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자동차가 탄생해 세대를 이어오면 대체로 차체가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 소비자들이 점차 넉넉한 공간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차급 자체가 상향되는 추세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대형 SUV의 인기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탑승인원의 증가보다는 레저 활동 증가로 인해 더 넓은 실내공간을 원하는 이들이 자연스레 대형 SUV를 찾는 것이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이 시장의 선구자로 꼽힌다. 1990년 데뷔 후 96년에 한국에 상륙한 익스플로러는 넉넉한 실내와 든든한 안전성, 뛰어난 가성비로 호평 받았다. 디젤차의 인기가 뜨거웠던 시절에도 익스플로러는 가솔린 모델만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작년 말 데뷔한 6세대 모델은 아시아 지역 중 한국에서 가장 먼저 선보였다. 그만큼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크다는 의미다.
신형 익스플로러의 첫 인상은 옹골차다. 새로운 의지로 시장을 다시 장악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보인다. 다만 이 차를 사진으로만 본 이들은 평가가 좀 다른 것 같다. 그 이유를 가만히 분석해 보니, 구형에 비해 헤드램프 부분이 조금 좁아 보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정면에서 사진을 찍으면 실제보다 차체가 좁아 보인다. 신형 익스플로러가 궁금한 이들은 꼭 실물을 보고 평가하기를 바란다.
다소 ‘미국적’인 분위기였던 대시보드는 쓰기 편하게 다시 다듬어졌다. 변속기는 최근의 추세를 반영해 다이얼 타입으로 바뀌었고, 센터페시아의 디스플레이는 8인치 가로형 타입이 장착됐다. 이 디스플레이는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플래티넘 트림의 10.1인치 세로형이 시인성이 더 좋다. 향후 제품 개선에 반영되길 기대한다.
304마력, 42.9㎏·m의 2.3ℓ GTDI 가솔린 터보 엔진은 10단 자동변속기와 짝을 맞춘다. 이는 구형 2.3 가솔린 터보 엔진(274마력)뿐 아니라 3.5 가솔린 엔진(294마력)을 능가하는 파워다.
300마력이 넘는 출력이지만 차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힘은 적절한 수준. 10단 자동변속기는 기어비를 잘게 쪼개놓은 덕에 언제 변속되는지 모를 정도로 부드럽게 움직인다. 반면에 구형의 6단 자동변속기에 비하면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느낌은 적다.
신형 익스플로러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안정적인 주행성능과 정숙성이다. 5세대 모델의 경우 도로의 요철을 만나면 차체가 울렁거리는 모습을 종종 보였는데, 신형 익스플로러는 하체가 상당히 묵직하다. 그러면서도 너무 딱딱하지 않고 충격을 적절히 흡수해 승차자에게 불쾌함을 주지 않는다. 이런 세팅은 고속 와인딩에서 운전의 즐거움을 크게 높여준다.
타이어는 255/55R20 사이즈이고 4계절용 미쉐린 제품을 장착했다. 후륜 기반의 새로운 플랫폼은 적당한 타이어 사이즈와 궁합을 맞춰 안락한 승차감을 선사한다. 주행모드는 노멀(Normal), 스포츠(Sport), 트레일(Trail), 미끄러운 길(Slippery), 에코(Eco), 깊은 눈/모래(Deep Snow/Sand), 견인/끌기(Tow/Haul) 등 7가지가 마련되는데, 이번에는 노멀과 스포츠만 체험할 수 있었다. 다른 모드는 험로 공략 위주의 추가 시승으로 확인해볼 예정이다.
하체에서 올라오는 소음이나 풍절음도 비교적 잘 잡았다. 이는 전면 및 1열 측면에 적용된 어쿠스틱 글라스와 포드 최초로 적용된 이중벽 대시보드(엔진룸과 탑승공간 사이의 이중 벽체 구조) 덕분이기도 하다. 다만 시승차는 어디선가 작은 잡소리가 들렸다. 옆에 탄 자동차 칼럼니스트 한상기 씨는 “뭔가 작은 부품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이런 것은 최종 출고 전에 꼼꼼히 테스트하면 잡아낼 수 있는 부분이니 포드 본사에 요청을 하면 좋을 듯하다.
대형 SUV의 백미는 넉넉한 공간이다. 익스플로러는 기본 트렁크 용량이 515ℓ에 이르기 때문에 3열까지 탑승해도 대형 캐리어 몇 개를 거뜬히 실을 수 있다. 3열 시트를 접으면 1356ℓ까지 늘어나니 다섯 명이 타도 일반 승용차의 두 배 수준의 화물 적재가 가능하다. 골프나 캠핑을 즐기는 이들에게 더욱 환영받을 부분이다.
다만 3열 시트의 형태는 좀 아쉽다. 엉덩이와 다리를 받쳐주는 시트 쿠션이 평평하고 낮게 설계돼 성인 남자가 앉으면 다리가 편치 않다. 현대 팰리세이드나 쉐보레 트래버스의 경우 시트 쿠션이 1 · 2열처럼 뒤로 갈수록 파묻히는 스타일이어서 착좌감이 좀 더 낫다.
익스플로러의 인증 연비는 도심 8.1㎞/ℓ, 고속도로 10.2㎞/ℓ, 복합 8.9㎞/ℓ다. 고속 정속주행으로 달린 이번 시승에서는 9.5㎞/ℓ를 기록했다. 포드코리아는 기존 3.5ℓ 모델 대신 3.0ℓ PHEV(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로 들여올 예정인데, 3.5 모델보다 한층 개선된 연비와 파워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익스플로러 2.3 모델의 가격은 6080만원부터다. 과거 시장을 독점했던 때와 달리 지금은 쉐보레 트래버스, 현대 팰리세이드 등 막강한 경쟁자들이 등장한 상황. 기존에 경쟁하던 혼다 파일럿이나 닛산 패스파인더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다. 이들 경쟁자에 맞서 익스플로러가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엔진/미션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실물이 훨씬 잘 생겼으니 실제로 보고 외모를 판단할 것.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