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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메피스토’ 마르게타 린지(임민지)! 자신의 존재감보다 상대와의 시너지를 선택하다

발행일 : 2019-05-30 07:00:00

메이커스프로덕션 제작 <메피스토>가 5월 25일부터 7월 28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 중이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욕망이라는 감정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뮤지컬이다.

‘메피스토’ 마르게타 역 린지(임민지). 사진=메이커스프로덕션 제공 <‘메피스토’ 마르게타 역 린지(임민지). 사진=메이커스프로덕션 제공>

◇ 마르게타를 복합적인 감정을 감내하는 캐릭터로 묘사해, 디테일한 감정 표현에 집중한 임민지! 대화할 때의 시선 처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메피스토>는 영상의 빨간색 꽃이 검은색으로 변하며 시작한다. 등장인물은 복합적인 내면을 가진 인물과 명확하게 하나의 캐릭터를 보유한 인물로 구분된다. 파우스트(남우현, 켄, 노태현, 남태현 분)와 메피스토(신성우, 김법래, 문종원 분)는 서로 몸이 바뀌는 1인 2역으로 복합적인 내면과 감정을 가진 인물이다.
 
그에 비해 보세티(김수용, 최성원, 정상윤 분), 캘리(백주연, 황한나 분), 패터슨(김효성, 백시호 분)은 명확하고 단일한 캐릭터를 가진 인물이다. 보세티, 캘리, 패터슨은 무대에서 큰 완급 조절 없이도 질주가 가능하다.

‘메피스토’ 마르게타 역 권민제(선우), 나영. 사진=메이커스프로덕션 제공 <‘메피스토’ 마르게타 역 권민제(선우), 나영. 사진=메이커스프로덕션 제공>

그렇다면 마르게타(권민제(선우), 린지(임민지), 나영 분)는 어떨까? 마르게타는 단일하고 확고한 내면을 가진 캐릭터로 표현할 수도 있고, 복합적인 감정을 감내하는 캐릭터로 표현할 수도 있다.
 
임민지는 마르게타를 복합적인 감정을 감내하는 캐릭터로 해석한 것으로 생각된다. 공연을 직접 관람하면 임민지의 마르게타가 표현해야 하는 감정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메피스토’ 파우스트 역 남우현, 켄. 사진=메이커스프로덕션 제공 <‘메피스토’ 파우스트 역 남우현, 켄. 사진=메이커스프로덕션 제공>

임민지는 대사를 할 때 관객석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하는 대사가 아니라면, 상대 배우를 계속 바라보며 대사를 했다. 상대 배우가 대사를 할 때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상대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움직임이 없이 제자리에서 같은 시야로 서 있기 때문에, 관객은 특별히 집중하지 않으면 그런 임민지의 모습이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이 대사를 할 때와 상대방의 대사를 들을 때 상대에게 집중하면서도 자신만의 움직임과 시선을 가질 때 관객들에게는 더욱 존재감 있게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상대방이 전달하는 디테일한 뉘앙스를 다 받을 수는 없다.

‘메피스토’ 파우스트 역 노태현, 남태현. 사진=메이커스프로덕션 제공 <‘메피스토’ 파우스트 역 노태현, 남태현. 사진=메이커스프로덕션 제공>

<메피스토>에서 임민지는 멋있고 예쁘게 움직이려고 하기보다는, 극중 파우스트 박사를 비롯한 상대 배역에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신의 존재감보다는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의 흐름과 상대 배우와의 호흡을 더욱 중요하게 선택한 것이다.
 
보세티의 악행을 어떻게 해서든 막으려고 하면서도, 보세티를 바라볼 때의 감정이 분노가 아닌 염려와 안타까움으로 느껴지게 만든 임민지의 표현력에 감탄하게 된다. 분노로 느껴지게 만들었다면, 가족 간의 유산 상속으로 인한 갈등일 것이라고 관객들은 추측했을 수도 있고, 그랬다면 마르게타에게 감정이입한 관객은 그 순간 멈칫했을 수도 있다.

‘메피스토’ 메피스토 역 신성우, 김법래. 사진=메이커스프로덕션 제공 <‘메피스토’ 메피스토 역 신성우, 김법래. 사진=메이커스프로덕션 제공>

<메피스토>에서 임민지는 감미롭게 뮤지컬 넘버를 부르기도 하고, 내면의 독백 같은 노래도 잘 소화했다. 무대에 혼자 남아 독창을 부를 때는 뛰어난 가창력과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했는데, 극의 흐름 자체를 이끄는 더 큰 역할을 맡아도 멋지고 합리적으로 소화할 것이라고 기대된다.
 
임민지는 모범적인 스타일, 단아한 스타일의 복장과도 잘 어울린다는 것을 <메피스토>에서 보여준다. 평소에도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는 임민지의 성향에서 추정하면, 모범적이고 단아한 스타일의 복장을 입었을 때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에도 많은 생각을 했었겠다는 느낌을 무대에서 받을 수 있다.

‘메피스토’ 메피스토 역 문종원, 보세티 역 김수용. 사진=메이커스프로덕션 제공 <‘메피스토’ 메피스토 역 문종원, 보세티 역 김수용. 사진=메이커스프로덕션 제공>

<메피스토>는 ‘부정적인 감정, 괴로움의 감정을 없애면 행복해질까?’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관객은 그대로의 감정을 존중, 수용, 전념하는 게 답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복합적인 내면을 감내하는 임민지의 마르게타가 만드는 정서와 일맥상통한다.
 
◇ 1인 2역을 소화하는 파우스트와 메피스토 배우들! 2명이 아닌 실질적으로 4명의 상대방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마르게타 배우들!
 
<메피스토>에서 파우스트와 메피스토를 맡은 각각의 배우들은 직접 1인 2역을 소화한다. 반면에 마르게타를 맡은 배우들은 파우스트와 메피스토와 모두 같이 연기를 펼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는 파우스트의 외모를 파우스트, 메피스토 외모의 파우스트, 메피스토 외모의 메피스토, 파우스트 외모의 메피스토 등 4명의 상대방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

‘메피스토’ 보세티 역 최성원, 정상윤. 사진=메이커스프로덕션 제공 <‘메피스토’ 보세티 역 최성원, 정상윤. 사진=메이커스프로덕션 제공>

연기라고 생각하고 하면 별로 어렵지 않을 수도 있지만, 본인이 진짜 마르게타라고 감정이입해 몰입하면, 공연을 할 때는 집중하느라 그 당시에는 바로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끝나고 나서 무척 머리 아프고 마음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만약 마르게타를 맡은 배우가 그렇게 느낀다면 무대에서 진정성 있는 연기를 펼친 것이기 때문에 관객의 만족도는 높아졌을 것인데, 대신 배우는 공연 후 공허함에 휘청일 수도 있다.
 
파우스트, 메피스토와 마찬가지로 마르게타의 대사 또한 복잡한 내용이 많아서 쉽지가 않다. <메피스토>는 경사면에서의 연기를 펼쳐야 하기 때문에 평면에서의 연기보다 당연히 쉽지 않은데, 특히 힐을 신은 여배우들은 더욱 힘들 수 있다. 마르게타와 캘리는 힐을 신은 채 돌출 무대의 계단 또한 빠르게 올라가야 한다.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하는 배우들이 있기에 공연은 더욱 빛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메피스토’ 캘리 역 백주연, 황한나. 사진=메이커스프로덕션 제공 <‘메피스토’ 캘리 역 백주연, 황한나. 사진=메이커스프로덕션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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