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제10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국립오페라단 <바그너 갈라>가 6월 8일부터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됐다. 로타 차그로섹 지휘, 윤의중 합창지휘로 리하르트 바그너의 <발퀴레> 제1막과 <파르지팔> 제2막이 공연됐다.
크리스토퍼 벤트리스(지그문트 & 파르지팔 역), 에밀리 매기(지글린데 역), 연광철(훈딩 &구르네만츠 역), 양준모(암포르타스 역)가 출연했으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합창단, CBS소년소녀합창단이 함께 했다.
◇ 특별한 스타일의 오페라 갈라 콘서트
<발퀴레>는 <라인의 황금>, <발퀴레>, <리크프리트>, <신들의 황혼>으로 구성된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의 두 번째 작품이다. <라인의 황금>이 인물과 배경을 제시하고 앞으로의 이야기에 대한 암시를 담고 있다면, <발퀴레>에서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파르지팔>은 바그너 최후의 음악극으로 종교의식 같은 장엄하고 숭고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바그너가 자신의 음악극 전용으로 만든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에서만 공연하라고 말했다고 알려진 작품이다.
<바그너 갈라>는 전막 공연이 아닌 갈라 콘서트인데 아리아를 위주로 선곡하지 않고 두 개의 작품에서 각각 하나의 장을 연주하는 독특한 스타일을 선택했다. 바그너의 음악극은 무한선율을 특징으로 하고 있는데, 종결감이 없이 연속되는 음악이기 때문에 바그너의 음악은 일부분만 연주하더라도 아리아 단위가 아닌 장 단위의 연주가 합리적일 수 있다.
연출적인 부분을 과감하게 생략해 음악에 집중한 갈라 콘서트이고, 바그너가 개발한 바그너 튜바도 연주에 사용됐기 때문에 바그너리안을 비롯해 음악 자체를 즐기는 관객에게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을 것인데, <발퀴레>와 <파르지팔>의 전막 공연을 관람하지 못한 관객은 시각적인 도움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어렵게 느꼈을 수도 있다.
◇ 조용하게 등장해 아리아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오페라극장을 가득 메운 연광철의 존재감
<바그너 갈라>에서 연광철은 무대에 등장할 때 언제 등장했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게 등장했다. 그렇지만 아리아를 부르는 순간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감싸는 존재감을 발휘했는데, 특히 <파르지팔> 제3막의 전반부는 다른 성악가 없이 연광철 혼자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함께 공연장의 울림을 채웠다.
연광철의 노래를 직접 들으면 테너도 바리톤도 아닌 베이스의 목소리가 이렇게 부드러우면서도 파워 있고 풍부한 성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감탄하게 된다. 왜 세계적 성악가라고 하는지, 바이로이트가 선택한 아티스트라고 하는지 알 수 있다. 성량, 무게감, 중후함을 발휘할 때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있는 그 자리에서 모두 펼친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바그너 스페셜리스트인 크리스토퍼 벤트리스는 맑은 목소리를 지닌 테너이다. 고음에서 강하게 어필하기도 하고 부드러움을 발휘하기도 하는데, 감정을 실을 때의 바이브레이션은 전막 공연에서 얼마나 절절하게 느껴질지 기대하게 만든다. 소프라노 에밀리 매기는 <발퀴레> 제1막에서 크리스토퍼 벤트리스, 연광철 모두와 어울리는 아리아를 선보였다.
<파르지팔> 제3막의 전반부를 연광철이 이끌었다면, 후반부는 양준모와 국립합창단이 정서와 이야기를 이끌었다. 양준모는 깊은 고통과 내면의 상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겉으로는 오히려 더 강하게 보이려 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냥 강하게 보이게 만드는데 그치지 않고 내면의 다른 모습이 있다는 것을 동시에 느끼게 만들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