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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발레] 국립발레단 ‘지젤’ 안무와 관객의 감정에 모두 충실한 박슬기 (제9회 대한민국발레축제)

발행일 : 2019-06-22 20:03:37

제9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참가작, 국립발레단 제179회 정기공연 <지젤>이 6월 22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순박한 시골 처녀 지젤(박슬기, 심현희, 김지영 분)과 지젤에게 한눈에 반한 귀족 알브레히트(허서명, 김기완, 이재우 분)의 슬픈 사랑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미르타(정은영 분)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젤>에서 처음과 끝을 연결하는 정서적 틀은 애절한 파드되와 백색 발레의 향연을, 같은 정서적 연결선 위에서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안무에 충실하면서도 관객의 감정에도 충실한 발레리나 박슬기는, 결말 내용의 불편함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공연을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다.

국립발레단 ‘지젤’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 ‘지젤’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 처음과 끝을 연결하는 정서적 틀! 애절한 파드되와 백색 발레의 향연!
 
서곡이 끝나고 무대에 막이 오르면 무용수들은 미리 무대에 대기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텅 빈 무대에 관객은 ‘앗’하며 놀랄 수 있고, 순간 호기심이 자극될 수 있다.
 
떠나보냄으로 마무리하게 되는 <지젤>은, 막이 오른 후 아무도 없는 무대를 통해 공연 시작과 마지막을 정서적으로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국립발레단의 <지젤>은 파리 오페라극장 발레단 부예술감독이었던 파트리스 바르가 안무한 버전으로, 낭만 발레의 대표작으로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작품이지만 슬픈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데, 공연 전체 정서의 틀에 일관성이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국립발레단 ‘지젤’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 ‘지젤’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지젤>은 의상과 춤의 분위기로만 보면 제1부와 제2부가 다른 작품으로 느껴질 정도로 변화가 있는 작품이다. 제1부에서는 지젤과 알브레히트의 애절한 파드되, 제2부에서는 백색 튀튀를 입은 윌리들의 백색 발레가 돋보인다. 아름답지만 알고 보면 더욱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1부의 군무는 군무이면서도 개별 2인무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관객은 전체를 볼 수도 있고 특정 무용수를 위주로 볼 수도 있다.

국립발레단 ‘지젤’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 ‘지젤’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 안무에 충실하면서도 관객의 감정에도 충실한 박슬기
 
22일 리허설에서 지젤 역으로 출연한 발레리나 박슬기는 제1부에서 가볍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산뜻하다는 느낌과 함께 연약하기에 아플 수 있다는 것을 동시에 표현해 제1부의 지젤 캐릭터를 살림과 동시에 제1부 마지막과 제2부의 변화에 개연성을 부여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박슬기는 무표정에 가까운 표정으로 집중하며 안무를 펼치다가, 지젤이 알브레히트와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줘 지젤이 알브레히트를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국립발레단 ‘지젤’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 ‘지젤’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발레와 같은 대형 무용극의 무용수와 오케스트라 단원은 공연 도중, 무표정일 때가 많다. 표정에 감정을 할애할 여유가 없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얼굴 표정으로 표현하는 것과 몸으로 표현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용수는 몸으로 하는 표현을 기본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안무에 충실하면서도 중요한 포인트에서는 표정 연기를 놓칠 수 없기에, 무용수들의 표정 연기에는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발레 공연을 볼 때 관객은, 무용수들이 화려한 춤을 출 때는 전체적인 몸의 움직임을 보고 남녀 주인공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는 장면에서는 얼굴 표정에 더 집중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젤>에서 박슬기는 안무에 충실하면서도 관객의 감정에도 충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립발레단 ‘지젤’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 ‘지젤’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박슬기가 무용수로서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관객의 감정을 깊숙하게 끌어내 공유하는 타이밍은 절대 놓치지 않는 감각을 발휘한다는 것에 감탄하게 된다. <지젤>은 무척 아름다운 작품이지만 관객 각자의 성향과 세계관에 따라 결말을 매우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데, 결정적인 순간 정말 사랑하는 눈빛과 얼굴 변화를 보여준 박슬기의 표정은 이번 공연을 그냥 아름답게 받아들이고 싶게 만든다.
 
국립발레단의 <지젤>은 이야기의 내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발레 자체로만 감상해도 무척 감동적인 작품이다. 24명의 여자무용수가 일렬의 대각선 대형을 이뤄 보여주는 백색 발레는, 무더운 여름을 낭만적인 가을처럼 느끼게 만든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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