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런 브라운 감독의 <원더랜드(Wonder Park)>에서 준은 어릴 적부터 엄마와 함께 자신만의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이 취미인 장난기 많고 상상력 풍부한 소녀였다. ‘게슈탈트 심리학(Gestalt psychology)’의 ‘미해결과제(Unfinished Business)’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밝았던 준이 왜 위축되고 불안해했는지 알 수 있다.
◇ 게슈탈트 심리학, 미해결과제
‘게슈탈트(Gestalt)’는 ‘게슈탈트 심리학’, ‘형태주의적 접근(Gestalt approach)’, ‘게슈탈트 상담’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자신의 욕구나 감정을 하나의 의미 있는 전체로 조직화해 자각한다는 것을 기본 개념으로 채택한다. 전체로 조직화된 개체로 보는 것이다.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인간은 완결을 지향하는 경향성이 있다고 본다. ‘미해결과제’는 해결되지 않은 과거 사건, 정서적 상처, 욕구와 연관되는데, 삶의 에너지를 묶어 새로운 게슈탈트 형성을 방해한다고 본다.
미해결과제는 과거에 머물며, 지금 여기에 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미해결과제가 있을 경우 현재에 살지 못하는 것이다.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사람에게는 완결시키려는 강한 경향성이 있기 때문에, 미완결, 미해결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본다.
미해결과제는 개인과 가족 차원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고, 국가와 사회 전체의 차원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가족 구성원의 실종이 가족 차원에서는 가장 큰 미해결과제일 수 있고,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대형 참사가 국가와 사회 차원에서는 가장 큰 미해결과제일 수 있다.
◇ 아픈 엄마가 집을 떠나 병원으로 간 것은, 준에게 있어서는 버팀목과 지지대를 잃은 듯한 미해결과제
<원더랜드>에서 준의 엄마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집을 떠나 병원으로 갔다. 엄마가 어디에 간 것인지 모르는 실종 상태는 아니지만, 엄마의 병이 얼마나 위중한지 얼마의 기간이 지나야 엄마가 회복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은 준에게 강력한 미해결과제로 작용한다.
엄마가 돌아오기 전까지 준은 시간과 마음이 정지된 것처럼 느끼는데, 엄마가 없는 지금-여기를 견디기 힘든 준은 현재에 살지 못하고 엄마와 같이 있었던 때에 마음이 머물고 있는 것이다.
준의 마음의 미해결과제는 원더랜드를 멈추게 만드는데, 원더랜드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것 또한 미해결과제라고 볼 수 있지만, 근본적인 미해결과제는 엄마가 병원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해결과제가 있을 경우 지금-여기에 살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준은 주눅 들어 보이기는 하지만 불안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는 관객도 있을 것인데, 준의 불안감은 아빠에 대한 마음과 행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준은 아빠가 혼자서 밥을 먹고 옷을 챙겨 입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해, 친구들과 같이 타고 가던 버스에서 몰래 내려 아빠가 있는 집으로 돌아오려고 한다. 엄마가 없기 때문에 엄마의 역할을 하려고 했다고 볼 수도 있는데, 이 또한 불안감 때문일 수 있다.
엄마가 병원으로 간 후, 준은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아빠에게 잔소리를 계속해 마치 준이 어른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이가 어른에게 잔소리를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아이가 아이다운 행동을 하지 못하고, 어른처럼 잔소리를 하는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불안한 현실을 가만히 있으면서 감당하기 힘들고 그렇다고 다른 해결책을 직접 실행할 수는 없기 때문에, 유일하게 불안한 현실에 할 수 있는 일인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원더랜드>에서 엄마가 현재 집에 없는 불안감을 준이 점점 극복하면서, 그리고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빠에 대해 준이 더 이상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