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 제작, 크리스 리노드 감독의 <마이펫의 이중생활2(The Secret Life of Pets 2)>는 반려동물의 행동만 의인화한 게 아니라, 내면도 의인화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반려동물은 부모의 마음을 가지기도 한다.
듀크와 맥스에게 어른과 아이의 모습이 공존한다는 것을 의인화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현대를 사는 사람들이 성숙한 면과 미성숙한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고 그런 양면성이 이전의 어떤 시대보다 더 부각된다는 점을 반영했다는 것이 돋보인다.
◇ 행동만 의인화한 게 아니라, 내면도 의인화했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반려동물의 이야기!
<마이펫의 이중생활2>는 동물을 의인화하면서 인간의 특징적인 면을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단순히 행동만 의인화한 게 아니라 “아이가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내 집은 안전한 곳이 아니게 됐다”라는 대사처럼 내면을 표현하는 것도 사람처럼 나타낸다는 점이 흥미롭다.
동물의 시야로 바라본 이야기는 마이펫들의 속마음, 반려동물의 속마음을 생각하게 만든다. 반려동물을 사람의 입장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반려동물 자체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은 의미가 깊다.
이는 단지 사람과 반려동물의 관계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동물의 시야와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을 통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상대방도 명확한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이해하게 만든다는 점이 주목된다.
◇ 부모의 마음을 가진 반려동물
주인 바라기 ‘맥스’와 굴러온 개 ‘듀크’는 <마이펫의 이중생활2>에서 부모의 마음을 가지고, 부모의 역할을 하려고 한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자신들은 소외됐다고 슬퍼하며 이야기가 전개될 것 같기도 했지만, 태어난 아이를 자기 아이라고 생각하며 서로 잘 통한다고 말한다. 아이를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부모의 마음과 일치한다.
“당신이 놀아주는 줄 알았죠?”라는 대사와 카피는 사람이 반려동물과 놀아주는 게 아니라, 반려동물이 사람과 놀아주는 것일 수 있다는 가정을 하게 만든다. 역지사지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게 만든다는 점은 <마이펫의 이중생활2>가 재미를 주는 과정에서 같이 전달하는 교훈이기도 하다.
◇ 어른과 아이가 공존하는 맥스와 듀크
<마이펫의 이중생활2>에서 맥스와 듀크를 포함한 반려동물에는 어른과 아이의 모습이 모두 공존한다. 어른스러운 면도 있지만, 동물 병원에 가기 싫어하는 등 아이 같은 면도 있다.
<마이펫의 이중생활2>에서 반려동물들이 의인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른과 아이가 공존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의인화했다고 볼 수 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무척 성숙한 것 같지만, 다른 면을 보면 정말 미성숙한 구석이 많은 요즘 사람들의 모습이 마이펫의 원형 모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요즘 아이들은 아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요즘 어른들은 어른답지 않게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만약 <마이펫의 이중생활2>가 10년 전 혹은 더 이전에 만들어졌으면, 등장하는 펫은 정말 아이 같은 펫이거나 정말 어른스러운 펫이었을 수 있다.
<마이펫의 이중생활2>에서 사람이 아닌 동물의 행동과 마음을 보며, 어른 관객과 어린이 관객이 모두 공감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데, 일루미네이션이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형성하면서 시대적 현재성의 핵심을 잘 포착하고 정리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마이펫의 이중생활>이 반려동물의 숨은 일상을 엿본다는 기발한 상상력이 발휘됐다면, <마이펫의 이중생활2>는 반려동물의 속마음에 더욱 초점을 뒀다. 의인화라는 측면에서 예상하면 <마이펫의 이중생활3>가 제작될 경우 반려동물 간의 관계성에 의한 갈등, 소외와 결핍을 다룰 수도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