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섭 감독의 <히트맨(HITMAN)>은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 국정원을 탈출한 비밀 프로젝트 방패연 출신 전설의 암살요원 준(권상우 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애니메이션, 만화(웹툰), 실사 영화를 넘나드는 작품인데, A급 액션과 B급 코믹을 넘나든다는 점도 흥미롭다.
어린 시절 준을 치유한 것은 준이 스스로 그린 만화였고, 어른이 된 준을 위로하고 수용한 사람은 어른이 아닌 준의 딸 가영(이지원 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어른 또한 위로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점에 공감해 가슴이 아린 어른 관객은, 액션과 코믹 이상의 감동을 받을 수도 있다.
◇ 애니메이션, 만화(웹툰), 실사 영화를 넘나드는 작품
영화 <히트맨>은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한다. 영화의 정서를 함축적이면서 상징적으로 제시하면서 관객의 시야를 사로잡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처음의 애니메이션이 매우 마음 아픈 이야기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 짠해진다.
<히트맨>은 애니메이션, 만화(웹툰), 실사 영화를 넘나드는 작품이다. 다양한 표현법을 통해 불편하고 힘든 장면에 너무 매몰되지 않도록 완충하기도 하고, 준의 시야를 통해 보면서 몰입해 감정이입하게 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 A급 액션과 B급 코믹을 넘나드는 이야기
<히트맨>은 A급 액션과 B급 코믹을 넘나드는 이야기라는 점도 흥미롭다. 한정된 공간에서의 액션, 암살요원들의 액션은 불필요하게 큰 동작보다는 빠르고 간결한 액션으로 속도감과 깔끔함의 신선함을 선사한다.
짠한 정서의 휴먼 가족 드라마이기도 한데, 관객들이 가족애를 여운으로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너무 진지하지는 않으면서도 너무 가볍지만은 않게 수위와 완급, 강약을 조절한 감독의 선택이 돋보이는데, 감독이 표현하고자 한 짠내 나는 코미디와 화려한 액션을 관객은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준뿐만 아니라 덕규(정준호 분), 미나(황우슬혜 분), 철(이이경 분), 형도(허성태 분) 또한 액션 연기를 펼치는데, 배역들이 서로 겹치지 않는 캐릭터를 가진 것처럼 액션 또한 서로 다른 디테일을 펼친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얼마나 힘들었을까?” 위로, 치유, 인정, 수용을 하는 사람은, 어른이 아닌 아이
<히트맨>에서 어린 준에게 만화는 회피와 치유의 도구이다.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자, 자기 자신과 이야기하는 또 다른 준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구체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지만, 만약 어린 준에게 자신의 내면을 표출할 수 있는 만화가 없었으면 기억하고 감당하기 힘든 어린 시절의 상처가 더욱 준을 힘들게 얽맸을 수도 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어렸을 때 준의 마음을 헤아려 준 사람은 어른들이 아닌 딸인 가영이다. 만화를 통해 스스로 치유했던 것을 제외하면, 준이 어른이 될 때까지 준을 위로하고 보호한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그런데, 어른이 아닌 아직 아이인 딸이 어른이 된 준의 어린 시절의 힘들고 아팠던 시절을 위로하고 인정하고 수용한다. 아이가 어른에게 위로를 한다는 점도 눈에 띄는데, 자신의 어릴 적 나이와 비슷한 나이의 딸에게 위로받는다는 것은 어린 시절 자신의 눈높이에서 위로를 받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할 것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
어른들 또한 위로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점에 공감하는 어른 관객들도 많을 것이다. 육체적으로 강한 어른, 삶의 경험이 많은 어른일지라도 마음의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히트맨>은 보여준다.
<히트맨>에서 딸이 아빠를 위로하는 것은 마치 아빠가 어린 시절의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영화를 보면서 자신도 직접적으로 위로받고 싶은 어른 관객도 있을 것이고 대리 해소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어른 관객도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