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김동률 콘서트 ‘오래된 노래’>가 11월 22일부터 12월 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됐다. 빛과 소리의 향연으로, 처음으로 시도한 8회 장기 공연이라는 의미를 가진 시간이었다.
◇ 마지막 공연의 마지막 곡이 끝났다
커튼콜이 끝나고도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는다. 끊이지 않는 뜨거운 박수는 그에게 전하는 뜨거운 메시지들이다. 한참이 지나도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열렬한 박수에 다시 그가 무대에 섰다.
감추어지지도, 감추어질 수도 없는 눈물과 감격에 겨운 그의 표정이 스크린 하나 없이 진행된 공연처럼 무대에서 그대로 마음으로 전달된다. 관객석은 눈물바다가 됐다.
김동률, 그는 데뷔 26년 차, 올해 46세의,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류를 전혀 따르지 않는 가수이다. 흰 셔츠에 짙은 색 무난한 양복, 검은색 정장구두를 신고 두꺼운 뿔테안경을 쓴, 당최 대중가수라는 이미지에 부합되는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냥 보면 이 공연이 오케스트라 공연인지, 성악 공연인지 짐작도 되지 않는, 얼핏 보면 무대 관계자인지, 행사 관계자인지 모를 그가, 2시간 동안 빚어내는 것은 예술의 경지에 오른 음악 무대 공연의 결정체이다.
◇ 그는 대체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걸까?
그는 자신이 가진 단점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혹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과 수많은 정성과 강박적인 노력을 기울여 놀라운 도구로 승화시켰고, 그 도구로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을 다듬어 왔다.
그 결과 현재 그가 가는 길은 그 누구도 가본 적 없고,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길이다. 그렇기에 그가 하는 공연은 관객들이 들어본 적도 접해본 적도 없는 장르와 양식을 경험하게 한다.
그는 오케스트라와 밴드와 피아노가 연주하도록 자신의 곡들을 편곡하고, 각 악기가 가진 특색을 살려 노래의 정서를 감칠맛 나게 표현하도록 기획하고, 각 악기들이, 그리고 그 악기들이 각각 연주하는 부분들이 노래와 한 치의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조율하고, 이 모든 과정을 지휘하고, 그리고 그 놀라운 하모니에 녹아들되 중심이 된다.
가수 한 사람의 목소리가, 오케스트라와 코러스와 전자기타와 베이스와 드럼과 피아노와 반도네온과 콘트라베이스의 소리와 규모와 성량에 압도되지 않고, 함께이되 색을 드러내며 그러나 핵심이 되게 노래를 하여 관객들에게 머리끝이 쭈뼛 서는 감동을 전달한다는 것은 과연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어떤 과정과 재능과 노력과 기획과 사람들이 모이면 이런 것이 가능해지는 것일까? 관객들은 1년이 걸린다는 연습 과정을 짐작할 수 없다. 알 수도 없다. 그러나 그가 2시간 반 동안 무대에서 자신을 악기 삼아 만들어 내는 선명하고 깨끗하고 단단한 음들을 통해서, 혼신의 힘을 다해 쏟아내는 열정을 통해서, 한 몸처럼 움직이는 무대 위의 수십 명의 사람들과 악기들의 일사불란한 모습을 통해서 그 1년의 시간을 헤아리게 된다.
말로 표현될 수 없지만 또렷이 느껴지는, 그들 모두의 열정과 진지함과 재능, 노력들이, 감동이라는 한 단어에 담겨 수천 가지의 메시지로 느낌으로 가슴에 전해진다.
◇ 김동률의 목소리와 노래! 감미로움을 넘어 힐링과 공감과 위로와 철학으로 승화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
그의 차분하고 편안하고 녹아내리는 성대는 감미로움을 넘어 힐링과 공감과 위로와 철학으로 승화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 내가 그의 팬이라는 것이 자랑이 되고, 내가 더 오래전부터 팬이었다는 미묘한 신경전이 팬들 사이에 오가는 것은, 아마도 이렇게 훌륭하게 오래도록 발전하고 진화할 아티스트를 내가 먼저 알아봤다는 자신의 안목에 대한 자부심이 아닐까?
그는 다시 또 다음 무대를 위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준비하기 위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만큼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며 자신을 잘 관리하여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서, 8일의 공연을 위해 여덟 쌍둥이를 낳는 임산부 마음 같았다던, 간절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다음 공연에 돌아올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 기대하는 만큼 준비가 되어야 공연을 하는, 그렇지 않으면 7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그라는 것을 팬들은 안다. 그런 그라서, 그런 그이기에 아직 팬들 곁에 현재진행형으로 함께하며,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고, 그런 그의 최초의 최고를 위해 늘 현재 최선인 그의 음악을 사랑하기에 팬들은 기꺼이 기다린다.
그럼에도 스스로도 다음 공연의 시간을 기약할 수 없는 그의 미안한 마음과 그저 기다릴 수 있다는 팬들의 무언의 응원은 눈물이 아니면 무엇으로 전할 수 있을까?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