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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퍼펙트맨’ 복수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용서를 받고 싶었던 것일까?

발행일 : 2019-09-18 09:31:27

복수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용서를 받고 싶었던 것일까? “담배 연기든 뭐든 오래 담아두면 탈난다”라는 영기(조진웅 분)의 대사는 영화의 정서를 반전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전체적인 흐름을 위해 완급 조절, 강약 조절을 펼친 조진웅과 진선규(대국 역)의 절제된 연기력과 케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용수 감독의 <퍼펙트맨(Man of Men)>은 돈 쫌 많은 로펌 대표 장수(설경구 분)와 폼 쫌 잡는 꼴통 건달 영기, 퍼펙트하게 다른 두 남자의 인생 최대 반전을 담고 있는 영화이다.

‘퍼펙트맨’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퍼펙트맨’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 “담배 연기든 뭐든 오래 담아두면 탈난다” 복수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용서를 받고 싶었던 것일까?
 
<퍼펙트맨>은 행동으로 보면 사고를 쳐 요양병원에 봉사활동을 가게 된 건달 영기의 이야기인데, 정서로 보면 돈만 주면 무슨 일이든 하는 고급 로펌 변호사 장수의 이야기이다. 서로 이질적인 영기와 장수를 연결해주는 것은 스토리텔링의 힘일 수도 있지만, 설경구와 조진웅의 연기와 케미라고 볼 수 있다.
 
“담배 연기든 뭐든 오래 담아두면 탈난다”라고 영기는 말한다. 갑자기 바뀐 현실에 대해 회피만 하던 장수는 이 말에 자신의 삶과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장수는 복수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용서를 받고 싶었던 것일까?

‘퍼펙트맨’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퍼펙트맨’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퍼펙트맨>에서 장수는 자신의 진짜 마음에 직면하기 어려워했다. 버킷리스트를 정하면서도 제일 원하는 것을 가장 먼저 선택하지 않고 가장 나중에 선택했다.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가장 마지막에 선택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진짜 속마음에 직면하기 힘들어서 버킷리스트조차도 지연의 방법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동안 자신이 만들고 살아왔던 겉모습을 버리기 힘든 장수는 내적 저항을 한다. 각자가 가진 상처는 각자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진짜 속마음으로 오는 길은 진짜로 두렵고 무서울 수 있다.

‘퍼펙트맨’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퍼펙트맨’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퍼펙트맨>에서 스스로는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드러내는 방법은 인상적이다. 두렵고 진지한 한 사람에게, 원래 몰랐었던 상대편에 있는 다른 한 사람은 핵심의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냥 던진다.
 
만약 영기가 원래 알던 사람이었으면 영기의 행동에 장수는 크게 반발하고 저항했을 수 있다. 장수가 만든 자신만의 세상에 영기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영기의 도발은 장수에게는 자신의 세상이 내부에서 무너지려는 신호로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고, 이전에 이해관계가 없었던 외부의 인물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심리적으로 안전하게 느꼈을 수 있다.

‘퍼펙트맨’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퍼펙트맨’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 전체적인 흐름을 위해 완급 조절, 강약 조절의 절제된 연기력을 펼친 조진웅과 진선규
 
<퍼펙트맨>에서 조진웅의 코믹 연기는 재미있게 느껴질 수도 있고, 대놓고 확 웃기기에는 2% 부족한 거 아닌가 느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면 일정 범위를 꾸준히 지키는 조진웅의 진정성 있는 연기는, 영기 캐릭터가 가벼운 웃음을 주는 캐릭터가 아니라 현실적인 진중함을 주는 캐릭터였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한다.
 
순간 더 웃길 수도 있었지만, 너무 코믹하게 흐르지는 않도록 하기 위한 완급 조절, 강약 조절을 조진웅이 펼쳤다고 볼 수 있는데, 친구 역할로 나오는 진선규의 연기 또한 그러하다.

‘퍼펙트맨’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퍼펙트맨’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조진웅과 진선규는 <퍼펙트맨>을 그냥 더 많이 즐기기만 하면 되는 팝콘무비로 만들 수도 있었는데, 더 나갈 수 있는 순간에 멈추는 연기력을 발휘함으로써 영화 마지막의 감동을 더욱 살린 것이다. 조진웅과 진선규는 화려한 개인기를 더 보여줄 수 있었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 팀워크를 발휘한 연기 선수들이라고 볼 수 있다.
 
<퍼펙트맨>는 처음부터 중간까지 봤을 때보다, 끝까지 봤을 때 더욱 소급해서 재미있어지는 영화이다. 재미를 느끼고 감동을 받으려고 노력하는 관객보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상영시간을 즐기는 관객이 훨씬 더 재미와 감동을 선사받을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이 주목된다.

‘퍼펙트맨’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퍼펙트맨’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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