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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무용] 유빈댄스 ‘안무노트 2019’ 이나현의 렉처퍼포먼스! 아이솔레이션의 원천은 창작 과정과 안무 철학

발행일 : 2019-09-02 13:55:34

유빈댄스(UBIN Dance) 기획공연, 이나현의 렉처퍼포먼스 <안무노트 2019>가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플랫폼엘 라이브홀에서 공연됐다. 안무 과정을 공연으로 만든 시간으로, 창작의 과정과 창작자의 마인드,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나현이 16년 전에 출연한 무대의 영상 속 안무의 아이솔레이션(isolation)은 돋보였는데, <안무노트 2019>에 몰입해 집중하니 이나현의 아이솔레이션의 원천이 안무 철학과 창작 과정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빈댄스 ‘안무노트 2019’ 공연사진. 사진=유빈댄스 제공 <유빈댄스 ‘안무노트 2019’ 공연사진. 사진=유빈댄스 제공>

◇ 이나현의 아이솔레이션! 창작 과정과 안무 철학에서 원천을 찾을 수 있다!
 
<안무노트 2019>는 안무의 아이솔레이션이 돋보인 영상으로 시작했다. 아이솔레이션은 춤을 출 때, 손과 팔, 발과 다리, 머리, 몸통, 허리, 골반을 한꺼번에 움직이지 않고 별도로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영상에 이어 무대에 등장한 이나현은, 영상 속 무용수는 16년 전 자신이라고 밝혔다. 이나현은 춤을 출 때 무용 안으로 사라지는 순간, 춤이 무용수를 삼켜버리는 시간이 있다고 말하면서, 주어진 동작의 노예가 돼 자유로운 흐름을 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나현은 안무에는 세 단계가 있다는 안무 철학을 알려줬다. 첫 번째 춤을 추는 단계, 두 번째 춤을 추지 않는 단계를 거쳐 마지막은 춤에 자신을 맡기는 단계인데 마지막 단계는 즉흥이라고 부연했다.

유빈댄스 ‘안무노트 2019’ 공연사진. 사진=유빈댄스 제공 <유빈댄스 ‘안무노트 2019’ 공연사진. 사진=유빈댄스 제공>

이나현은 안무를 창작할 때의 기준에 대해서도 예를 들어 알려줬다. 팔의 기본적인 움직임을 만든 후 변형을 하고 높낮이의 차이를 주면서 몸통의 움직임을 더하고, 다리의 움직임을 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영상의 안무와 이나현의 시범과 설명을 들으니, 안무 철학과 창작 과정에서 이나현 안무의 아이솔레이션 원천을 찾을 수 있었다. 춤을 추는 단계와 추지 않는 단계의 교차 순간이 아이솔레이션으로 표현될 수 있고, 안무 창작 과정에서 온몸의 움직임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고 하나씩 개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아이솔레이션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작품 자체에 대한 고민보다 무용수와의 관계의 어려움을 푸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시연을 통해 보여준 의미 있는 시간
 
<안무노트 2019>는 작품 자체에 대한 고민보다 무용수와의 관계의 어려움을 푸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시연을 통해 보여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안무노트 2019>는 안무를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공연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안무가인 관객 입장에서는 실전 강의라고 볼 수도 있고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는 공연을 보는 하나의 가이드라고 볼 수도 있다.

유빈댄스 ‘안무노트 2019’ 공연사진. 사진=유빈댄스 제공 <유빈댄스 ‘안무노트 2019’ 공연사진. 사진=유빈댄스 제공>

안무가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직업이라는 이나현의 말에는 울림이 있는데, 무용수들의 마음을 움직여 적극성을 끌어내야 하기도 하고 관객의 마음을 움직여 감동을 공유해야 하는, 안무가의 현실적인 고민이 담겨 있었다.
 
무대에서 연습 과정을 공연으로 보여준 <안무노트 2019>는 마치, 실사 영화 메이킹필름으로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찍는 느낌을 줬다. 연습하는 과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강의를 포함한 공연은, 안무의 과정에 대해 궁금했거나 영감을 어떻게 얻으면 되는지 알고 싶었던 관객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됐을 것이다.
 
◇ 축구에서 찾아낸 움직임! 축구를 벗어나 또 다른 안무가 되는 과정을 공유하다
 
<안무노트 2019>에서 이나현은 축구를 가지고 춤을 만드는 과정을 시연했다. 막고 피하는 것이 큰 틀이고, 공을 가지고 방향 전환을 한다는 핵심을 파악한 이나현은, 축이 되는 다리와 공을 차며 스윙을 하는 다리가 있다는 전제로 안무를 짜기 시작했다. 무용수 강요섭, 최희재, 전소희는 안무를 즉석에서 소화하기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말로 전달하기도 했다.

유빈댄스 ‘안무노트 2019’ 공연사진. 사진=유빈댄스 제공 <유빈댄스 ‘안무노트 2019’ 공연사진. 사진=유빈댄스 제공>

<안무노트 2019>은 거울도 없는 공연장에서 리허설을 바로 공연으로 펼치는 시간이었는데, 창작의 과정에 많은 우연이 개입된다는 것을 관객은 직접 볼 수 있었다. 이나현은 우연을 놓치지 않고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는 안무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적용될 수 있는 지혜라고 생각된다.
 
동작과 움직임의 원본으로 자리하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작품에 직접 출연하지 않는다고 알려주면서, 하나의 원본이 사라진 자리에 다양성이 공존한다는 깨달음을 이나현은 전달했다.
 
<안무노트 2019>에 끝까지 몰입하면 ‘몸이 조직되어 가는 과정과 안무가라는 직업에 대해 이야기한다.’라는 것이 무엇인지 직접 느낄 수 있었는데, 기준과 철학이 있는 안무가 이나현이 어떻게 발전할지 기대하게 된다. 아이솔레이션에 뛰어난 안무를 만들었지만 이제는 아이솔레이션도 뛰어넘는 안무를 만들려고 하는 것처럼, 이나현이 이나현을 뛰어넘는 예술가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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