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제11회의 부제는 ‘(39일) 권한대행 오영석’이다. 총격을 당한 권한대행 박무진(지진희 분)을 대행해 국방부장관 오영석(이준혁 분)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자리에 올랐는데, 독주와 전횡을 일삼고도 포장을 잘해 지지율이 높아진 오영석이 차기 대권 주자의 입지를 굳힐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권한대행의 자리에 있지 않아도 된다는 명분을 부여해 박무진이 차기 대권에 도전할 결심을 하게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VIP가 포함된 세력과 오영석은 같은 조직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는 사이일 수 있다는 추측을 하게 만들었는데, VIP가 포함된 세력과 오영석의 갈등에 간극이 발생할 수도 있고, 이는 추후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추정을 하게 한다.
◇ 권한대행 vs.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60일, 지정생존자> 제11회는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자리에 오영석이 오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권한대행은 위기 상황에서 대두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드라마 초반 권한대행은 시청자들에게 충격적인 파장을 줬을 수도 있는데, 위기 상황에 익숙해진 시청자들과 드라마 속 국민들은 오히려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박무진이 공식적인 60일 권한대행이라면, 오영석은 권력 승계 서열에 따라 공식적이긴 하지만 기간은 12시간 정도로 비공식적인,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다. <60일, 지정생존자>의 스토리텔링상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등장한 것은 태익(최영우 분)의 존재를 제거하기 위함이었을까, 아니면 박무진이 차기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한 암시였을까?
먼저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와 박무진의 차기 대통령 출마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차기 대통령에 출마하기 위해서 박무진은 선거 30일 전까지 권한대행에서 사퇴해야 한다. 사퇴할 경우 국정공백이 생기게 되는데, 이번 박무진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인 권한대행 오영석 체제를 보면 박무진이 아닌 다른 사람이 권한대행을 맡아도 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박무진과 박무진을 밀고 있는 차영진(손석구 분)에게는 기회일 수 있는 것이다.
◇ VIP가 포함된 세력과 오영석의 갈등? 간극의 발생? 변수가 될 수도 있을까?
<60일, 지정생존자> 제11회는 테일러숍의 김실장(전박찬 분)과 오영석의 대화를 통해, VIP가 포함된 세력과 오영석의 관계와 갈등을 추정할 수 있다. 테일러숍에서 만난 오영석이 “나, 권한대행 자리 앉히려고 이런 짓을 한 것입니까?”라고 묻자, 김실장은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식을 택한 겁니다. 이번에도요”라고 대답한다.
오영석은 “나한테 상의 한마디 했어야지”라고 불같이 화를 냈고, 김실장은 “반대 못 하셨을 텐데요, 우린 목표가 같은 사람들이니까요”라고 대답한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추정하면, 오영석은 지시에 순응만 하는 존재가 아니고, 아직 존재가 드러나지 않은 VIP의 하부 구성원이라기보다는 같은 목표를 위해 VIP와 협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VIP 쪽에서는 오영석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판단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반면, 오영석은 자신이 미리 알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VIP가 포함된 세력과 오영석은 하나의 몸체가 아니라 목적을 위한 협력체이고, 전체적인 목표는 같을 수 있지만 과정과 방법 등 디테일한 면에서는 서로 간극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은 중요한 포인트이다.
VIP가 포함된 세력에게 오영석은 일시적인 플레이어나 카드일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요한 위치에 있기는 하지만, 오영석이 핵심은 아닐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핵심이 아니라는 건 반대로 단순한 꼭두각시는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청와대 내 공모자 또한 VIP가 포함된 세력과 협력적 위치일 뿐, 종속된 관계는 아닐 수 있다는 것 또한 추론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오영석과 청와대 내 공모자는 각각 자신이 원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낄 경우 그들과는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개연성을 가질 수 있다.
◇ 오영석이 태익에 대한 사살 명령을 내린 이유는?
<60일, 지정생존자> 제11회에서 오영석이 박무진에게 총격을 입힌 태익에 대한 사살 명령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제11회 마지막에 답이 나오는데, 그전까지는 두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하나는 태익이 생포될 경우 자신과 VIP가 포함된 세력에 대한 정보가 노출될 위험이다. 그렇지만 특수훈련을 받은 태익은 쉽게 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태익은 테러 조직에서 아직 쓸모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두 번째 추론이 가능하다. 자신에게 알리지 않고 동의도 구하지 않고, 박무진 권한대행 저격을 시도해 자신을 권한대행 자리에 앉힌 것에 대해 오영석이 반발한 것이다. 나는 명령한 대로 끌려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결정한 대로 실행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것은 국민들보다, 청와대를 비롯한 임시 내각보다, VIP가 포함된 세력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60일, 지정생존자> 제11회 마지막에 태익에 대한 사살 명령은 VIP의 의중이라는 것이 드러났고, 이는 오영석에 대한 경고라는 것을 알려줬다. 눈에 보이는 적은 오영석이지만, 오영석 또한 과정에 불과할 뿐일 수 있다는 점이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처럼 느껴져 더욱 섬뜩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