 전환 특수 장치, 음향의 제약을 보완하고 완충한 디테일은?
 
더뮤즈오페라단 창단 10주년 기념작품인 <배비장전>은 제9회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창작부문 최우수상 수상작으로, 제1회 및 제2회 대한민국 창작 오페라 페스티벌 참가작이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됐던 오페라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공연으로 올리며 무대의 설정과 디테일을 완충하고 보완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대극장에서 소극장으로 무대를 옮길 경우, 무대 전환 특수 장치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고, 음향의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관객은 기존의 감동을 모두 느끼기를 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9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더뮤즈오페라단 ‘배비장전’ 공연사진. 사진=더뮤즈오페라단 제공 <2019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더뮤즈오페라단 ‘배비장전’ 공연사진. 사진=더뮤즈오페라단 제공>

이번 <배비장전>은 큰 무대 전환 없이 단일 세트로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장소가 바뀌는 것을 표현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크지 않은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무대로 등퇴장하는 좌우 동선과 무대 뒤편을 돌아서 드나드는 동선을 만들어 등장인물이 멀리서 오기도 하고, 다른 장소로 멀리 가기도 한다는 점을 표현했기 때문에, 관객이 상상력을 발휘해 더욱 감정이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대극장의 웅장함을 소극장의 아기자기함으로 만드는데 성악가들의 노력이 많이 들어갔는데, 특히 배비장 역 바리톤 염현준은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히 계속되는 표정 연기를 통해 관객들이 소극장 오페라에서의 연극적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2019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더뮤즈오페라단 ‘배비장전’ 공연사진. 사진=더뮤즈오페라단 제공 <2019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더뮤즈오페라단 ‘배비장전’ 공연사진. 사진=더뮤즈오페라단 제공>

만약 염현준이 표정 연기에만 능통했으면 정통 오페라보다는 코믹한 재미에 치중한 공연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었겠지만, 뛰어난 가창력과 성량, 노래할 때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갖춘 성악가가 펼치는 표정 연기는 품격 있는 재미를 관객들에게 선사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뛰어난 가창력과 팀워크를 발휘한 성악가들
 
이번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서 <배비장전>은 두 팀이 세 번의 공연을 펼쳤다. 애랑(소프라노 이정신, 이현주 분)은 배비장(바리톤 염현준, 이태영 분)과 호흡을 맞추기 전에 정비장(테너 송준, 류승욱 분)과의 에피소드를 먼저 소화하고, 사또(바리톤 김민성, 김태일 분)와도 거리를 좁혔다 늘렸다를 반복해야 한다. 방자(테너 윤주현, 위정민 분)와 향단(소프라노 하수진, 한송이 분)은 서로 좋아하고 있는 상황일 것이라고 관객의 추측하며 관람할 수 있다.

2019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더뮤즈오페라단 ‘배비장전’ 공연사진. 사진=더뮤즈오페라단 제공 <2019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더뮤즈오페라단 ‘배비장전’ 공연사진. 사진=더뮤즈오페라단 제공>

소극장 오페라에서는 무대와 공연장의 크기 때문에 성악가들의 가창력보다 서로를 배려하는 팀워크가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대극장에서의 소리와 움직임을 다 발휘하기보다는 주변 환경과 다른 출연자에 맞춰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관객들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관람한 염현준 팀의 <배비장전>에서 무대 초반에 등장한 테너 송준은 아리아를 감미롭게 소화해 공연 초반 정서를 만들었다. 송준의 멋진 아리아는 정비장이 원래 그런 사람이어서 정신을 못 차린 게 아니라 애량의 미모에 어쩔 수가 없었다고 관객이 느끼게 만든다. 공연 전체로 볼 때 분량이 많다고 볼 수는 없지만 송준은 초반 정서를 잘 살림으로써 관객이 애량에게 더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2019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더뮤즈오페라단 ‘배비장전’ 공연사진. 사진=더뮤즈오페라단 제공 <2019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더뮤즈오페라단 ‘배비장전’ 공연사진. 사진=더뮤즈오페라단 제공>

방자 역 윤주현과 향단 역 하수진은 테너와 소프라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소리와 노래 자체를 돋보이게 하기보다는, 절제된 노래와 움직임으로 배비장과 애랑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만약 대극장이었으면 방자와 향단이 절제를 하지 않아도 큰 무대와 공연장이 그들의 에너지를 모두 흡수해 확장시켰을 것이지만, 소극장에서는 소리의 충돌과 간섭이 벌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윤주현과 하수진의 팀워크는 무척 훌륭했다고 여겨진다.

2019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더뮤즈오페라단 ‘배비장전’ 공연사진. 사진=더뮤즈오페라단 제공 <2019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더뮤즈오페라단 ‘배비장전’ 공연사진. 사진=더뮤즈오페라단 제공>

윤주현과 하수진은 두 사람이 같이 무대에 오르는 장면에서 정말 좋은 케미를 보여줬다. 방자와 향단이 서로 꽁냥꽁냥한 사랑의 감정을 나누는 모습이 오랫동안 부각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그들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고 느꼈을 것인데, 직접적인 언어와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정서적인 뉘앙스를 만든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케미가 무척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랑 역 이정신은 이번 무대에서 너무 직설적으로 과하게 배비장을 응징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대극장이었으면 강하게 응징하는 모습에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수도 있지만, 무대와 관객석이 매우 가까운 소극장에서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했으면 관객들은 오히려 불편함을 느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9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더뮤즈오페라단 ‘배비장전’ 공연사진. 사진=더뮤즈오페라단 제공 <2019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더뮤즈오페라단 ‘배비장전’ 공연사진. 사진=더뮤즈오페라단 제공>

이정은 예술감독과 김태웅 연출의 디테일을 성악가들이 이해하고 밀착해 공유하고 표현했기 때문에 촘촘하고 재미있는 공연이 펼쳐질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배비장전> 무대가 다시 대극장으로 옮길 때 그들이 어떤 에너지를 발산할지 기대가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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