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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1) ‘여름날’ 한 번은 느껴봤을, 군중 속의 소외와 외로움

발행일 : 2019-11-19 10:54:43

오정석 감독의 <여름날>은 서울독립영화제2019 (제45회) 본선경쟁 부문의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 장편 영화이다.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한 번 이상은 느껴봤을, 군중 속에서의 소외와 외로움을 너무 과하지 않고 담담하게 공유한다.
 
주인공이 어디로 가는 게 아니라 관객에게 오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 영화의 시작은 인상적인데, 카메라가 주인공을 따라가기도 하지만, 등장인물이 카메라 시선 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여름날’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여름날’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주인공이 어디로 가는 게 아니라 관객에게 오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 시작! 카메라가 주인공을 따라가기도 하지만, 등장인물이 카메라 시선 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영화가 시작하면 승희(김유라 분)는 이삿짐을 가지고 집 안으로 들어온다, 문과 창문을 통해 밖은 밝은 시간이라는 것이 드러나는데, 실내는 어둡다.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승희가 어디론가 이사를 가는 게 아니라 내가 있는 곳으로 이사를 오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연출이 눈에 띈다. 카메라가 고정된 시선을 유지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보인다.
 
카메라가 주인공을 따라가기보다는 고정된 카메라의 시선 안에 등장인물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마치 고정된 CCTV처럼 정해진 장소를 보는 느낌이다. 감독은 관객이 인물만 보기보다는, 전체적인 모습을 모두 보기를 바라는 것 같다. 영화의 제목과 연결해 고려하면, 제1주인공은 ‘승희’가 아닌 ‘여름날’일지도 모른다고 추측할 수도 있다.
 
<여름날>은 영화 중반으로 가면서 주변의 소음을 그대로 영화 속에 반영하기도 한다. 있는 그대로를 가능하면 담으려고 했다고 볼 수도 있는데 다큐멘터리 같은 뉘앙스도 전달된다.

‘여름날’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여름날’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많은 사람들이 한 번 이상은 느껴봤을, 군중 속에서의 소외와 외로움
 
<여름날>에서 승희와 승희 친구 다은(이현지 분)과 세 명의 남자, 모두 다섯 명이 대화를 하는 장면이 있다. 처음에는 두 명의 여자끼리, 세 명의 남자끼리 이야기를 하다가, 이야기가 진행되며 다은이가 자리를 바꾼다.
 
다섯 명이 같이 있는 상황에서 다은이는 남자 1명과 주로 대화를 하고, 다른 남자 2명은 서로 대화의 죽이 맞는다. 결국 승희는 대화에서 소외된다. 2:2:1에서 1의 위치에 승희가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4:1에서 1의 위치에 승희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같이 있어도 같이 있지 않은 느낌, 같이 있기 때문에 더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많은 사람들이 한 번 이상은 느껴봤을 군중 속에서의 소외와 외로움을 감독은 <여름날>에서 승희를 통해 너무 과하지 않게 표현한다.

‘여름날’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여름날’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집으로 돌아온 승희는 방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삼촌(김진홍 분)과 삼촌 애인(이진서 분)이 친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문밖에서 보고만 있다. 다른 사람들끼리 너무 친할 때 그 안, 그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지 못하고 주저하는 모습에 공감하는 관객도 많을 것이다.
 
<여름날>은 가을이나 겨울의 외로움과 소외가 아닌, 여름날의 외로움과 소외를 다루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감독은 외로움을 표현하지만 고독으로까지 느껴지지는 않게 수위를 조절한다.
 
너무 깊이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아픔을 직면하게 만들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를 존중하려는 감독의 마음이라고 느껴진다. 할머니(이연금 분)의 보청기를 너무 상투적으로 깊게 끌고 가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여름날’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여름날’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영화 속 대사가 아닌 관찰 카메라 속 대사처럼 느껴지는, 승희와 거제 청년의 대화! 다큐멘터리가 주는 관조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영화!
 
<여름날>에서 승희는 낚시를 처음 하면서 혼자 낚시를 가는 용감함을 발휘한다. 승희는 누군가와 어설프게 같이 있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을 더 편하게 여기는 성격일 수도 있다. 그곳에서의 거제 청년(김록경 분)과의 만남을 보면, 같이 있는 곳에서 만난 사람이 아니라, 각자 혼자 있는 곳에서 만난 사람에 더 가깝게 보인다.
 
두 사람의 대사는 영화 속 대사가 아니라, 관찰 카메라 속 대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항 속 물고기와 바닷속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은 바닷속 물고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항 속 물고기도 아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여름날>은 전달하려는 특정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찾으면서 볼 수도 있고, 내맡겨진 감정의 흐름을 그냥 따라가며 느끼며 공감할 수도 있는 작품이다. 스펙터클해야만 기억나는 ‘여름날’이 되는 게 아니라, 평범한 일상의 ‘여름날’ 자체로도 ‘여름날’이 될 수 있다는 여운이 남는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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