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에서 세잔까지: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 인상파와 후기 인상파 걸작展>(이하 <모네에서 세잔까지>)이 예술의전당,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 컬쳐앤아이리더스 주최로 1월 17일부터 4월 1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제5전시실, 제6전시실에서 전시 중이다.
본지는 <모네에서 세잔까지>의 전시 작품 중에서 막시밀리앙 뤼스의 작품에 이어, 폴 고갱의 ‘마르티니크의 마을’과 ‘우파 우파(불춤)’ 리뷰를 공유한다. 카미유 피사로의 작품에 대한 리뷰가 이어질 예정이다.
◇ 폴 고갱(Paul Gauguin) ‘마르티니크의 마을(Village in Martinique), 캔버스에 유채(Oil on canvas), 1887’
‘마르티니크의 마을(Village in Martinique), 캔버스에 유채(Oil on canvas), 1887’은 폴 고갱(Paul Gauguin)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무척 밀도 있게 표현했기 때문에 관람객은 그림을 전체적으로 보면서 오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부분에 집중해 작가와 교감의 통로를 찾으며 몰두할 수도 있다.
고갱은 “예술은 표절 아니면 혁명이다.”라고 했는데,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하는 기준이 확실했던 만큼 같은 대상을 그릴 때도 더욱 섬세하고 촘촘하게 나타낸 것이다. 고갱의 그림 하나를 보고도 많은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데, 고갱이 그림 속에 담은 집적된 에너지가 전달되기 때문일 수 있다.
‘마르티니크의 마을’은 사람과 동물보다 집과 나무가 더 동적으로 표현됐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전체적인 구도의 안정성을 취하면서 크기와 역동성에 변화와 반전을 준 것이다. 사람과 동물은 작게 표현하고 집과 나무는 상대적으로 크게 표현했고,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과 동물은 다소 정적으로 표현하고 상대적으로 움직임에 대한 표현이 쉽지 않은 나무와 집은 기울기와 방향 설정의 디테일을 통해 동적으로 느끼게 표현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영화나 드라마에 멋진 공간으로 나와서 한 번쯤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실제 가서 보면 정말 평범한 공간인 경우도 많다. 고갱이 표현한 마을 또한 그럴 수도 있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공간에 고갱의 내면이 촘촘하게 들어가 이야기와 색감이 풍성한 공간으로 살아있게 만들었을 수 있다.
◇ 폴 고갱(Paul Gauguin) ‘우파 우파(불춤)(Upa Upa(The Fire Dance)), 캔버스에 유채(Oil on canvas), 1891’
폴 고갱의 ‘우파 우파(불춤)(Upa Upa(The Fire Dance)), 캔버스에 유채(Oil on canvas), 1891’는 구체적인 상황과 장소, 공간에 상징적이면서 어쩌면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정서를 넣은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사선의 나무는 정말 큰 사람이 누워서 다리를 올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불춤을 추는 사람은 각각 춤을 추는데, 구경하는 사람들, 앉아서 있는 사람들은 기대있거나 기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붙어있다. 움직일 때는 홀로 움직이나 머물고 있을 때는 같이 있는 모습은, 고갱이 바라보는 사람 간의 관계일 수 있다.
‘우파 우파(불춤)’에서 불 자체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게 표현돼 있다. 강하게 빨갛거나 검지 않고 노란색, 주황색, 분홍색이 조화를 이룬 불은, 실제 타고 있는 큰불이 아니라 춤에 따라 색깔을 바꾸는 조명처럼 보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불춤을 표현했으면 밝은 곳을 위주로 역동적인 정서를 더 많이 표현했을 수도 있는데, 고갱은 어두운 공간을 더 많이 배치하고 춤을 추지 않는 사람들을 더 많이 보여주고 있다.
공존하는 같은 공간에서 고갱은, 남들이 집중하는 것을 같이 보면서도 동시에 다른 이면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어두운 곳에서 밝음을 찾는 게 일반적인 혁명이라면, 고갱의 그림을 보면 밝음 속에 숨겨진 내면의 진한 면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게 내면의 혁명일 수도 있다고 느껴진다.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과감한 도전이 혁명이기 때문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