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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4) 더 근본적인 것을 건드리는 지진희와 강한나

발행일 : 2019-07-14 21:23:07

유종선 연출, 김태희 극본,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제4회의 부제는 ‘자백’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지진희 분)과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 분석관 한나경(강한나 분)은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더 근본적인 것을 건드리며 판을 흔든다. 강한나의 연기가 어색한지, 어색하지 않은지에 대해 시청자들의 의견이 갈리는데, 강한나의 연기를 보기 전에 한나경 캐릭터가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갈등하고 있는지 봐야 한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더 근본적인 것을 건드리는 지진희와 강한나
 
<60일, 지정생존자>는 갑작스러운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로 대통령을 잃은 나라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는데,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대하려고 해도 어떤 틀 안에서 좁은 시야를 가지게 되는 것은 불가항력일 수 있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눈에 보이는 것 이면의, 눈에 보이는 것보다 깊은 곳의, 더 근본적인 것을 건드리는 사람이 두 명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과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 분석관 한나경이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박무진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기 전 환경부장관일 때도 더 근본적인 것을 찾으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로부터는 정치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 전체적인 면을 못 보는 사람, 조직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의 취급을 받았었다.
 
박무진은 권한대행이 된 이후에도 모르는 사건과 상황을 대할 때, 경험자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합리적인 추론, 합리적인 의심을 하면서 더 근본적인 것을 검토했다. 이런 모습은 답답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근본을 건드리고 판을 흔들기 때문에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 실현성을 만든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한나경 역시 눈에 보이는 것에 매몰되지는 않고, 더 근본적인 것을 건드리고 흔드는 인물이다. 한나경은 개인적인 관계에서의 의구심 때문에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의 원인을 알고 싶은 강력한 욕구가 있는데, 사건을 파고들면서 그냥 받아들이기보다는 왜 그랬는지에 대해 더 근본적인 이유를 쫓는다.
 
<60일, 지정생존자>뿐만 아니라 실제 사회에서도 어떤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박무진과 한나경이 가진 시야와 태도는 규정을 벗어나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한 차원 높은 곳에서 전체적인 면, 숨겨진 이면을 찾아낸다는 것을 뜻하기에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것 이상으로 더욱 의미가 있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더 근본적인 원칙, 더 깊숙한 곳에 숨겨진 원리와 진실은 많은 경우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아무런 선입관을 가지지 않고 본질을 보겠다는 태도와 그것을 실천하는 행동을 한 박무진과 한나경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대부분 그런 의심과 추정을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파헤치거나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주승(허준호 분)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지만, 상황 판단과 대처를 할 때 기존의 틀 안에 갇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오의원! 국회의사당 테러 사건을 미리 알고 있었을 수도 있어요”라고 강한나는 폭탄 테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국회의원 오영석(이준혁 분)에 대해 근본적인 의심을 가지는데, 오영석은 단순히 미리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관여됐을 수 있다. 폭탄 테러의 주도세력이거나 혹은 그로 인해 큰 이익을 얻게 되는 위치에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데, 디테일한 스토리텔링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강한나의 연기는 어색한가? 어색하지 않은가?
 
<60일, 지정생존자> 시청자들 중에는 강한나가 연기를 잘한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고, 강한나의 연기가 어색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원래 연기를 잘하는 강한나를 보면서 <60일, 지정생존자>에서의 연기가 어색하다고 느껴진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나경 캐릭터를 잘 소화하지 못하는 것일까?
 
<60일, 지정생존자>에서 한나경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중심을 잡고 사건을 파헤치고자 하는 인물이다.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동결 반응이 걸릴 수도 있는데 버티고 있는 것이고, 자신이 밝혀내고 있는 진실을 감당하기에 힘들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한나경 캐릭터가 만약 자연스럽게 주도적으로 머뭇거리지도 않고 사건을 해결한다면 극중 긴장감은 현저하게 저하될 것이다. 강한나가 강한 존재감의 연기력을 발휘했다면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즉각적인 호평을 받았을 수도 있지만, 한나경 캐릭터가 가진 반전 매력이 줄어들었을 것이고 시청자들이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해 감정이입하기도 어려워졌을 것이다.
 
<60일, 지정생존자> 제4회까지 한나경은 동결 반응과 근본적인 것을 꿰뚫는 통찰력 사이에서 멈칫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강한나는 한나경 캐릭터의 내면을 제대로 반영하는 수위 조절 연기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시청자들이 등장인물의 머뭇거림을 배우의 머뭇거림으로 봤다면, 배우는 그 당시의 배역을 정말 잘 소화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60일, 지정생존자> 중후반부 한나경의 질주와 함께 강한나 특유의 순간 카리스마 연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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