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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무용] ‘1st Altimeets’(3) ‘고독’(라명숙 안무) 조명으로 만들어진 사각의 공간과 원형의 공간! 분리와 통합!

발행일 : 2019-08-28 00:16:38

Altimeets 무용단 창단공연 <1st Altimeets>은 ‘고독’(라명숙 안무), ‘낙타’(안덕기 안무), ‘In search of Paradise : 낙원을 찾아서’(기무간 안무)로 구성됐으며, 8월 21일부터 22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됐다.
 
다른 두 작품에는 많은 수의 무용수가 출연했는데, ‘고독’에는 이성희와 라명숙, 두 명의 무용수만 출연했다. 단 두 명의 무용수만으로도 무대를 채울 수 있는 알티밋의 저력과 가능성을 보여준 시간이었다.

‘1st Altimeets’ 중 ‘고독’ 공연사진. 사진=이현민 제공 <‘1st Altimeets’ 중 ‘고독’ 공연사진. 사진=이현민 제공>

◇ 온전한 ‘나’는 무엇일까?
 
‘고독’은 “온전한 ‘나’는 무엇일까?”라는 안무가 라명숙이 의문에서 시작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온전한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은 것은, ‘나’에게 사람이라는 개념을 넣지 않고 더 근본적인 것을 찾아보고 싶었던 안무가의 바람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안무가는 어느 날,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작품 ‘브루클린의 밤(Room in Brooklyn, 1932)’을 봤다고 안무의도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그림 속 여인의 뒷모습에서 외로움, 쓸쓸함, 절망감, 고독과 동시에 알 수 없는 ‘따뜻하고 찬란한 아름다움’이 숨 쉬고 있음을 느꼈다고 했는데, 근본적인 정서와 감정, 느낌을 사람으로 한정해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안무가가 선택했기 때문일 수 있다.

‘1st Altimeets’ 중 ‘고독’ 공연사진. 사진=이현민 제공 <‘1st Altimeets’ 중 ‘고독’ 공연사진. 사진=이현민 제공>

◇ 작품의 제목이 ‘고독’이 아니라 ‘외로움’이었다면?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는?
 
외로움이 홀로돼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이라면, 고독은 더 깊은 곳이 텅 빈 것 같은 공허한 쓸쓸함이라고 볼 수 있다. <1st Altimeets>의 ‘고독’에는 두 명의 무용수 이성희, 라명숙이 서로를 바라보며 같은 동작을 하기도 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동작을 하기도 한다. 서로 떨어져서 안무를 펼치던 두 무용수는 어느 순간 같은 곳에 모여 있다.
 
외로움을 적용한다면, 이런 모습은 두 사람의 만남과 그 만남으로 인한 교감인 라포르로 해석할 수 있다. 고독을 적용한다면, 같은 사람의 내면, 내 안의 깊은 곳에서 나를 반영하는 내 안의 또 다른 나로 해석 가능이 가능하다.

‘1st Altimeets’ 중 ‘고독’ 공연사진. 사진=이현민 제공 <‘1st Altimeets’ 중 ‘고독’ 공연사진. 사진=이현민 제공>

외로움의 시야로 본다면 무대 위 이성희와 라명숙의 만남과 교감, 소통은 따뜻하고 찬란한 아름다움을 대상(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형성한다고 볼 수 있고, 고독의 시야로 본다면 이성희와 라명숙의 두 무용수로 표현된 분리된 내면이 통합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 조명으로 만들어진 사각의 공간과 원형의 공간! 분리와 통합!
 
<1st Altimeets>의 ‘고독’은 조명으로 만들어진 사각의 공간에서 서로 떨어져 있는 두 명의 무용수의 움직임으로 시작한다. 라명숙은 의자에, 이성희는 옆으로 누워 바닥에 있었다. 무용수들은 사각 조명의 영역을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 들어오기도 했다.

‘1st Altimeets’ 중 ‘고독’ 공연사진. 사진=이현민 제공 <‘1st Altimeets’ 중 ‘고독’ 공연사진. 사진=이현민 제공>

‘고독’에서 두 무용수가 서로 같은 동작의 안무를 펼친 것을 분리와 통합의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다. 두 무용수는 한 사람의 분리된 내면, 생각, 정서를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만약 한 사람이 아니라 각자 다른 사람을 표현한 것이라면, 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반영해주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두 무용수는 서로 마주보는 대형에서 같은 동작을 하기도 하고,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동작을 하기도 한다. 사각 조명이 원형 조명으로 바뀐 후에 두 무용수는 이전보다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사각에서 원형으로 조명이 변화하며 공간 또한 변화한 것은 통합의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1st Altimeets’ 중 ‘고독’ 공연사진. 사진=이현민 제공 <‘1st Altimeets’ 중 ‘고독’ 공연사진. 사진=이현민 제공>

각이 졌던 경계가 부드럽게 곡선으로 변했다는 것과 원형 조명을 사용할 때 전체적으로 밝아져, 사각 조명의 경계보다 원형 조명의 경계가 덜 부각되고 덜 위협적이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경계에서의 저항 줄어든 것이다. 몰입해 감정이입한 관객 또한 심리적으로 그렇게 느낄 수 있다.
 
‘고독’을 두 명의 남자 무용수가 표현하거나 혹은 남녀 무용수가 표현한다면 전체적인 정서와 디테일한 느낌이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진다. 고독이 같은 형체를 띄더라도 고독의 색깔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1st Altimeets’ 중 ‘고독’ 공연사진. 사진=이현민 제공 <‘1st Altimeets’ 중 ‘고독’ 공연사진. 사진=이현민 제공>

◇ 동작의 아이솔레이션을 통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달한 라명숙! 감정과 에너지를 포용하고 완충하면서도 때맞춰 제대로 느낌을 격발한 이성희!
 
‘고독’을 직접 안무하고 출연한 라명숙은 긴 팔과 긴 다리를 더 길게 사용하는 동작을 잘 살렸다. 순간적으로 발산하는 듯한 움직임과 브레이크 동작을 통해 시선과 감정을 멈칫하게 만들어 집중력을 높였으며, 동작의 아이솔레이션을 통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달했다.
 
라명숙이 발산을 주로 표현했다면, 이성희는 그런 감정과 에너지를 포용하고 완충하기 위해 평정과 절제를 하려고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성희는 포용하고 받아들였던 에너지가 쌓이면 자신이 원래 가졌던 내면까지 함께 격발하는 듯 초점을 집중하기도 해, 무대 위 두 무용수가 균형을 맞춰 같이 돋보일 수 있게 만드는 팀워크를 발휘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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