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시어터샤하르(DTS발레단) 주최, 지우영 대본/안무/연출, <한여름밤의 호두까기인형(The Nutcracker in Midsummer Night)>이 8월 24일부터 25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됐다. 스테파니 킴(클라라/호두까기인형 역), 윤전일(프리츠박사 역), 한선천(마우스킹 역)이 출연했고, 김순정(호두파이여왕 역)이 특별출연했다.
클래식 발레의 새로운 해석과 각색을 통해 가족 판타지 발레로 재탄생한 작품으로, 표현력이 좋은 무용수들의 케미와 정서를 만들고 흥미를 유발하는 안무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 시간이었다.
◇ 인형극으로 시작한 공연의 정서! 영상의 공연 제목 또한 글자가 인형이 돼 줄에 매달려 움직이는 느낌!
<한여름밤의 호두까기인형>은 차이콥스키의 클래식 발레 <호두까기인형>을 안무가 지우영이 새로운 해석과 각색을 통해 가족 판타지 발레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반가림막이 오르기 전에 무대에 오른 드로셀마이어(옥종근 분)는 호두까기인형으로 1인극의 인형극을 펼치면서, 본격적인 발레 공연을 위한 정서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공연 제목을 표현한 영상은 마치 글자가 인형극의 인형처럼 매달려 움직이는 느낌을 주는데, 줄에 매달려 움직이는 호두까기인형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호두까기인형이 호두를 까는 동작을 표현할 때 관객들은 재미있어 했다. <한여름밤의 호두까기인형>에서 흥미를 유발한 오프닝은, 정서적 암시의 기능을 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 표현력이 좋은 무용수들이 만든 케미
<한여름밤의 호두까기인형>은 발레리나 스테파니 킴, 발레리노 윤전일, 발레리노 한선천의 케미가 돋보인 시간이었다. 표현력이 좋은 세 무용수는, 각자의 동작과 함께 하는 동작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제대로 표현했다.
스테파니 킴은 긴 팔과 긴 다리를 활용해 시원시원하게 동작을 소화했다. 발레가 표현할 수 있는 동작의 크기와 풍성함을 잘 살린 것인데, 독무 시간에는 혼자서 무대를 꽉 채우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한여름밤의 호두까기인형>에서 스테파니 킴은 특히 공중 동작에서 안정감을 발휘했다. 마치 땅 위에서 안정적인 자세를 취한 것처럼 정지동작을 유지했는데, 개인적 실력과 함께 동작을 함께 만든 무용수와의 케미가 시너지를 이뤘기 때문에 멋지고 안정적인 동작이 펼쳐졌다고 느껴진다.
◇ 가족 판타지 발레에서의 흥미 유발
<한여름밤의 호두까기인형>은 풍부한 상상력과 함께 재미를 주는 구성 또한 눈에 띈다. 두 무용수는 거울 동작을 펼치기도 했는데, 동시에 표현하기도 했고 돌림 노래나 론도 형식처럼 시차를 두고 같은 동작을 이어가기도 했다.
빨간색의 이미지를 공유한 점 또한 흥미롭다. <한여름밤의 호두까기인형>에는 빨간색이 다양하게 적용됐다. 의자와 탁자의 빨간색, 클라라의 의상과 마우스킹 의상의 빨간색, 아이 가방의 빨간색, 호두까기인형의 빨간색 등 빨간색은 공연 전반적인 색의 정체성이라고 볼 수도 있고, 빨간색을 통해 서로 다른 대상과 개체 사이에 공통적인 연결고리를 만든다고 볼 수도 있다.
제2부가 시작할 때 하늘에 달이 뜬 게 아니라 호두가 뜬 재치 있는 영상은 관객의 웃음을 유발했다. 호두파이 춤, 호두를 이용한 안무, 쥐꼬리를 이용한 안무 등 스토리텔링과 연결된 안무 또한 흥미를 유발하게 만들었다.
너무 진지한 시간이 지속됐다 싶을 때 코믹하고 과장된 동작을 통해 긴장 이완, 흥미 유발을 한 것은 똑똑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코믹한 동작을 정확한 안무로 표현함으로써 예술성과 재미를 동시에 살린 것은 훌륭한 안무이자 연출이라고 여겨진다.
<한여름밤의 호두까기인형>은 영상을 통해 무대의 입체감을 높였는데, 무대 위 네 개의 영상이 스토리텔링을 돕기도 했고, 무대 뒷벽의 큰 영상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영상과 홀로그램, 8미터 마리오네트 인형은 <한여름밤의 호두까기인형>의 판타지를 더욱 부각시킨다는 점이 주목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