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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6) ‘할머니의 외출’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

발행일 : 2019-11-26 06:00:00

장병기 감독의 <할머니의 외출>은 서울독립영화제2019 (제45회) 특별초청 부문의 장편 영화로, SIFF2019 후반제작지원작이다. 흑백 영화로, 당사자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고민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호와 배려를 받아야 할 나이에 최선을 다해 보호와 배려를 하며 사는 소진(권잎새 분)의 모습을 보며,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소진들이 떠오른다.

‘할머니의 외출’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할머니의 외출’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흑백 영화! 당사자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고민을 담고 있는 영화!
 
<할머니의 외출>은 흑백 영화로 만들어져, 불편할 수 있는 내용과 정서가 한 단계 필터링 되는 효과를 낸다. 당사자인 치매 노인과 가족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고민을 담고 있는 영화인데, 사람들의 정서와 감정을 총천연색으로 표현하는 게 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할머니(송광자 분)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아들 인식(임형국 분)과 손녀 소진의 모습에도 의무감, 책임의식, 그리고 죄의식, 죄책감이 공존한다. 영화는 효자가 치매 할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는 내용인데, 할머니가 ‘외출’의 의미를 오해하고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에 마음이 짠해진다.

‘할머니의 외출’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할머니의 외출’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할머니의 외출>은 위로한다고 하면서 공격하는 사람들, 어설프게 위로하다가 오히려 상처만 주는 사람들의 모습도 담고 있다. 어떤 것을 표현해야 할지에 대한 공유가 감독과 배우들 사이에서 어렵지 않게 공감됐을 것이지만, 실제로 디테일하고 민감한 부분을 카메라로 담을 때 감독과 배우들은 모두 힘들었을 수도 있다.
 
◇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
 
<할머니의 외출>은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속마음을 말로 표현했을 때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 그렇다고 말하지 않았을 때 또 다른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 처했던 경험이 있는 시청자들은 더욱 공감할 수 있다.

‘할머니의 외출’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할머니의 외출’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소진은 수학여행을 가면서도 웃고 즐기지 못한다. 인식과 소진 모두 힘들겠지만, 인식은 그래도 어른이고 소진은 아직 청소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보호와 배려를 받아야 할 나이에 최선을 다해 보호와 배려를 하며 사는 소진의 모습에 눈물이 난다.
 
벌써 어른스러워졌다고 칭찬하고 끝나거나, 어른스러워진 모습을 너무 당연히 받아들이지 말고, 소진도 보호와 배려를 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소진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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