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6세대 그랜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뉴 그랜저’를 24일 국내 언론을 대상으로 공개했다. 새로워진 그랜저는 풀 체인지에 가까울 정도로 실내외 디자인이 완전히 달라진 게 특징이다.
현대차는 이상엽 디자인센터장(전무) 부임 이후 마이너 체인지나 페이스리프트 모델도 풀 체인지 수준의 디자인 변화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 신형 그랜저도 예외가 아니다. 앞모습은 지난해 제네바 모터쇼에 선보였던 콘셉트카 ‘르 필 루즈(Le Fil Rouge)’와 유사하다. 콤팩트한 헤드램프와 이어진 그릴에 마름모 모양의 주간주행등이 촘촘히 박혀 있으며, 이 주간주행등은 방향지시등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현대차는 이를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신형 쏘나타에서 보닛으로 이어진 히든 라이팅 램프를 이번에는 범퍼 안에 넣었다. 점등하게 되면 밤하늘의 별처럼 보인다는 게 이상엽 전무의 설명이다.
보닛과 범퍼는 신형 쏘나타(DN8)와 마찬가지로 별도의 파팅 라인 없이 직접 연결된다.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보닛에 돌출부위가 거의 없이 매끈하게 이어진 스타일이라는 얘기. 이 때문에 작은 접촉사고에도 차체가 쉽게 손상될 것 같은 느낌도 준다. 이에 대해 현대차 연구원은 “연구 개발 과정에서 그 부분도 충분히 감안해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랜저의 헤리티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에 대해 이상엽 전무는 “지난번에 기계로 찍어내는 듯한 패밀리룩은 만들지 않겠다고 얘기했었다”면서 “앞으로는 그랜저만의 패밀리룩, 펠리세이드만의 패밀리룩처럼 각 차종별로 패밀리룩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뉴 그랜저는 과감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택시 모델이 나온다. 그러나 후속 풀 체인지 모델은 그 자리를 택시 전용 모델이 대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뒷모습은 6세대 전기형의 듀얼 라인 테일램프를 하나의 라인으로 구현해 낸 것이 특징이다. 트렁크 리드는 뒤 유리와 부드럽게 이어지며 떨어지다가 리어 스포일러 역할을 하기 위해 킥 업 스타일로 마무리했다. 트렁크는 현대 엠블럼 안쪽을 누르면 열리도록 했다.
휠베이스는 구형보다 40㎜ 늘어나면서 실내공간이 더욱 넉넉해졌다. 대시보드는 구형의 흔적을 거의 찾기 힘들 정도로 확 바꿨고, 내비게이션 화면도 12.3인치로 커졌다. 내비게이션을 감싸는 테두리는 구형의 비대칭 라인을 그대로 따르지만, 아날로그시계는 없앴다. 이에 대해 이상엽 전무는 “구형 그랜저는 화면 옆의 공백을 시계로 메우는 개념이었는데, 신형은 운전자에게 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화면을 키우면서 시계를 굳이 놔둘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실내는 ‘고급스럽고 편안한 라운지’와 ‘힐링하고 재충전하는 리빙 스페이스’ 느낌으로 디자인됐다. 앰비언트 램프 색상은 무려 64가지. 기어는 신형 쏘나타와 마찬가지로 레버 대신 버튼으로 조작하는 시프트 바이 와이어(SBW) 방식을 적용했다. 기어 레버가 사라진 여유 공간에는 무선충전이 가능한 스마트폰 수납공간이 자리 잡았다. 큰 스마트폰도 안정적으로 무선 충전되도록 뒤로 약간 경사지게 설계된 점이 눈에 띈다.
이상엽 전무는 “현대차는 이제 제조사 중심의 디자인이 아니라 고객 중심의 디자인을 지향한다”면서 “현대차에서 가장 신뢰받고 사랑받는 스테디셀러이자 플래그십 모델인 그랜저는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지 않고 한 단계 진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