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제7회의 부제는 ‘(49일) 협치’이다.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 분석관 한나경(강한나 분)을 돕는 가장 큰 조력자는 같은 팀의 사이버 요원 서지원(전성우 분)이다. 할 수 없다고,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서지원이, 결국 한나경의 요청을 들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 할 수 없다고,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서지원이, 결국 한나경의 요청을 들어주는 이유는?
<60일, 지정생존자>에서 한나경을 돕는 가장 큰 조력자는 서지원이다. 한나경이 의문과 의혹을 가지는 사건과 사람에 대해, 혼자만 할 수 있는 조사를 통해 근거와 증거를 찾는 역할을 서지원이 도맡는다.
서지원이 없다면 다른 사람들이 볼 때 한나경은, 그냥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소설처럼 말하는 인물로 폄하될 수 있다. 한나경의 통찰력, 순간 판단력, 집요한 추적력을 현실화시키는 인물이 서지원인 것이다.
그런데, 한나경은 팀의 선배로서 서지원에게 합법적인 지시만 내리는 것은 아니다. 불법의 요소가 될 수 있는 조사를 지시하기도 하고, 불법까지는 아니더라도 보고라인을 지키지 않고 권한을 넘어서는 조사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서지원은 할 수 없다고,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데, 한나경이 빤히 쳐다보거나 혹은 다급한 목소리로 다시 이야기를 하면 투덜거리며 마지못해 하는 사람 이상으로 적극적으로 한나경을 돕는다.
서지원이 결국 적극적으로 한나경을 돕는 것은 상관 혹은 선배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서 일수도 있고, 동료애를 발휘해서 일수도 있는데 <60일, 지정생존자> 제7회에서는 애정이나 호감, 아니면 최소한 측은지심이 있기 때문이라는 뉘앙스를 알려줬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하지 못하겠다는 조사를 하겠다고 결심한 서지원은 “시간 오래 걸려요. 가서 밥 먹고 와요. 아 뭐 김밥이나 샌드위치 이런 거 먹지 말고, 따뜻한 국물 있는 거”라고 한나경에게 말하고, 이 말을 들은 한나경은 옅은 미소를 띤다.
“너 우리 회사 오래 다니고 싶다고 했지?”라는 한나경의 말은 이전 회차의 방송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됐었는데, <60일, 지정생존자> 제7회에서는 협박이 아닌 이해를 구하는 말로 들리는 이유는 서지원이 속마음을 얼핏 드러냈기 때문일 수도 있다.
<60일, 지정생존자> 제7회까지는 한나경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것으로 표현됐었다면, 앞으로는 서지원이 먼저 온갖 방법을 동원해 한나경을 위한 자료를 찾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60일, 지정생존자>에서 한나경은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에서 같은 회사에 근무했던 결혼 상대자를 잃었기 때문에, 서지원과 애정관계가 형성된다면 극의 기본 정서를 해치게 된다. 표면적으로 부상하지는 않더라고 서지원의 행동에는 한나경을 진심으로 위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순간의 디테일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대통령을 지키지 못하고, 수사 중에 명해준 마저 죽게 만든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 이대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부활할 것인가?
<60일, 지정생존자>에서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은 국회의사당 폭탄 테러 때 대통령 양진만(김갑수 분)을 지키지 못했고, 타국에서 어렵게 생포해 국내로 데려온 명해준(이도국 분)마저 수사 중에 죽게 만들었다.
만약 현실이었다면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은 사건을 수습할 기회를 다시 얻기보다는 교체 혹은 대체되거나 어쩌면 해체됐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드라마이기 때문에 두 번의 연속된 시련은 더욱 강력한 부활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 큰 도약과 반전을 위해, 한나경을 박무진(지진희 분)에게 데려가기 위해 촘촘히 준비된 스토리텔링일 수 있다. <60일, 지정생존자>에서 한나경과 박무진은 추도식 현장에서 같은 공간에 있은 적인 있지만, 아직까지는 같이 움직이지 않았었다. 두 번의 시련으로 인해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기 때문에,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던 한나경과 박무진이 만나는 시간부터 본격적인 대반전이 펼쳐질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