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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콘서트오페라 ‘돈 조반니’ 모차르트의 선명함을 표현한 지휘자 조정현

발행일 : 2019-09-10 09:16:26

뉴서울오페라단의 콘서트오페라 <돈 조반니(DON GIOVANNI)>가 9월 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됐다. 홍지원 총예술감독, 조정현 지휘, 이범로 연출, 목은아 음악코치와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함께 했다.
 
지휘자 조정현은 모차르트의 선명함을 분명하고 명확하게 표현했다. 베이스 바리톤 우경식은 돈 조반니를 미화하기에 충분한 목소리와 가창력, 외모를 보여줬고, 소프라노 박유리는 분노를 노래로 표출할 때 목소리와 감정 표현력이 살아있었다. 소프라노 김샤론은 돈나 엘비라의 성격과 리액션에 입체감을 불어 넣었다.

콘서트오페라 ‘돈 조반니’. 사진=뉴서울오페라단 제공 <콘서트오페라 ‘돈 조반니’. 사진=뉴서울오페라단 제공>

◇ 모차르트가 표현하려고 했던 원래의 소리를 선명하게 재현하려는 지휘자 조정현의 방향성
 
<돈 조반니>의 지휘자 조정현은 모차르트가 표현하려고 했던 원래의 소리를 선명하게 재현하려는 방향성을 공연 내내 일관되게 유지했다. 서곡부터 분명하고 명확하게 지휘했는데, 모차르트가 표현하는 음의 선명함이 멋지게 표현됐다.
 
<돈 조반니>는 콘서트오페라로 진행됐기 때문에, 지휘자는 성악가와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소리를 맞춰야 한다. 눈에 보이는 상태에서 맞추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맞춰야 하는데, 서로에게 맞추려고 배려하는 마음은 더 멋진 소리를 만들 수 있다. 현재 펼쳐지는 장면의 정서는 무대 뒤편 영상으로 제시돼, 무대에서의 시너지가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게 전달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콘서트오페라 ‘돈 조반니’. 사진=뉴서울오페라단 제공 <콘서트오페라 ‘돈 조반니’. 사진=뉴서울오페라단 제공>

조정현은 큰 동작으로 명확하게 지휘할 때도 감정에 도취되기보다는 악보의 본질에 충실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직하고 성실한 지휘자라고 느껴진다. 안정적인 연주를 구현함과 동시에 성악과 기악의 조화에도 초점을 맞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콘서트오페라이긴 하지만, 기악이 너무 질주해 성악을 덮어버리지는 않도록 강약 조절을 잘 한 것이다.
 
공연 중반에 무대에 가볍게 개입해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조정현은 코믹한 연출에 부합할 수도 있다는 것을 <돈 조반니>를 통해 보여줬다. 조정현은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어떤 새로운 오케스트라와도 안정적으로 기본에 충실한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콘서트오페라 ‘돈 조반니’. 사진=뉴서울오페라단 제공 <콘서트오페라 ‘돈 조반니’. 사진=뉴서울오페라단 제공>

◇ 돈 조반니를 미화하기에 충분한 목소리와 가창력, 외모를 지닌 베이스 바리톤 우경식
 
<돈 조반니>에서 돈 조반니 역 테너 우경식은 모자를 쓰고 턱시도 입고 무대에 등장했다. 오페라 전막 공연은 화려한 무대에 시선을 빼앗기기도 하는데, 콘서트오페라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다른 요소들보다는 노래와 스토리텔링 자체에 집중하게 만들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돈 조반니는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그냥 바람둥이가 아니라 성범죄자이자 살인자라고 여겨진다. 모차르트가 그 시대의 인물을 풍자한 것인지, 아니면 모차르트 본인이 성 감수성이 매우 떨어지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베이스 바리톤 우경식은 돈 조반니를 미화하기에 충분한 목소리와 가창력, 외모를 지녔다. 우경식의 목소리에는 나긋나긋한 부드러움과 상대를 이끄는 장악력이 모두 있다. 돈나 엘비라가 돈 조반니에게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돈 조반니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다시 끌리는데, 그런 돈 조반니의 모습을 우경식은 높은 싱크로율로 표현했다.

콘서트오페라 ‘돈 조반니’. 사진=뉴서울오페라단 제공 <콘서트오페라 ‘돈 조반니’. 사진=뉴서울오페라단 제공>

◇ 분노를 노래로 표출할 때 목소리와 감정 표현력이 살아있는, 소프라노 박유리
 
<돈 조반니>에서 돈나 안나 역의 소프라노 박유리는 분노를 노래로 표출할 때 목소리가 살아 있었다. 분노에 찬 노래를 부를 때 감정 표현력이 좋았는데, 전막 오페라였으면 어떤 움직임이 더해졌을지 궁금해진다.

<돈 조반니>에서 돈 조반니의 분노이겠지만, 아티스트 내면의 또 다른 분노일 수도 있겠다고 느껴질 정도로 박유리는 실감 나게 감정을 전달했다. 아리아를 독창할 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넓은 무대를 가득 채웠다.
 
박유리는 감정이입해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진짜 자신의 이야기여서 몰입해 감정을 표출하는 느낌을 줬는데, 관객의 박수와 환호를 들으면 전해지는 감동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콘서트오페라 ‘돈 조반니’. 사진=뉴서울오페라단 제공 <콘서트오페라 ‘돈 조반니’. 사진=뉴서울오페라단 제공>

◇ 돈나 엘비라의 성격과 리액션에 입체감을 불어 넣은, 소프라노 김샤론
 
<돈 조반니>에서 아리아를 시원시원하게 소화한 소프라노 김샤론은, 다른 사람의 일로 분노했을 때와 돈나 엘비라 자신이 직접 배신을 당해서 분노할 때 다르게 표현했다. 돈나 엘비라의 성격과 리액션에 입체감을 넣은 것이다.
 
김샤론은 혼자 있을 때 표정 연기, 감정 연기의 폭이 훨씬 컸다. 돈 조반니에 대한 미움과 이끌림의 양가감정(兩價感情, ambivalence)의 표현할 때 그녀의 마음이 참 힘들겠다고 느껴졌다. 양가감정은 두 가지 상호 대립되거나 모순되는 감정이 공존하는 상태를 뜻한다.
 
김샤론은 무대 좌우 이동을 효율적으로 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모든 요소가 다 표현되기는 쉽지 않은 콘서트오페라에서 감정 표현의 입체감뿐만 아니라 무대 사용에 있어서도 입체감을 준 것인데, 다양한 위치의 좌석에 앉은 관객을 배려함과 동시에 무대에서 강연할 때처럼 움직여 관객에게 더욱 집중력을 발휘하도록 한 점이 주목된다.

콘서트오페라 ‘돈 조반니’. 사진=뉴서울오페라단 제공 <콘서트오페라 ‘돈 조반니’. 사진=뉴서울오페라단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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