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제15회는 빠른 전개, 분명하고 명확한 액션신, 타곤(장동건 분)과 태알하(김옥빈 분), 사야(송중기 분), 탄야(김지원 분) 등 주요 등장인물들의 질주가 돋보인 시간이었다. 이렇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펼치기 위해 그동안 시청자들을 기다리게 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만들 정도였다.
남은 세 번의 방송에서 은섬(송중기 분), 카리카(카라타 에리카 분), 무백(박해준 분)의 질주와 카리스마 있는 연기의 시너지가 기대되는데, 제15회 방송과 같은 몰입감을 선사한다면 <아스달 연대기>는 시즌2라고 일컬어지기도 하는 파트3(Part3)의 멋진 마무리로 이전의 이야기까지 모두 멋지게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 기다린 시청자들에게 정말 재미있는 몰입감을 준 <아스달 연대기> 제15회
타곤, 태알하, 사야, 탄야 등 등장인물들의 멋진 질주가 이뤄진 게, 마지막회(제18회)가 아닌 제15회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타곤이 이그트라는 것을 아사론(이도경 분)이 알게 된 후 타곤은 질주했고, 뇌안탈의 우월함을 감추기 위해 하림(조승연 분)이 혈맥을 끊어버렸던 눈별(안혜원 분)이 각성해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남은 세 번의 방송에서 이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이그트인 은섬의 각성과 은섬의 각성으로 은섬과 연결된 사야의 재각성이다. 각성된 은섬은 눈별과 시너지를 낼 수도 있고, 타곤과 제대로 대결을 하거나 혹은 전략적으로 협력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제15회에는 다양한 종족, 부족이 나와 결투를 펼쳤지만 모모족은 나오지 않았다. 모모족의 임팩트를 소진하지 않고 축적했기 때문에, 샤바라라고 불리는 모모족의 우두머리인 카리카의 제대로 된 질주는 아직 남아있다.
모모족은 은혜를 갚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카리카는 은섬에게 꼭 은혜를 갚으려고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송중기와 카라타 에리카, 두 배우의 카리스마 연기의 시너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 순수하게 자신을 걱정해주는 것을 처음 경험한 사야
<아스달 연대기> 제15회에서 탄야가 사야를 걱정하자, 사야는 “나 처음 당해봐. 누가 아무 이득 없이 나 걱정하는 거”라고 말한다. 탄야는 그럴 때 당한다고 표현하는 게 아니라고 말하면서, 어떻게 처음일 수 있냐는 표정을 짓는다.
순수하게 자신을 걱정해주는 것 같은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하는 거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이런 경험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남에게 당연한 것 중에서 나에게 결핍이 있을 수 있듯이, 나에게 당연한 것이 남에게는 엄청나게 큰 결핍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사야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잘해줄 때는 잘해주는 사람에게 이득이 있기 때문이라고 여겼던 것인데, 누군가 자신에게 잘해주는 순간에도 사야는 불안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아스달 연대기>에서 사야의 목소리 톤은 인상적이다. 예쁜 얼굴에 저음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내기에 현실의 인물이 아닌 동화 속 인물처럼 느껴진다. 복합성과 이중성을 지닌 이그트를 송중기는 환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 경건한 척하는, 인간을 존중하는 척하는 흰산족
<아스달 연대기>에서 흰산족은 경건한 척하면서, 인간을 존중하는 척한다. 반면에 와한족은 존중하는데 존중하는지 모르고 한다. 물론 와한족은 인간만 존중하는 게 아니라 만물을 존중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그래서 그들은 인간에 대한 존중을 지키기 위해 뭘 할지 몰라서 우왕좌왕하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무지해서 지키지 못한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고 그래서 당하는 건가 생각하게 만들기도 했다.
<아스달 연대기> 제15회에서는 아사론의 죽음과 함께 흰산족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궁금함을 남겼다. 아사론이 죽였으니 나머지 흰산족을 그냥 다 용서해도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쉽게 용서해서는 안 된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세게 응징하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더욱 큰 불편함을 남길 수 있다. 흰산족에 대한 응징의 출구전략이 궁금하다.
<아스달 연대기>에서 무백은 갈등을 겪기도 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신념을 가지고 있기도 한 인물이다. 솔직함을 택하면서 칼끝을 타곤에게 돌리기도 했는데, 그런 무백에게 타곤은 거짓말을 하게 됐었다.
<아스달 연대기>가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모르지만, 기존 세력이 몰락하고 신규 세력이 아스달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한 것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무백은 기존의 세력이 지키고 싶은 마지막 양심의 표상일 수 있다.
대답을 회피하기는 하지만 결국 거짓을 말하지는 않는 무백이 끝까지 정의로운 캐릭터로 남을 것인지, 새로운 역사를 같이 쓰는 인물이 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은섬, 카리카와 마찬가지로, 많은 등장인물이 질주한 <아스달 연대기> 제15회에서 질주하지 않은 무백은, 질주할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는 중이었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