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여자만세, 극단 휴먼비 제작, 예술의전당 주최, 연극 <여자만세2>가 2019년 12월 24일부터 2020년 2월 2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관객을 웃겼다가 울렸다를 반복하면서 공감과 깊은 감동의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서로 다른 캐릭터로 케미와 감동의 시너지를 선사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 소박하게 웃을 수 있는 이야기! 눈물 흘리며 공감하는 되는 마음! 이 시대가 원하는 여성상에 대해 화두를 던지다!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은 무대 크기에 비해 천장이 높은 공연장이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서정적으로 표현하기 좋은 구조인데, <여자만세2>가 개인 내면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커다란 시대의 이야기라는 점을 표현하는데도 긍정적이다.
고지식한 시어머니 홍마님(김용선, 정아미 분)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 최서희(윤유선, 최지연 분)는 아픔이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제된 품격을 가진 인물이다. 최서희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무한 책임과 희생의 강요에 저항하기보다는 묵묵히 해내는데, 이 시대를 살아온 많은 엄마들의 모습이기도 하고 더 이상 이런 희생의 엄마는 없어야 한다고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여자만세2>는 관객을 웃겼다가 울렸다를 반복하는 작품이다. 홍미남(서송희, 여우린 분)과 김사장, 연출 등의 멀티맨(하성민. 유영섭 분) 또한 웃기고 울리는 경계를 절묘하게 넘나든다.
그렇지만 눈물을 흘릴 수 있을 때 너무 한쪽으로 관객을 몰아가지는 않는다는 점이 주목된다. 관객을 너무 무겁게 만들어 집에 보내지는 않는다. 마지막 하숙생 이여자(양희경, 성병숙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너무 무겁게 감정을 강요하지는 않기에 관객은 스스로 자발적으로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국민성 작가와 장경섭 연출의 힘이기도 하면서, 배우들의 힘이기도 하다.
◇ 서로 다른 캐릭터로 케미와 감동의 시너지를 선사한 성병숙, 최지연, 김용선, 서송희! 품격 있게 웃긴 하성민!
필자가 관람한 회차에 출연한 성병숙, 최지연, 김용선, 서송희는 <여자만세2>에서 서로 다른 캐릭터로 케미와 감동의 시너지를 선사한다. 하숙생 역 성병숙은 하숙집을 운영하는 최지연에게 사장님이라고 부르는데, 나이 어린 사람에게 꼬박꼬박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모습을 처음에는 사람에 대한 존중으로 보이게 하고, 나중에는 그런 존중에 자기반성이 들어있다는 것을 느끼게 만드는 연기와 감정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최지연은 최서희 캐릭터를 단지 순종적이거나 혹은 억울함을 억지로 참을 수밖에 없는 인물이 아닌, 내적 자신감이 있는 인물로 표현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희생하고 당하는 역할을 하면서도 중심과 원칙을 지키며 포용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표현해 최서희 캐릭터를 살린다.
<여자만세2>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은 내면을 외적으로 표현하고 표출하는데 모두 능숙한데, 최서희만은 에너지를 밖으로 발산하기보다는 내적으로 머물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서희는 극의 중심을 잡으며 다른 인물들이 질주할 수 있도록 이정표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데, 최지연은 그런 최서희를 무척 절제되면서도 진솔한 표정과 몸짓, 대사와 눈빛으로 진실 되게 표현한다.
김용선은 교양 있는 척하지만 내면에 또 다른 욕망을 가진 홍마님의 이중적 매력을 실감 나게 전달한다. 관객들이 홍마담을 다소 미워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더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들기 위해, 김용선은 진지와 코믹을 빠르게 넘나드는 매력을 발휘한다.
<여자만세2>에서 극 초반 서송희는 홍미남이 튀는 캐릭터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알려주는데, 가족이라는 관계에서는 무척 귀여운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반전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관객들에게 귀여움을 먼저 보여준 후 섹시함을 어필했을 때 공감을 얻기는 다소 쉽지만, 섹시함을 먼저 어필한 후 귀여움을 공감하게 만드는 것은 상대적으로 힘든데 서송희는 순서가 바뀐 상황에서도 관객이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만든다는 점이 주목된다.
하성민은 김사장, 연출, 노래교실 강사, 미남의 애인 등 멀티맨의 역할을 했는데, 주인공들을 단순히 연결하는 1인 다역이 아닌, 각각의 역을 진지하게 소화하는 진짜 멋진 1인 다역을 보여준다. 하성민은 멀티맨의 품격을 높여 <여자만세2>의 작품 수준을 상승시킨 배우라고 볼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