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국악

[ET-ENT 국악] 국립창극단 ‘심청가’ 디테일한 감정 표현 안숙선 명창, 정서를 만든 민은경

발행일 : 2019-06-07 11:57:36

국립창극단 <심청가>가 6월 5일부터 16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안숙선 명창은 큰 감정뿐만 아니라 작고 디테일한 감정도 다 표현했다. 민은경이 만드는 정서에 빠져들게 되는데, 어린심청을 생활인으로 보이게 만든 연기력과 가창력이 인상적이다. 유태평양과 이광복은 익살스러운 연기와 케미를 보여줘 창극의 재미를 배가했다.

국립창극단 ‘심청가’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 ‘심청가’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큰 감정뿐만 아니라 작고 디테일한 감정도 다 표현한 안숙선 명창
 
<심청가>의 도창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유수정과 명창 안숙선이 맡았다. 도창은 창극에서 흥을 돋우고 이끌어가면서 해설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첫날 공연에서 안숙선 명창은 큰 감정뿐만 아니라 작고 디테일한 감정도 다 표현했다.
 
차분하게 들리는 소리 안에 많은 것이 있었는데, 도창인데 등장인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그렇지만 과하게 극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흥에 겨워 춤을 출 때, 흥겨움을 공유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모든 에너지의 중심에 서려고 하지는 않았다.

국립창극단 ‘심청가’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 ‘심청가’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강약 조절, 수위 조절을 한 것인데, 혼자만 돋보이게 하려고 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존재감을 발휘하며 관객들에게 편안한 팬 서비스를 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도창이 무게를 잡지 않고 중심만 제대로 잡고 있어도 훌륭한 창극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안숙선 명창은 보여준다.
 
◇ 민은경이 만드는 정서! 어린심청을 생활인으로 보이게 만든 연기력과 가창력
 
<심청가>는 어린심청(민은경 분)과 황후심청(이소연 분)이 등장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어린심청의 비중이 더 부각됐는데, 민은경은 어린심청을 환상적인 주인공이 아닌 생활인으로 보이도록 연기력과 가창력을 발휘했다.

국립창극단 ‘심청가’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 ‘심청가’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심청가>는 깔끔하고 심플한 무대에서 펼쳐졌는데, 어린심청을 화려한 캐릭터가 아닌 생활 속 캐릭터로 전달한 민은경의 정서와 일맥상통했다. 가창력과 연기력을 통한 민은경의 표현력은 심청의 이야기를 사건에만 머물지 않고 내면의 이야기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심청가>는 판소리처럼 고수의 북 연주만으로 펼쳐진 시간도 있고, 아쟁, 피리, 거문고, 대금, 장고, 가야금, 해금, 타악 등 국악관현악의 연주로 펼쳐진 시간도 있었다. 고수의 북과 국악관현악이 함께 한 시간도 있었는데, 전체의 큰 에너지로 극을 이끄는 시간과 개별 인물에 집중하는 시간에 차이를 둬, 심플한 무대에서도 관객이 음악을 입체적으로 느끼게 만들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국립창극단 ‘심청가’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 ‘심청가’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익살스러운 연기력을 발휘한 유태평양과 이광복
 
심봉사 역 유태평양의 익살스러운 연기력은 <심청가>를 보는 재미를 배가했다. 심봉사가 개울을 건너다가 빠지는 장면에서,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유태평양의 연기는 관객을 웃게 만들었다. 의자를 개울을 건너는 돌로 활용해 상징적으로 표현했고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했기 때문에, 유태평양의 연기가 더욱 실감 나게 보였다.
 
화주승 역 이광복의 연기 또한 시선을 끌었다. 화주승이 심봉사를 구해준 후 아름다운 미덕으로 그냥 끝내지는 않고 공양미 삼백 석을 요청한 것에 대해 심봉사에게 감정이입한 관객은 불편함과 부담감을 같이 느낄 수 있는데, 이광복의 연기는 불편한 마음을 완충하는 역할을 했다. 이광복과 유태평양의 케미와 시너지 또한 이런 뉘앙스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국립창극단 ‘심청가’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 ‘심청가’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뺑덕 역 김금미의 표정 연기, 코믹 연기도 훌륭했지만, 관객은 이미 뺑덕 캐릭터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기대를 충족시키기는 하지만, 반전의 해학이 펼쳐지기는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눈 뜨는 장면에서 단체로 펼치는 표정 연기는 관객이 <심청가>에서 편안하게 원래 위치로 돌아오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마음 아픈 이야기에 울먹거리는 시간이 있었지만, 집에 갈 때는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든 설정과 디테일은 좋은 선택으로 여겨진다.

국립창극단 ‘심청가’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 ‘심청가’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