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제11회를 보면 태알하(김옥빈 분)와 타곤(장동건 분), 그리고 반대편에 있는 은섬(송중기 분), 탄야(김지원 분), 사야(송중기 분)가 적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적들 앞에서 협력할 수도 있는 관계라고 추정할 수 있다.
시청자들이 전체적인 맥락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처럼, <아스달 연대기>에 출연한 배우들은 전체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부분으로 최선을 다해 촬영했을 수도 있다. 매회 마지막 10분만 재미있게 느껴지는 이유 또한 같은 맥락에서 추정할 수 있다.
◇ 태알하, 타곤과 은섬, 탄야, 사야는 서로에게 적인가? 아니면 또 다른 적들을 대할 때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사이인가?
<아스달 연대기> 제11회에는 흰산족 출신 아스달 최고의 약바치(의사) 하림(조승연 분)이 뇌안탈인 눈별(안혜원 분)을 몰래 키웠다는 것을 무백(박해준 분)에게 들킨다. 제10회에는 채은(고보결 분)이 이그트를 미워하지 않은 이유가 나왔는데, 제11회 방송에서는 채은의 동생 눈별이 뇌안탈이라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채은의 행동에 대해 확실하게 이해하게 만들었다.
<아스달 연대기>는 이야기의 중첩을 통해 이그트와 뇌안탈을 존중하고 돕는 세력이 아스달에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태알하와 타곤, 그리고 반대편에 있는 은섬, 탄야, 사야가 서로에게 적일 수도, 아니면 또 다른 적들을 대할 때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사이가 될 수도 있는 정서적 여건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아스달 연대기> 제11회에는 태알하와 타곤 사이를 이간질하는 모습이 나타났는데, 시청자들은 이간질 당하지 마라고 태알하와 타곤을 응원하게 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태일하와 타곤을 악 혹은 최소한 적이라고 여겼을 시청자들을 움직여, 이제는 태알하와 타곤이 이간질 당하지 마라고 응원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 가장 정치적인 인물은 타곤이나 태알하가 아닌 사야 아닐까? 사야는 타고난 지략가, 가장 뛰어난 정치가인가? 아니면 타곤과 태알하를 보고 배운 것을 활용할 뿐인가?
<아스달 연대기>에서 타곤과 태알하는 가장 정치적인 인물인 것처럼 보였을 때도 있었지만, 제11회를 보면 사야가 가장 정치적인 인물이라고 추정할 수도 있다. 타고난 지략가, 가장 뛰어난 정치가의 피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어릴 적부터 타곤과 태알하를 보고 배운 정치적 행위를 활용할 뿐일 수도 있다.
◇ 전체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부분으로 최선을 다해 촬영했을 수도 있는 배우들
제11회까지 느리게 진행된 <아스달 연대기>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전체적인 이야기를 파악하기보다는 부분부분만 알고 있기에 답답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점은 출연배우들에게도 마찬가지였을 수도 있다.
<아스달 연대기>의 출연배우들은 전체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자기의 역할을 어디다 둘지 모르는 상태에서, 스스로 해석해 연기했을 수도 있다. 배우들 입장에서는 캐릭터의 성향과 정서를 정확하게 파악해 장악하지 못한 채로 연기했을 수 있고, 그렇게 표현해야만 하는 것이 되게 싫었을 수도 있다.
자신이 맡은 배역을 전체적인 맥락이 아닌 부분으로써 최선을 다했어야 할 때 어떤 감정이었을지 궁금하다. <아스달 연대기>의 대사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시청자들은 자막 또한 제공될 때와 제공되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에 답답해하는데, 촬영할 때 배우들 또한 그러했을 수도 있다. 무슨 말인지 알고 대사를 외웠는지의 여부가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칸모르(도우리)는 은섬에게 약한 사내라고 하고 사야에게는 위험한 사내라고 했는데, 위대한 능력을 지닌 전설의 말 칸모르 또한 은섬과 사야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전체가 아닌 부분만 알고 연기한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만든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