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영화

[ET-ENT 영화] ‘기생충’ 디테일한 불편함은 심사위원에게 신선함! 일반 관객의 반응은?

발행일 : 2019-05-29 14:55:08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은 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송강호’, ‘봉준호’에 ‘칸’까지 영화를 관람하기 전부터 호기심과 화제성을 높이는 작품이다.
 
영화의 설정과 디테일은 무척 놀랍다. 반전을 펼치는 방법도 무척 흥미롭다. 영화 속 디테일한 불편함이 심사위원들에게는 신선함이었을 것인데, 일반 관객은 신선함으로 느낄 수도 그냥 불편함 자체로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초반 흥행은 예견된 상태에서, 개봉 후 일반 관객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기생충’ 공연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기생충’ 공연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 디테일한 불편함은 영화제 심사위원에게 신선함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일반 관객의 반응은?
 
<기생충>에서 다혜(정지소 분)의 집에 갈 때 기우(최우식 분)의 뒷모습을 원경으로 포착해 기우를 매우 작게 보이게 만들었다. 이때의 음악은 매우 음산하게 들린다. 반면에, 바로 이어지는 다음 장면에서 기우가 다혜의 집 안으로 들어갈 때 기우의 모습은 다시 크게 잡힌다.
 
다혜의 집을 기준으로 볼 때 외부인일 때 기우는 무척 작은 존재이지만, 그 안으로 들어갔을 때 존재감은 갑자기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초반 이런 디테일은 심사위원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시야를 집중하게 만드는데 중요하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

‘기생충’ 공연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기생충’ 공연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영화는 불편함 또한 디테일하게 담고 있다. 영화제 심사위원에게는 핵심을 꿰뚫고 있는 영화 속 불편함이 신선함으로 다가갔을 것인데, 일반 관객들은 어떻게 느낄까? 잘 아는 사람 소개, 믿는 사람의 소개, 믿음의 벨트는 잘난 척하고 허세 부리는 기득권들의 허점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들만의 리그에 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영화를 보면서도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무척 고급스럽게 표출됐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거부감이 들지는 않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기생충>에서 부부인 박사장(이선균 분)과 연교(조여정 분)는 가진 자의 상징이지만, 악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영화는 가진 자를 악으로 표현하지 않았고, 가진 자를 나쁜 사람으로 그리지 않았다. 가진 자를 악의 전형으로 표현하지 않은 것에 대해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느끼는 관객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가지지 않은 자에 대한 표현과 덧붙여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기생충’ 공연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기생충’ 공연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기생충’이라는 제목은 역설적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가지지 못한 자에 대한 비하로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대놓고 무시하지는 않고 표면적으로는 존중하고 대우를 하지만, 반지하의 냄새, 지하철에서 나는 냄새에 대해 박사장과 연교는 진심으로 불쾌함을 드러낸다.
 
가진 자 특유의 무시와 멸시를 할 때 품격을 지키면서도 깔보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고용된 사람을 자를 때도 자신의 마음과 기준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자른다고 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매우 합리적이라고 느낄 이유를 만든다.

‘기생충’ 공연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기생충’ 공연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다른 부류의 사람으로 여기면서도 우아함을 유지하며 경계를 설정하는 모습 등 영화 속 디테일한 불편함이 심사위원들에게는 신선함이었을 것인데, 일반 관객은 신선함으로 느낄 수도 그냥 불편함 자체로 느낄 수도 있다. 관객은 카타르시스로 받아들일 수도, 그냥 불편함 자체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기생충>에서는 훔쳐보는 사람을 또다시 훔쳐보는 모습도 있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서 또다시 훔쳐보는 사람에게 감정이입한 사람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고, 자신의 모습이 여러 차원을 거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고 느끼는 사람은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 수도 있다.

‘기생충’ 공연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기생충’ 공연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은 무계획’이라는 영화 속 표현에 유쾌한 웃음을 짓는 관객도 있을 것이고, 학습된 무기력, 학습된 무력감이 느껴져 우울해지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기생충>은 관객보다 심사위원에, 흥행보다 영화제에 더 초점을 맞춰 만들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 <기생충>에서 반전을 펼치는 흥미로운 방법
 
<기생충>에서 반전을 사용하는 방법은 정말 흥미롭다. 여러 번의 크고 작은 반전이 나오는데, 뻔하게 예상할 수 있는 반전은 작은 반전으로 먼저 펼쳐지고 진짜 큰 반전은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생각됐을 때 나온다.

‘기생충’ 공연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기생충’ 공연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관객은 예상했던 반전이 펼쳐지는 것을 보면서 긴장의 끈을 어느 정도 풀 수도 있다. 명확한 반전이 나왔다고 관객이 확신하게 만든 후, 진짜 반전을 만드는데 자극추구를 원하는 관객은 더 많은 재미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 영화 초반 정서를 이끈 최우식과 박소담
 
<기생충>은 송강호(기택 역)를 비롯해 장혜진(충숙 역), 이정은(문광 역)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최우식과 박소담(기정 분)은 영화 속 갈등이 첨예하게 격발하기 전, 영화 초반의 정서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

‘기생충’ 공연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기생충’ 공연사진. 사진=CJ 엔터테인먼트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기생충>에서 최우식은 현실적 공감과 판타지를 모두 구현한다.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것에 대해 희망을 가지면서도, 과도하다고 느낄 정도로 당당하게 표현하기보다는 용감함과 주저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표현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박소담은 최우식의 질주에 개연성을 불어넣는 역할을 실감 나게 표현한다. 영화를 보면서 사기 아닌가 생각하던 관객에게, 다송(정현준 분)의 자화상에 대한 해석을 하면서 미술 심리학, 미술 치료에 대한 일침을 내리는 모습을 표현할 때의 눈빛과 목소리는, 관객이 기정 캐릭터에 대해 가졌던 거리감을 순간적으로 좁히는 역할을 한다. 실제 모습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박소담의 연기력은 <기생충>에서도 빛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