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파브로 감독의 <라이온 킹(The Lion King)>은 원작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만든 작품인데, 일반 관객들은 어떤 호응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심바(도날드 글로버 분)가 느끼는 죄책감, 심바에게 불어넣은 죄책감을 게슈탈트 심리학(Gestalt psychology)의 ‘내용’과 ‘정서’라는 개념을 적용해 살펴보면, 심바가 얼마나 억울하게 죄책감을 느꼈는지 다시 확인할 수 있다.
◇ 실사로 만든 애니메이션!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라이온 킹>은 기존 원작 애니메이션의 정서를 간직한 관객층의 호응이 기대되는 애니메이션이다. 올해는 <덤보(Dumbo)>, <알라딘(Aladdin)> 등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만든 작품이 계속 나오고 있다. <덤보>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고 <알라딘>은 아직도 큰 호응을 받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라이온 킹>의 흥행 여부는 더욱 궁금해진다.
<덤보>의 원작 애니메이션은 1941년 작품이고 사람도 등장하지만 아기 코끼리 덤보가 주인공이다. <알라딘>의 원작 애니메이션은 1992년 작품이고 사람이 주인공이다. <라이온 킹>의 원작 애니메이션은 1994년 작품이고 사자 심바가 주인공이다.
동물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만들 경우, 동물은 실제 동물이 아닌 VFX(Visual Effects), CG(Computer Graphics)로 구현되기 때문에 애니의 정서와 실사의 실제감과는 다른 감성이 전달될 수 있다.
<라이온 킹>의 기존 관객은 <알라딘>의 기존 관객과 연령대가 일치하기 때문에 이어지는 흥행이 기대되기도 하지만, 사람이 아닌 동물의 움직임에 관객이 감정이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애니라는 가정 속에 감정이입이 용이하지만, 실사로 표현된 동물의 움직임은 그냥 ‘동물농장’에서 의인화된 캐릭터처럼 느껴질 수 있기에 <라이온 킹>에 감정이입이 쉽지 않은 관객도 있을 것이다. 스토리텔링이 위주인 영화라기보다는, 자연을 보여주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보는 느낌이 강하다고 느끼는 관객이 생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 스카가 심바에게 불어넣은 죄책감! 게슈탈트 심리학의 ‘내용’과 ‘정서’ 개념을 적용하면?
<라이온 킹>에서 스카(치웨텔 에지오포 목소리 분)는 심바에게 심바 때문에 아빠 무파사(제임스 얼 존스 목소리 분)가 죽었다고 반복해 말한다. 심바에게 죄책감을 불어넣는 스카는, 심바가 자신의 탓으로 여기게 만든다. 날라(비욘세 목소리 분)의 재등장과 ‘생명의 순환’이라는 개념이 영향력을 발휘하기 전까지 이런 분위기는 이어진다.
이런 심바의 내면을 ‘게슈탈트(Gestalt)’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게슈탈트’는 ‘게슈탈트 심리학’, ‘형태주의적 접근(Gestalt approach)’, ‘게슈탈트 상담’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하나의 의미 있는 전체로 조직화해 자각한다는 것을 기본 개념으로 채택한다.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특정 ‘내용(content)’이 반복될 때는 ‘과정(Process)’적 측면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과정’적 측면에서 가장 큰 심리적 역할을 하는 것은 ‘정서’라고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내용’이 반복되면 ‘정서’가 된다고 볼 수 있다. <라이온 킹>에서 스카가 “심바가 아버지를 죽였다”라고 말하는 것은 ‘내용’이다. 실제로 심바 때문에 무파사가 죽었는지의 진위 여부를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심바가 아버지를 죽였다”라는 말의 반복은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심바가 죄책감이라는 ‘정서’를 느끼도록 만든다. 부정적인 내용의 반복은 강하게 부정적인 정서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라이온 킹>에서 ‘생명의 순환’이라는 개념 또한 내용과 정서의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처음에는 진짜 생명이 순환되는지 진위 여부에 대한 의심과 궁금함이 들 수 있는데, 관객은 이 표현을 계속 반복해 듣게 되면 심바가 성장해 무파사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점점 확신하게 된다. 긍정적인 내용의 반복은 긍정적인 정서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 시간의 점핑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표현한 뮤지컬신과 노래
<라이온 킹>에서 하쿠나 마타타 뮤지컬신을 집중해 보면, 노래 한 곡 사이에 심바는 어른이 된다.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빠르게 지나가게 만든 것인데, 그것을 자막으로 표현하지 않고 뮤지컬신 속의 노래를 통해 구현한 것은 고급스러운 표현법을 선택한 것이다. 시간의 점핑을 표현하면서 관객이 점핑을 잘 느끼지 못하게 만든 방법은 인상적이다.
◇ <라이온 킹>을 4DX로 관람할 때 가장 와닿는 순간은?
<라이온 킹>은 일반 관람, IMAX, 4DX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관람이 가능하다. 4DX는 모션 체어(Motion Chair)와 특수 환경장비를 통해 영화 장면에 따라 극장의 의자가 움직이거나 바람이 불고 향기가 나는 등 체험형 관람이 가능한 상영 형태이다.
<라이온 킹>을 실제로 4DX로 관람했을 때 가장 기억나는 시간은 불이 난 시간에 펼쳐진 더운 공기 효과였다. 더운데 싸우느라 힘들었겠다고 생각되면서, 싸움에만 집중하려고 해도 불길이 주는 더위 때문에 짜증이 났겠다고 느껴진다. VFX, CG 엔지니어가 4DX로 체험 시뮬레이션하면서 영화를 만든다면 더욱 실감 나는 장면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게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