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미국 중형차 시장을 주름 잡는 주역은 일본 중형 세단이다. 토요타 캠리와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가운데 한국에 가장 먼저 선보인 차는 2004년 상륙한 혼다 어코드다. 어코드가 성공하자 닛산 알티마가 2008년에 들어왔고, 토요타 캠리는 2009년에 상륙했다. 이 세 차종은 3000만~4000만원대의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혼다 어코드가 4430대로 선두이고, 토요타 캠리는 4113대, 닛산 알티마는 409대다. 어코드와 캠리에 비해 가장 늦게 모델 체인지가 된 알티마의 판매가 유독 떨어진다. 과연 이유가 뭘까?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건 알티마의 론칭 타이밍이다. 당초 한국닛산은 6월 3일 알티마의 사전 예약을 시작한 후, 7월 16일 미디어 시승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한데 7월 초 터진 일본의 경제보복조치가 시작되면서 미디어 시승회가 취소됐다.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질 줄 알았던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아직도 뜨겁다. 그 와중에 알티마가 가장 많은 판매 감소를 겪으며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캠리가 월 789대, 어코드가 559대, 알티마가 368대씩 팔리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다른 상황이다.
알티마는 비록 우리나라에서 홀대를 받고 있지만, 1992년 론칭 후 지금까지 600만대 넘게 판매된 인기 모델이다. 또한 2017년과 2018년에는 우리나라에서 2년 연속 수입 가솔린 세단 중 판매량 1위(프리미엄 브랜드 제외)를 차지하기도 했다.
2017년 첫 선을 보인 ‘V-모션 2.0 콘셉트’의 디자인을 적용한 스타일은 강렬하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감싸던 V자형 패턴이 범퍼 아래쪽까지 내려오면서 싱글 프레임 스타일로 바뀌었다.
신형 알티마의 차체 크기는 길이 4900㎜, 너비 1855㎜, 높이 1445㎜로, 구형보다 길이가 25㎜ 늘었고 너비와 높이는 각각 25㎜씩 줄었다.
측면 스타일은 단연 돋보인다. 5세대에 있던 쿼터 글라스를 없애고 C필러 윗부분을 블랙 컬러로 마감하면서 지붕이 떠 있는 듯한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이를 ‘플로팅 루프’라고 부르는데,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디자인이기도 하다.
파격적이고 강렬한 외관에 비해 실내는 다소 평범하다. 경쟁사에 비해 작다는 지적을 받아온 센터페시아의 디스플레이는 8인치로 크기를 키우면서 플로팅 타입으로 설계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는 기본. 그러나 카메라 해상도는 경쟁사에 비해 확연히 떨어진다. 시급한 개선이 요망된다.
2.5 테크와 2.0 터보 모델은 앞뒤 각 2개씩 총 4개의 USB(A타입, C타입) 포트가 마련되며, 2.5 스마트에는 A타입 하나만 있다.
엔진은 과거 2.5ℓ와 3.5ℓ 구성에서 2.0ℓ 터보와 2.5ℓ로 재구성했다. 경쟁 모델인 캠리가 2.5ℓ와 하이브리드, 어코드가 1.5ℓ 터보, 2.0ℓ 터보, 2.0ℓ 하이브리드로 구성된 것과 차이를 보인다.
시승 모델은 2.5ℓ 모델이 준비됐다. 4140만원짜리 2.0 터보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이 무기인, 사실상의 주력 모델이다.
배기량은 기존에 있던 엔진과 같지만, 부품의 80% 이상이 재설계됐고, 여기에 무단변속기가 조합됐다. 4세대에서 170마력이던 최고출력은 5세대에서 180마력으로 올라갔고 이번엔 184마력까지 상승했다. 최대토크 역시 24.2㎏·m, 24.5㎏·m, 24.9㎏·m의 순으로 올라갔다. 배기량을 그대로 두면서도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온 것이다.
실제 주행감각에서는 수치의 차이보다 더 큰 변화가 느껴진다. 절대적인 수치는 크게 차이가 없지만 변속기가 훨씬 다이내믹하게 반응하는 덕분이다. D 모드에서 가속 페달을 꾹 밟아도 굼뜬 반응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패들 시프트가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인데, 이 장비는 2.0 터보에만 장착된다.
정숙성도 훌륭하다. 5세대의 경우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조용하다가도 급가속 때는 엔진음이 급격히 커졌는데, 6세대 모델은 커지는 소음을 많이 억제해 놨다.
가장 돋보였던 던 주행안정성이다. 최근 출시된 혼다 어코드와 토요타 캠리의 주행안정성도 우수한 수준이지만, 알티마는 경쟁차 중 가장 돋보인다. 시가지 주행도 편하지만 웬만한 고속 와인딩에서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이 믿음직하다.
2.5 테크 모델의 인증 연비는 도심 11.1, 고속도로 15.8, 복합 12.8㎞/ℓ인데, 이번 시승에서는 8.9㎞/ℓ를 기록했다. 2.0 터보의 인증 연비는 도심 10.8, 고속도로 14.6, 복합 12.2㎞/ℓ로 2.5 모델과 차이가 크지 않다.
가격은 2.5 스마트가 2960만원, 2.5 테크가 3550만원, 2.0 터보가 4140만원이다. 2.5 스마트는 경쟁 모델보다 가격이 낮지만 편의장비가 빠진 게 많다. 따라서 편의장비가 2.0 터보와 거의 동등한 2.5 테크 모델의 가성비가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5 테크와 2.0 터보에는 2.5 스마트에 없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와 차간거리 제어, 비상 브레이크, 사각지대 경고,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 등이 추가된다.
알티마는 세계 최대의 미국 시장에서 항상 캠리, 어코드와 어깨를 나란히 해왔다. 신형에 대한 평가 역시 아주 괜찮은 편. 그러나 현재 한국 시장에서의 반응은 이상하리만큼 차갑다. 소비자들의 냉정한 평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한국닛산의 분발을 기대한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엔진/미션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탄탄한 기본기에 놀랐다. 재평가가 시급하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