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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엑스맨: 다크 피닉스’ 명분을 가진 빌런(악당), 인간관계의 갈등을 겪는 마블의 슈퍼히어로(영웅)

발행일 : 2019-06-05 14:00:00

사이먼 킨버그 감독의 <엑스맨: 다크 피닉스(X-Men: Dark Phoenix)>는 최근의 마블 슈퍼히어로 무비들과 마찬가지로 명분이 있는 악당과 선과 악의 대결, 정의의 구현 못지않게 일반적인 사람들처럼 인간관계에 갈등을 겪는 슈퍼히어로가 등장한다. 영화는 ‘틀리다’, ‘다르다’, ‘다양하다’의 개념 차이에 대해 떠오르게 만드는데, 다름을 두려움으로 느끼기보다는 다양성 자체를 존중하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한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엑스맨: 다크 피닉스’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 명분이 있는 마블의 빌런(악당), 선과 악의 대결, 정의의 구현 못지않게 인간관계의 갈등 해소에도 많은 관심을 가진 마블의 슈퍼히어로(영웅)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Avengers: Infinity War)>, <어벤져스: 엔드게임(Avengers: Endgame)>에서와 마찬가지로 <엑스맨: 다크 피닉스>에 등장하는 빌런(악당)은 명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선과 악의 대결에서 누가 뭐래도 악의 화신을 담당했던 마블의 빌런들이 변화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트렌드처럼 자리 잡고 있다. 빌런의 명분은 합리적이라기보다는 왜곡됐거나 혹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부여된 경우가 많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미워할 수 있었던 과거의 악당들과는 결을 달리한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의 스미스(제시카 차스테인 분)에게도 생존을 위한 절박함이라는 명분이 있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엑스맨: 다크 피닉스’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반면에 슈퍼히어로들은 완벽한 정의의 사제로 선과 악의 대결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는 존재가 더 이상 아니다.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인간관계의 갈등과 좌절을 겪고, 갈망, 분노, 고통, 번뇌에 힘들어한다.
 
이는 마블 슈퍼히어로 무비가 화려한 영상만 즐기면 되는, 편하게 볼 수 있는 팝콘 무비가 더 이상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마블의 진화되는 영웅과 악당 캐릭터를 보면서, 예전 작품들에서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관객들이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엑스맨: 다크 피닉스’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엑스맨: 다크 피닉스>에서 다크 피닉스/진 그레이(소피 터너 분)는 숨겨진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존재 자체가 무너질 것 같은 고통을 겪는데, 의식이 감당하지 못해 무의식으로 누른 기억이 다시 각성돼 고통스러워하는 트라우마 피해자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차이가 있다면, 일반적인 트라우마 피해자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자신이 스스로 무의식의 세계로 누른다면, 진 그레이는 다른 사람이 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선과 악의 대결, 정의의 구현보다 인간관계의 갈등 해소에 관심을 가지는 마블의 세계관 변화는, 마블의 슈퍼히어로 무비를 심리학 영화의 범주에도 포함되게 만들고 있다. ‘감정이 날 약하게 만든 것인가, 강하게 만든 것인가?’라는 영화 속 질문이 떠오른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엑스맨: 다크 피닉스’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 틀리다, 다르다, 다양하다
 
‘우린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남들과 다르다는 게 차별을 받는 이유가 아닌, 각자의 능력으로 인정받는 시대를 꿈꾼다. 그렇지만 다름을 인정했다가 다름을 금지했다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여줘, 아직은 갈 길이 멀었다는 것을 느끼게 만든다.
 
‘틀리다’, ‘다르다’, ‘다양하다’의 차이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틀리다’와 ‘다르다’의 차이는 알고 있지만, ‘틀리다’, ‘다르다’, ‘다양하다’의 차이는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 ‘틀리다’, ‘다르다’의 차이를 알고는 있지만 해석해서 적용할 때는 매우 위험한 적용을 하는 경우도 많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엑스맨: 다크 피닉스’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틀리다’라는 말은 ‘상대방은 틀리다’를 뜻하기 때문에 ‘나는 맞다’라는 뉘앙스를 포함한다. 즉, ‘나는 맞고 상대방은 틀리다’라는 의미인데, 나와 상대방을 배타적으로 분리했고, 내가 진리일 경우 상대방은 진리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담고 있다.
 
‘다르다’는 상대방이 잘못됐다는 것을 단정하지는 않기 때문에 ‘틀리다’보다는 진일보한 개념임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다르다’에는 나와 남을 분리하는 분명한 기준이 포함돼 있다. 별개의 존재라는 것이 강조된 표현인데, ‘틀리다’가 혐오를 내포하고 있다면 ‘다르다’는 혐오까지는 아니어도 차별을 내포하고 있는 표현이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엑스맨: 다크 피닉스’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다양하다’라는 표현은 진리에 대한 판단이나 너와 나의 배타적 구분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존중, 다양성에 대한 인정을 내포하고 있는 개념이다. 작품성, 예술성이 뛰어난 소규모의 영화를 과거에는 ‘저예산 영화’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다양성 영화’라고 표현하는 것은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잘 따라간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에서 타인의 생각을 읽고 조정하는 텔레파시 능력 소유자 프로페서 X/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 분), 금속을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는 강력한 자기장 조정 능력을 가진 매그니토/에릭 랜셔(마이클 패스벤더 분), 신체의 원자와 분자를 변형시켜 원하는 누구로든 변신할 수 있는 미스틱/레이븐 다크홈(제니퍼 로렌스 분)은 돌연변이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엑스맨: 다크 피닉스’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초인적인 체력과 후각, 청력을 포함한 동물적 감각을 지닌 파란 털의 비스트/행크 맥코이(니콜라스 홀트 분), 강력한 텔레파시 능력과 염동력을 지닌 다크 피닉스/진 그레이, 눈에서 붉은빛의 강력하고 파괴적인 에너지 블라스트를 내뿜는 능력을 가진 사이클롭스/스콧 서머스(타이 쉐리던 분), 초음속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퀵실버/피에트로 맥시모프(에반 피터스 분) 또한 돌연변이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의 주인공들은 돌연변이들인데, 그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틀리다’와 ‘다르다’ 사이의 존재로 평가받는다. ‘다르다’일 때도 다르기 때문에 금지시켜야 할 대상이 되기도 하고, 다르기 때문에 위험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엑스맨: 다크 피닉스’ 스틸사진.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엑스맨 시리즈의 정서와 세계관은 돌연변이들의 다양성 자체를 인정받을 때까지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돌연변이들의 다양성을 같은 사람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영화 속에서 인정하고, 관객들도 진심으로 인정하는 시대가 온다면 <엑스맨: 다크 피닉스>가 엑스맨 시리즈의 완벽한 피날레가 아닌, 엑스맨 시리즈 시즌1의 피날레로 다시 기억될 수도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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