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의 중형 세단 A6의 뿌리는 1968년 탄생한 ‘아우디 100’이다. 1987년 한국 수입차시장이 개방된 이후 3세대 ‘100’이 상륙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94년부터는 아우디의 새로운 작명법에 따라 ‘A6’로 개명했고, 2004년 출시된 6세대 모델부터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 데뷔한 8세대 A6는 아우디의 오랜 역사가 녹아 있는 중심 모델이다. 스타일은 좋은 평가를 받았던 7세대 모델과 유사하지만, 세련미를 가다듬은 게 특징이다. 매끈했던 앞뒤 모습은 입체적인 램프로 멋을 부렸고, 사이드 캐릭터 라인은 입체감이 더 뚜렷해졌다.
차체 크기는 길이 4950㎜, 너비 1885㎜, 높이 1460㎜로, 7세대 모델에 비해 길이는 15㎜, 너비는 10㎜ 커졌고 높이는 15㎜ 낮아졌다. 휠베이스 역시 구형보다 10㎜ 길어지면서 실내 공간은 더욱 넓어졌다.
A6는 주요 경쟁차인 메르세데스-벤츠 E 클래스, BMW 5시리즈에 비해 차체 사이즈는 크지만 휠베이스가 조금 짧다. 그럼에도 실내가 넉넉해 보이는 이유는, A6가 E 클래스나 5시리즈와 달리 전륜 기반의 4륜구동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겉모습과 달리 실내는 완전히 새로워졌다. 아우디·폭스바겐그룹 산하 상당수 브랜드가 채택하고 있는 것처럼, 대시보드의 물리적 버튼을 대부분 없애고 터치식 스크린을 채택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우디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햅틱 피드백 듀얼 터치스크린을 적용했다.
일반적인 터치스크린은 대시보드에 달린 수많은 버튼을 스크린 안에 통합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실제로 조작하는 느낌이 적은 게 단점이다. 이 때문에 잘못 조작하는 경우도 생긴다. A6의 햅틱 피드백은 바로 이 점을 보완한 것으로, 스크린에 달린 버튼을 살짝 누르면 진동이 손가락에 전해져 좀 더 확실한 조작이 가능해진다. 아래쪽 스크린에는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손 글씨로 쓸 수도 있다.
아직은 흔치 않은 장비이기 때문에 단점도 존재한다. 다른 터치스크린처럼 손가락을 갖다 대기만 하면 아무 반응이 없기 때문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혼란스럽다. 내구성이 어느 정도인지도 아직은 밝혀진 바가 없다.
실내는 밤에 볼 때 훨씬 예쁘다. 대시보드와 센터콘솔을 타고 흐르는 조명은 경쟁차 중 가장 화려하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휴대폰 무선충전 장치의 위치다. 보통 센터페시아 아래쪽이나 센터콘솔 바로 앞에 자리하는 게 일반적인데, A6는 이 장비가 센터콘솔 박스 안쪽에 있다. 충전 중이라도 휴대폰을 확인할 일이 가끔 있는데, A6는 센터콘솔 박스를 열고 꺼내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 부분은 바꾸기 어렵지 않으므로 추후 개선되길 기대한다.
시승차인 45 TFSI에는 직렬 4기통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최고출력은 252마력, 최대토크는 37.7㎏·m로, 동급에서 가장 강력하다. 벤츠 E300에 비해서는 A6의 출력이 7마력 높고 BMW 530i에 비해서는 토크가 2.0㎏·m 높다.
중요한 건 이런 수치적인 차이보다 실제로 운전자에 전해지는 감각인데, 그 점에서 A6는 단연 돋보인다. 4기통 2.0 가솔린 엔진은 회전질감이 특히 뛰어나다. 급가속을 시도해도 피스톤의 저항이 거칠지 않고, 매끈하고 깔끔하게 파워를 바퀴에 전달한다.
주행안전성과 승차감은 경쟁차 중 가장 좋다. 서스펜션의 움직임은 근육과 지방이 적절히 섞인 투 플러스 한우처럼 적당히 쫄깃하고 적당히 부드럽다.
타이어는 225/55R18 사이즈로, 미쉐린 또는 브리지스톤 등이 장착된다. 휠 디자인은 아직 다양하지 않지만, 앞으로는 인디비주얼 오더도 가능해진다.
A6 45 TFSI 콰트로의 인증 연비는 도심 10.0㎞/ℓ, 고속도로 13.7㎞/ℓ, 복합 11.4㎞/ℓ다. 벤츠 E300 4매틱은 각각 8.9㎞/ℓ, 11.8㎞/ℓ, 10.0㎞/ℓ이고, BMW 530i x드라이브는 각각 9.1㎞/ℓ, 12.3㎞/ℓ, 10.3㎞/ℓ이므로 A6의 연비가 가장 우수하다. 도심지를 주로 달린 이번 시승에서는 10.5㎞/ℓ를 기록했다.
8세대 A6의 장점은 세련된 디자인과 혁신적인 장비, 안락한 승차감과 뛰어난 연비로 요약된다. 가격은 6650만~7200만원으로 경쟁차보다 저렴하다. 아직은 2.0ℓ 전륜구동 디젤, 4륜구동 가솔린 등 2종류의 라인업 밖에 없지만, 예전처럼 다양한 라인업을 곧 만날 수 있다. 물론 지금의 라인업도 후회하지 않을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엔진/미션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우아하고 세련된 중형 세단. 벤츠나 BMW에 질렸다면 경험하길 권한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