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제17회는 ‘갈마가 맺어졌다’, ‘갈마가 풀어졌다’라는 개념을 전달했는데, <아스달 연대기>가 가진 믿음과 집착의 세계관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드라마 초반 ‘이름에 묶여있다’라는 개념과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폭포의 심판’에서 살아났다는 것은 ‘와한의 꿈’이었던 은섬(송중기 분)이 이나이신기의 재림으로 인정받으며 새로운 영웅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라문 해슬라의 재림일 것이라는 이미지에서 이나이신기의 재림이라는 이미지까지 가지게 됨으로써, 초강력 절대 영웅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돋보인다.
◇ 갈마가 맺어졌다, 갈마가 풀어졌다? 이름에 묶여있다? <아스달 연대기>가 가진 믿음과 집착의 세계관
<아스달 연대기> 제17회에서 모모족의 샤바라인 카리카(카라타 에리카 분)는 물에 빠져 죽을 위기에 처한 은섬을 구한 후, “당신이 나의 아이를 구하면서 우린 갈마가 맺어졌고, 내가 당신의 목숨을 구하면서 우린 갈마가 풀어졌습니다. 이제 당신과 난 처음으로 돌아왔습니다.”라고 말했다.
‘갈마’의 의미에 대해 등장인물들은 아스달 언어로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게 없지만 ‘인연 같은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 맥락적으로 파악할 때 ‘갈마’는 받은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보답 의무, 보상 의무, 심리적 부채로 인해 엮인 인연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당신과 난 처음으로 돌아왔습니다.”라는 카리카의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갈마는 도의적 연결과 사항이라기보다는 꼭 풀어야 하는 숙제 같은 느낌을 준다. <아스달 연대기>가 주는 믿음과 집착의 세계관은, 아스달과 아스달 사람들의 운명은 정해진 인과관계로 흐르고,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여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아스달 연대기> 초반에는 탄야(김지원 분)와 은섬, 은섬과 도우리(칸모르)가 이어지는 필연성을 ‘이름에 묶여있다’라는 개념을 부여함으로써 확보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갈마가 맺어졌다’, ‘갈마가 풀어졌다’, ‘이름에 묶여있다’ 등의 개념과 정서는 <아스달 연대기>의 세계관을 독창적으로 보여주는 요소 중의 하나이다. 제1회 또는 제2회에서의 암시와 정서적 암시를 시청자들이 제17회에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더 명확하게 전달됐으면, 지금보다 더 감동적으로 느껴져 눈물을 흘리며 시청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을 수 있다.
◇ ‘폭포의 심판’에서 살아난다는 의미는?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는 은섬!
<아스달 연대기> 제17회에서 카리카는 은섬에게 아고의 폭포에서 살아난다는 것은 다른 무엇이 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고족으로 돌아가면 당신은 이제 당신으로 살 수 없게 됩니다. 원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우리와 함께 떠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할 때 카리카는 모모족의 언어를 사용했는데, 호기심을 주면서 동시에 한국어로 표현했을 때의 어색함으로 인한 극적 긴장감 저하를 사전에 차단한 선택이 주목된다.
<아스달 연대기> 전반부에는 은섬이 아라문 해슬라의 재림일 수 있다는 강력한 암시가 있었는데, 후반부에는 이나이신기의 재림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드라마 전반부에 아라문 해슬라에 이미지를 부합하고, 후반부에 이나이신기의 이미지에 부합하도록 만들면서, 결국 마지막에는 은섬이 서로 대립했었던 아라문 해슬라와 이나이신기를 모두 아우르는 초강력 절대 영웅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들었다는 점에 감탄하게 된다.
◇ 연기의 일관성을 지키는 송중기
<아스달 연대기> 제17회에서 이나이신기의 재림으로 추앙받는 은섬은 아고족을 이끌고 돌담불의 노예를 구했다. 송중기는 영웅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면서도, 노예일 때 은섬의 목소리를 그대로 유지해 다른 인물이 아닌 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시청자들이 느끼면서 감정선을 그대로 유지하게 만들었다.
은섬과 사야의 1인 2역을 소화하는 송중기는, <아스달 연대기> 제17회에서 사야가 타곤(장동건 분)을 보좌하고 구하는 역할을 하면서 행동은 변했지만 목소리와 눈빛, 그리고 디테일한 움직임의 뉘앙스는 그대로 유지했다.
1인 2역을 소화하면서, 은섬과 사야가 상황에 따라 행동과 선택을 바꿔야 하는 모습을 표현하면서, 송중기는 연기의 일관성을 유지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더 존재감을 발휘하는 연기를 하고 싶었을 순간에서도, 은섬 캐릭터의 현재 내면을 표현한 연기를 위해 강약과 수위, 완급을 조절했던 송중기의 마지막 불꽃 연기가 기대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