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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클래식] KBS교향악단 제744회 정기연주회 ‘구레의 노래’ 인간이 가진 가장 원초적인 감정인 사랑

발행일 : 2019-07-30 15:25:17

KBS교향악단 제744회 정기연주회 <구레의 노래>가 7월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됐다. 요엘 레비 지휘로, 강혜정(소프라노), Christa Mayer(메조소프라노), Robert Dean Smith(테너), 김승직(테너), Aleksey Bogdanov(베이스 및 나레이터)가 협연했으며 서울시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고양시립합창단이 함께 했다.
 
‘구레의 노래’는 엄청나게 거대한 곡으로, 쇤베르크의 마음과 작곡 스타일이 경계에 있을 때 만들어진 곡으로 추정된다. 무척 고전적이면서 인간 본연의 감정에 충실했던 연주로 감동적이지만, 감정의 발산과 해소보다 차곡차곡 축적했기 때문에 관객에 따라 만족도와 호불호가 갈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KBS교향악단 제744회 정기연주회 ’구레의 노래‘ 공연사진. 사진=KBS교향악단 제공 <KBS교향악단 제744회 정기연주회 ’구레의 노래‘ 공연사진. 사진=KBS교향악단 제공>

◇ 쇤베르크의 ‘구레의 노래’ 엄청나게 거대한 곡! 마음과 작곡 스타일이 경계에 있을 때 만들어진 곡!
 
<구레의 노래>를 들으면 엄청 거대한 곡이라는 게 느껴진다. 깊이 있게 이해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곡이면서, 한편으로는 너무 강렬해서 주저하게 되는 곡일 수도 있다. 물론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냥 좋은 곡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하프 연주는 변칙적인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자연에 있는 불규칙적이면서도 규칙적인 소리를 연상하게 만든다. 쇤베르크의 히스토리를 보면 ‘구레의 노래’를 포함한 서너 곡 이후에 작곡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이후 만들어진 곡들은 아주 비현실적인 곡들로 듣기 힘들다는 평과 함께, 마치 피카소 그림 같은 음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KBS교향악단 제744회 정기연주회 ’구레의 노래‘ 공연사진. 사진=KBS교향악단 제공 <KBS교향악단 제744회 정기연주회 ’구레의 노래‘ 공연사진. 사진=KBS교향악단 제공>

‘구레의 노래’는 쇤베르크 자신이 심취해 자신 또한 변화시킨 곡이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곡을 포함한 곡들 이후에 한 쪽으로 깊게 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곡은 마음과 작곡 스타일이 경계에 있을 때 만들어진 곡이이라고 볼 수 있다. ‘구레의 노래’는 경계에 있으면서 에너지를 축적한 곡이고, 그 이후 비현실적 방향으로 질주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KBS교향악단 이한신 매니저는 “사실 그렇게 형이상학적인 곡을 쓰기 위해서는 기본기도 튼튼해야 하는데, 저도 이번 작품 준비되는 과정을 보면서 쇤베르크가 이렇게 탄탄한 사람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완전히 다 이룬 상태에서 더 이상 이룰 게 없다고 생각하고 나서 비현실적인 방향으로 질주한 걸로 보입니다.”라고 <구레의 노래>를 요약했다.

KBS교향악단 제744회 정기연주회 ’구레의 노래‘ 공연사진. 사진=KBS교향악단 제공 <KBS교향악단 제744회 정기연주회 ’구레의 노래‘ 공연사진. 사진=KBS교향악단 제공>

◇ 무척 고전적이면서 인간 본연의 감정에 충실했던 연주!
 
<구레의 노래>는 동서고금의 진리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매우 고전적이고 인간 본연의 감정에 충실했던, 클래식에 충실한 연주라고 볼 수 있는데, 기교나 재미가 아니라 전통과 본질에 충실하려고 한 연주라고 느껴진다.
 
주제마저도 인간이 가진 가장 원초적인 감정인 사랑을 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들끓는 열정과 사랑하는 이를 잃은 분노를 적나라하지만 거칠거나 투박하지 않게 녹여내 정수를 전달하는 능력을 요엘 레비는 보여줬다. 지휘자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KBS교향악단 제744회 정기연주회 ’구레의 노래‘ 공연사진. 사진=KBS교향악단 제공 <KBS교향악단 제744회 정기연주회 ’구레의 노래‘ 공연사진. 사진=KBS교향악단 제공>

그 수많은 사람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결국 사랑이라는 것은 인상적이다. 그들의 시간과 노력과 진지함으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래서 감동적이다. 공연장에 모인 관객들은 그 성실함과 진지함의 힘에 이끌려 사랑을 다시 바라보고 새기게 됨 예술 본연 의미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구레의 노래>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공연이었는데, 너무 거대해서 기립하지 못한 관객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의 내면을 너무 건드려 감당할 수 없기에 무의식이 막아버려 너무 별로였다고 느낀 관객도 있을 것이다. 감정의 발산과 해소보다 차곡차곡 축적한 곡을 마주한 관객들의 상반된 반응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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