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감독의 <엑시트(EXIT)>는 도심 전체가 유독가스로 뒤덮인 전대미문의 진짜 재난을 만난 용남(조정석 분)과 의주(임윤아/윤아 분)의 탈출을 향한 노력과 기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용남과 의주는 정말 무서웠고 자신도 살고 싶은 극한의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삶의 기회를 양보하는데, 아무리 연기라고 할지라도 그 순간에 느꼈을 인간 본연의 마음은 조정석과 임윤아를 모두 성장시킬 것이라고 기대한다.
◇ 위로하는 척하면서 공격하는 사람들! 구박만 하던 아버지가 마지막에 아들에게 존댓말을 한 이유는?
<엑시트> 초반에는 위로하는 척하면서 공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특히 명절이나 가족 잔치에서 친척들로부터 위로라고 포장된 공격을 받은 적이 있는 많은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공감과 분노를 동시에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무능력했던 청춘이 위기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능력을 발휘한다는 점은 대리만족의 힐링을 선사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도와 마음은 지금 시대에 우리나라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크게 환호할 포인트 중의 하나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들을 구박만 하던 아버지 장수(박인환 분)가 용남에게 “고맙습니다”라고 공손하게 존댓말로 마음을 표현하는 순간은 관객을 멈칫하게 만들 수 있다. 진심인지 아니면 우회적으로 다시 꾸짖기 위해서인지 관객은 잠시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데, 가족의 의미, 가족 속에서의 위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이다.
◇ 조정석과 임윤아가 느꼈을, 인간 본연의 마음은?
<엑시트>에서 용남과 의주는 다들 자신만 살려고 할 때 다른 사람을 구하겠다는 마음을 발휘한다. 본인도 무서우면서 괜찮은 척 버틴다. 정말 무섭고 자신도 살고 싶으면서도 다른 사람을 살리겠다는 마음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필자는 영화 중간부터 계속 울면서 봤는데, 정말 무서웠고 자신도 살고 싶은 극한의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삶의 기회를 양보하는 마음을 보며 그 숭고한 마음 앞에 눈물이 흐를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닐까 생각된다.
아무리 연기라고 할지라도 그 순간에 느꼈을 인간 본연의 마음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필자의 질문에, 조정석은 공감, 그중에서도 특히 상황적인 면에 대한 공감이라는 측면에서 답을 했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자신의 운동신경에 대한 자신감을 이야기했다.
임윤아는 필자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하며 대답을 시작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울컥울컥했던 장면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럴 때마다 울컥했던 이유는 촬영 당시 ‘정말 힘들었다’라는 생각과 함께 의주로서가 아니라 인간 본연의 마음, 임윤아로도 공감하거나 느꼈기 때문에 울컥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조정석과 임윤아, 두 사람을 성장시킬 것이다. 희생과 정의로움을 연기로 경험했더라도 극한의 상황에서의 경험이었기 때문에 이런 경험은 무의식과 잠재의식을 자극해 궁극적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된다.
<엑시트>에서 용남과 의주는 암벽 등반을 하듯 건물 벽을 타고 오르기도 하고, 정말 빠른 속도로 계속 달리기도 한다. 극한의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체력이라는 것을 느끼게 만드는데, 다른 사람을 위하는 인간 본연의 숭고한 마음을 현실적으로 발휘하게 만든 체력이라는 점이 더욱 주목된다.
<엑시트>는 천만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하게 되는 작품이다. 신파보다는 담백에 가까운 정서를 가지고, 자신의 안전보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먼저 선택할 수 있는 인간 본연의 숭고한 마음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시간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