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제12회의 부제는 ‘(37일) 대답’이다. 박무진(지진희 분)의 부인 최강연(김규리 분)은 박무진의 진심과 무의식을 읽고 해석해주고, 어루만져준다. 최강연은 눈에 보이는 현상과 그 안에 있는 사람의 내면을 연결해 생각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시청자의 입장에 가장 가깝게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 이준혁이 섬뜩하게 보이는 이유는?
<60일, 지정생존자>에서 국회의사당 테러 현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오영석 역의 이준혁은 무척 섬뜩하게 보인다. 스토리텔링상 오영석의 행동이 그렇게 보이게 만들기도 하지만, 연기 같기도 하고 연기 같지 않기도 한 이준혁의 표정 연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준혁의 오른쪽 눈은 차갑고 잔인해 보이며 웃지 않는다. 반면에 왼쪽 눈은 쌍꺼풀이 있어 선해 보이고 웃음을 짓는다. 동시에 두 눈을 바라보지 않고 한 쪽씩만 바라보면 확인할 수 있다. 마치 야누스처럼 양쪽의 이미지가 한 얼굴에 보여서 이준혁이 더욱 섬뜩하게 보이는 것이다.
이준혁 대사의 톤을 보면 높낮이가 별로 없고, 잘 흥분하지도 않으며 침착한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한두 마디의 말을 들을 때는 크게 와닿지 않지만, 계속 들을 경우 더 무섭고 섬뜩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 지진희의 부인 김규리의 드라마 속 역할은? 그녀가 부여하는 의미는?
<60일, 지정생존자>에서 이야기를 펼쳐가는 내용 전개 패턴은 흥미롭다. 내용을 속도감 있게 일단 전개해 시청자들이 궁금하도록 만든다. 그 후, 그에 대한 답을 다시 돌아가서 보여줌으로써 몰입감을 높이는 입체적 전개를 한다. 전체적으로 빠르게 진도를 나간 후, 다시 돌아와 디테일을 보여주는 것이다.
<60일, 지정생존자> 제12회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을 또다시 강조했다. 합의나 협상은 없이, 전형적인, 목적을 위해서 수단이 정당화된다는 논리를 전달한다. 눈에 보이는 것 위주로만 진행되는 것 같은 속도감 속에서, 박무진의 부인 최강연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강연은 박무진도 모르는 박무진의 진심과 무의식을 읽어주고 해석해주고, 어루만져준다. 그러면서 가장 현실적이고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콕 찍어서 질문을 대신 던짐으로써 극에 현실감을 더한다.
또한, 밀도 높은 이야기와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 대립과 정치극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왜 이 모든 책임을 박무진이 져야하는지에 대해 시청자들이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사람도 최강연이다. ‘좋은 사람이니까’라고 압박하는 건 협박하는 것보다 더한다는 것을, 이중적으로 옭아맨다는 것을, 시청자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 당연하지 않게 되돌아보게 만드는 역할 또한 최강연이 한다.
◇ 드디어 지진희와 강한나가 만났다
<60일, 지정생존자> 제12회는 드디어 박무진과 한나경(강한나 분)이 만났다는 점이 눈에 띈다. 원칙을 지키면서 집요하게 사건의 핵심을 각자 파고들었던 두 사람은, 각자가 궁지에 몰렸을 때 드디어 만나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이 만났지만, 오영석이 테러에 연관돼 있다는 증거는 현재 다 없어진 상태이다. 절망적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선택한 것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라는 점은 인상적이다. 시청자는 박무진과 한나경의 시너지를 과정부터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60일, 지정생존자> 제12회에서 박무진은 자기 자신도 믿지 않고 데이터만 믿고 살았는데, 모든 데이터가 공모자로 차실장을 가리키고 있지만, 차실장을 믿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속마음을 드러낸다. 차영진(손석구 분)에 대한 확인과 신뢰 회복은, 박무진과 한나경의 시너지에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된다.
윤찬경(배종옥 분)과 강상구(안내상 분)의 대화는 복화술처럼 펼쳐졌는데, 겉으로 보이는 것과 속마음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고, 겉으로 보이는 시간이 아니면 속마음을 함께 공유할 시간을 만들 여유도 자신감도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윤찬경과 강상구가 각각 테러 세력에 대항해 박무진과 큰 틀에서 같은 편에 설 것인지, 아니면 박무진에 대한 공격을 통해 결과적으로 테러 세력에 도움을 줄 것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