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라이선스 초연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가 2019년 12월 18일부터 2020년 2월 28일까지 개츠비맨션(그레뱅뮤지엄 2층)에서 공연 중이다. 같은 캐릭터의 내면을 다르게 표현할 줄 아는 홍륜희는 관객 자체도 파티의 배우로 보는 몰입력과 감정이입을 발휘하고, 박성광은 현재 관점에서 관객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현재형으로 소화해 공감하게 만든다.
◇ 국내 라이선스 초연 이머시브 공연! 독특한 참여형 공연!
<위대한 개츠비>는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다. 공연에서 관객은 개츠비(박정복, 강상준 분)의 초대를 받아 참석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관찰자가 아닌 단역 혹은 보조출연자라고 볼 수도 있다.
파티와 공연을 결합한 독특한 형태의 공간에서, 관객은 공연 속 파티에 직접 참여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가볍게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점 또한 파티에 참석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데, 관객과 배우의 상호 작용 시간도 주목된다. 숨죽이며 조금의 움직임도 관크가 될까 봐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관람해야 하는 공연이 아니라는 점에 높은 만족도를 표시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시각으로 풀어낸 이야기가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진다는 점 또한 이 공연의 독특한 장점이다. 메인 무대에서 이어지는 공연을 보는 관객도 있고, 개츠비맨션 곳곳에 감춰진 시크릿 룸으로 빠르게 이동해 그곳에서 펼쳐지는 다른 배우의 또 다른 연기를 만끽하는 관객도 있다.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재즈 시대를 재현했는데, 찰스턴을 라인댄스로 관객들과 함께 군무를 추기도 한다. 1922년으로, 100년 전 세상으로 이동한 관객은 콘서트 스탠딩 구역도 아닌데 서서 관람하게 된다. 그런데 한곳에 계속 있는 게 아니라, 배우와 함께 장소를 바꿔가며 공연을 관람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배우들은 노래를 부를 때 마이크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육성으로 진행한다. 연극적 요소가 무척 강한 공연이라고 볼 수 있는데, 공연에 사용되는 에너지 소모가 무척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같은 캐릭터의 내면을 다르게 표현할 줄 아는 홍륜희
홍륜희는 같은 캐릭터의 내면을 다르게 표현할 줄 아는 배우이다. 캐릭터의 기본 정서에 충실하면서도, 실제 그 인물이 어떤 숨겨진 내면을 지니고 있는지 표현하는데 무척 탁월한 재능을 가진 배우이다.
<위대한 개츠비>가 펼쳐진 프리스타일의 무대에서의 홍륜희는 관객과 무척 가까운 자리에서, 때로는 관객들 사이에서 자신이 맡은 조던 베이커와 조던 베이커의 내면을 보여준다.
<위대한 개츠비>는 관객에게 배우가 말을 걸기도 하는데, 홍륜희는 관객에게 말을 거는 게 아니라 파티에서 새로 만난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관객 자체도 파티의 배우로 보는 몰입력과 감정이입을 발휘하는 것이다.
◇ 현재 관점에서 관객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현재형으로 소화한 박성광
제이 개츠비, 데이지 뷰캐넌(김사라, 이서영 분), 닉 캐러웨이(마현진, 이기현 분)는 이야기의 메인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지만, 현대적인 측면에서 보면 관객이 공감해 완벽하게 감정이입하기는 쉽지 않은 인물이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현재 인물이라고 봤을 때 가장 개연성이 느껴지는 인물은 조지 윌슨(박성광 분)이다. 정말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지만, 원하는 대로 삶이 쉽게 이뤄지지는 않는 인물이다. 그렇지만 부인인 머틀 윌슨(장향희, 정해은 분)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끊임없이 현재에 최선을 다한다.
박성광은 요즘 시대의 사람들, 특히 요즘 청춘들이 가진 무력감과 상실감을 가지고 있는 인물을 정말 실감 나고 절절하게 표현한다. 박성광이 떨리는 목소리로 절규하듯 전달하는 대사는, 100년 전 이야기가 아닌 현재의 외침으로 들린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박성광은 연기와 노래도 하고, 피아노 연주도 직접 한다. 거의 모든 시간에 무대에 등장하는데, 더블 캐스팅도 아니라 단독 캐스팅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주인공들의 내면보다 조지 윌슨의 내면이 더 와닿는 것은, 박성광 연기의 진정성 덕분이라고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