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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클래식] 서울시향 2019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와 피아니스트 베조드 압두라이모프

발행일 : 2019-06-21 09:59:14

서울시향 2019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이 6월 19일부터 20일까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 중이다. 마르쿠스 슈텐츠 지휘로, 피아니스트 베조드 압두라이모프가 협연한다.
 
피아니스트는 빠르고 현란한 피아노 협주에 감동받은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앙코르곡을 선택했고, 절도 있으면서 명쾌한 지휘를 선사한 지휘자는 개별 악기들의 매력을 끌어내는데도 탁월함을 발휘했다.

서울시향 2019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향 2019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배틀 연주?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의 첫 번째 연주곡인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은 일반적으로 관객들이 많이 알고 있는 리듬으로 시작해 처음부터 친숙하게 몰입할 수 있는 곡이다.
 
제1악장은 네 대의 호른에 이어 관현악이 이어지고, 제2악장은 플루트에 이어 관현악이 이어졌는데, 관악기로 시작해 현악기가 함께한 후 피아노와 배틀을 하는 것 같은 주고받음을 펼친다.

서울시향 2019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향 2019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을 직접 들으면 피아노 협주곡인데, 오케스트라와 피아노가 협주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배틀 혹은 교대 연주처럼 연주를 주고받으며 강약 조절, 완급 조절을 하고 변주를 자연스럽게 펼친다는 점이 주목된다.
 
협연자인 피아니스트 베조드 압두라이모프는 가까이에서 소중하게 다루듯 피아노를 연주했다. 건반에 몸을 가까이해 연주를 했는데, 남성적이면서도 때로는 여성적인 섬세함 또한 발휘한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빠르고 현란한 피아노 연주는 듣는 즐거움과 보는 경이함을 함께 선사했다.

서울시향 2019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향 2019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제3악장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모두 강하게 질주하며 소리를 흥분시켰는데, 지휘자의 절도 있는 동작은 인상적이었다. 곡이 끝나고 인사 시간에 지휘자가 협연자를 더욱 돋보이게 배려하는 모습은 훈훈하게 느껴졌다.
 
◇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피아니스트 베조드 압두라이모프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제1번’ 연주가 끝나고 베조드 압두라이모프는 앙코르곡으로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를 연주했다. 빠르고 현란하지만, 듣기에 어렵지 않고 편한 곡인데, 현란한 피아노 연주에 환호한 관객들이 어떤 스타일의 곡을 앙코르로 듣고 싶은지를 아는 피아니스트의 센스가 돋보인 선곡이었다.

서울시향 2019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향 2019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라 캄파넬라’를 연주할 때 베조드 압두라이모프는 한 대의 피아노로 연주하면서, 선율 악기 역할의 피아노와 타악기 역할의 피아노, 두 대로 연주하는 것 같은 신기함을 선사했다. 소리의 분리와 조화는 앙코르곡 자체를 무척 풍성하게 만들어, 관객들에게 더 큰 감동을 선사했다.
 
◇ 라흐마니노프, ‘죽음의 섬’ 불안의 정서를 축적하는 암시 같은 음악
 
인터미션 후 이어진 라흐마니노프의 ‘죽음의 섬’은 서서히 불안함의 정서를 축적하는 느낌을 줬다. 아름다운 연주가 처연하게 들렸는데, 비올라가 만드는 오묘한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서울시향 2019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향 2019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첼로와 같은 깊음, 바이올린과 같은 날카로움을 일부씩 섞어.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정서를 표현한다고 느껴졌다. 음악은 현재의 상태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미리 알려주는 것 같이 여겨졌다.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는 지휘가 아닌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 시간도 있었는데, 마지막 음을 연주한 후 음악에서 바로 빠져나오지 않고 잠시 머문 시간은 아직 다 느끼지 못한 처절한 감동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된다.

서울시향 2019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서울시향 2019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 스크랴빈, 교향곡 제4번 ‘법열의 시’ 마지막에 몰아치는 웅장함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의 마지막 곡은 스크랴빈의 교향곡 제4번 ‘법열의 시’였다. 일반적으로 교향곡의 마지막은 웅장한데, ‘법열의 시’는 최고조로 끌어올린 상태에서 강약의 변화를 주기보다는 더욱 강하게 몰아쳐 웅장함의 지속 시간을 길게 가져가기 때문에 더욱 전율이 느껴졌다.
 
모든 연주가 끝난 후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개인별, 파트별로 인사시켰는데, 그냥 지목하는 게 아니라 각자 다른 의미와 애정을 표현하는 것 같은 디테일로 단원들을 일어나게 했다는 점은 음악과 함께 인상적인 여운으로 남는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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