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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무용] 시댄스, 후즈 넥스트(1-2) 고블린파티 ‘전라도’ 밝음을 통해 관객을 민망함에 노출시키다

발행일 : 2019-10-11 11:13:12

이주성 안무/출연, 고블린파티 <전라도>가 시댄스(SIDance2019) ‘후즈 넥스트Ⅰ’ 프로그램으로 CKL스테이지에서 10월 7일 공연됐다. 안무자이자 공연자인 이주성은 전라의 모습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동시에 던지는데, 탈의를 했을 때 조명을 어둡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조명을 밝게 하고 음악을 줄여 오히려 관객들이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전라도’ 공연사진. 사진=서울세계무용축제 제공 <‘전라도’ 공연사진. 사진=서울세계무용축제 제공>

◇ 연극을 하는 것처럼 시작된 무용! 마임을 하는 것처럼 펼쳐지는 아이솔레이션(isolation)!
 
나무와 옷걸이를 들고 들어온 무용수는 마치 연극을 하듯 <전라도>를 시작한다. 나무, 옷걸이와 무대에서 직접 만든 임시 옷걸이의 세 개의 점으로 만들어진 삼각형의 공간 안에서 공연 초반의 안무가 펼쳐지는데, 음악 없이 퍼포먼스의 형태로 진행된다.
 
이주성의 초반 안무는 특히 아이솔레이션이 돋보이는데, 이는 마임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아이솔레이션은 춤을 출 때, 손과 팔, 발과 다리, 머리, 몸통, 허리, 골반을 한꺼번에 움직이지 않고 별도로 움직이는 것으로, 아이솔레이션을 제대로 구사할수록 수준 높은 표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전라도’ 공연사진. 사진=서울세계무용축제 제공 <‘전라도’ 공연사진. 사진=서울세계무용축제 제공>

◇ 옷을 입고 벗음을 반복한 안무! 에로틱함보다 호기심을 자아내도록 표현한 디테일!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전라도>의 공연 제목을 보면 특정 지역을 지칭하는 것처럼 연상되기도 하고, 알몸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떠올릴 수도 있다. 실제로 <전라도>에서 전라의 순간에 멈춤 동작이 이어지기 때문에 그림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주성은 바지와 상의를 차례로 탈의할 때 에로틱함보다는 호기심을 자아내도록 디테일을 살려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객은 놀람과 코믹한 웃음의 반응을 모두 보낼 수 있다.

‘전라도’ 공연사진. 사진=서울세계무용축제 제공 <‘전라도’ 공연사진. 사진=서울세계무용축제 제공>

<전라도>는 무용수가 탈의를 했을 때 조명을 어둡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조명을 밝게 했다. 조명을 밝히고 음악을 줄여 관객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관객은 관객 각자의 표정과 숨소리가 무용수의 움직임보다 더욱 크게 느꼈을 수도 있다
 
관객을 어둠 속에서 훔쳐보는 주체가 아닌, 민망함을 느끼는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점은 무척 흥미롭다. 노출의 순간에 조명이 어두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관객의 허를 찌름으로써, 관객을 멈칫하게 만든 것이다.

‘전라도’ 공연사진. 사진=서울세계무용축제 제공 <‘전라도’ 공연사진. 사진=서울세계무용축제 제공>

옷을 입은 후 봉을 이용해 무술을 하는 듯한 안무는 무척 역동적이었는데, 서서히 움직인 시간 후에 빠르게 움직이는 안무를 통해 공연의 리듬감을 만든 것이다. 단 한 명의 무용수가 이 모든 것을 펼쳤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제 공연이 끝났다 싶을 때 다시 한 번 이뤄지는 전라의 노출 또한 관객의 허를 다시 한 번 찌를 수 있다. 이주성은 관객들에게 자신의 몸을 다 보여주지는 않지만, 아슬아슬한 경계 속에 호기심이 생기게 만들며 공연의 여운을 남겼다.

‘전라도’ 공연사진. 사진=서울세계무용축제 제공 <‘전라도’ 공연사진. 사진=서울세계무용축제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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